악마의 신부
임주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1년 8월
평점 :
품절


동명의 일본 공포물 때문에 주문하기도 힘든 초 마이너 작품. [어느 비리공무원의 고백]을 보고 임주연 씨에게 홀딱 반해버린 본인은 결국 이 책을 사기 위해 서점 세 군데에 주문을 넣고 총판 다섯 군데를 뛰어다녔다(…틀려).
굳이 말하자면 사립 그노시스 특수목적 고등학교라는 호수에 둘러싸인 중세풍 고딕식 성(주인공: "여기 대한민국 맞아?")에 잠입해 여동생을 구출하려는 민완 사립탐정과 신부를 구하기 위해 2만년동안 학교를 경영해온 악마님의 이야기랄까(…뭔가 틀려).
하지만 개그물입니다. 이 학교에 있는 저 조각상은, 밤 12시가 되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납니다. 희귀하죠. 다른 놈들은 다 움직이걸랑요? 음악실에 있는 피아노는 밤 12시가 되면 스스로 음악을 연주합니다. 신청곡도 가능하답니다(…). 가끔가다 어느 멍청한 년이 데스메탈을 신청하는 바람에 야밤에 난장판이 벌어지기도 하지요. 긴 머리가 우아한 악마님은 머리카락이 청소기에 빨려들고 지하철에서는 남한테 밟혀서 고민이지만, 목이 720도 회전할 수 있고… 수직으로도 가능합니다(당신 대체 뭐야?). 반장인 장미공주님(성은 장, 이름은 미희)은 이미 흑마술의 달인이고, 걸어다니는 홀로코스트 유화 언니는 4층에서 떨어져 담장 철창에 꿰이는 게 일상사. 이런 학교에 잠입한 주인공(남자)은 할일이 없어서 공부하다가 악마님의 신부 후보로 내정되는데…(…완전 틀려).
뭐랄까, 동인의 혼이 무럭무럭 불타오르는 역작입니다. 게다가 단편, 두께를 보나 크기를 보나 센스를 보나 이건 동인지입니다! 그렇다. 드디어 이 대한민국에도 동인 작가들의 약진이 시작된 것이다!(잠깐 흥분) 제도화된 그림공장이 아닌 자유롭고 참신한 신인작가들이 제한된 분출구가 아닌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나오면서도 정규 출판사를 통해 대중의 틈으로 뛰어들어가는 신호탄인 것입니다. 세 군데의 서점과 다섯 군데의 총판, 3주일의 시간, 그 발품과 시간품, 돈 낭비가 아깝지 않은 작품이었습니다… 하일 리이이이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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