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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과학대전 3 - 거대한 로봇 편, 개정판
후데요시 주니치로 & 야나기타 리카오 지음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3년 11월
평점 :
품절
"거대 괴수 착지!" "미확인 우주인 가속하고 있습니다 곧 음속으로…!"
외계인의 침략을 방어하기 위해 특별히 설립된 지구방위대 SAMON의 비밀 관제소에서 두 개의 보고가 울려퍼진다. 그리고 4만톤의 괴수는 착지 순간 자기 체중을 못 이기고 '뼈와 살이 분리되며', 키 80미터의 거대 우주인은 음속 돌파의 순간 충격파에 머리가 날아간다. 오오, 지구는 지켜졌다!
우주의 평화를 지켜온 우타 성의 우타 일족(울트라 성의 울트라 일족…)으로서는 어이없는 일이지만, 이 지구는 '특이하게도' '과학의 벽이 존재하는' 행성이었던 것이다. …는 프롤로그로 시작하는 나름대로 괴작. 작가, 당신 천재야.
과학의 벽은 난공불락으로 지구를 지켜주지만, 동시에 과학이 작용하기 때문에 인간의 모습으로 대기하던 주인공 히키카쿠('비과학'이라는 뜻의 일본어)는 우타맨의 거대한 몸이 지구에서는 견디지 못하는 것은 둘째치고, 아예 우타 일족으로 변신할 수조차 없으며, 아주 약간 멋을 부려본 지구방위대는 출격조차 할 수 없게 강제하기도 한다. "조금 폼 좀 잡으려는 게 그렇게 잘못이란 말이냐!"는 절규가 남의 일 같지가 않다.
거대괴수와 거대영웅이 맞닥뜨리는 과학의 벽은 높고도 수없이 많아서 첫번째 벽조차 넘지 못하고, (만화가 진행이 안 되니까) 할 수 없이 일단 한 번 마주한 과학의 벽은 다음 번에는 어떻게든 극복한 것으로 치는 무시무시한 비기를 동원하고 있음에도 매번 발목이 잡히는 침략자 모드킹 일당. 눈이 마주치면 5초 안에 사랑에 빠져버리는 불타는 할머니이자 실질적인 침략군의 지도자 겸 청소부 '두건소녀'의 귀여움(+과격함)이 작렬하는 지구침략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그러나 거대괴수는 침략자의 로망! 소형화나 경량화는 절대 인정할 수 없다! 가랏 나의 거대괴수들아! 축 첫걸음!
…돌된 아이 부모도 아닌데 한 걸음 걸은 것만으로 이렇게 기뻐해야 하는 걸까…
그리고 거대영웅과 지구방위대의 노력은 아무런 상관도 없이 자금부족으로 퇴각. 역시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예산이란 말인가!
과학은 즐겁다. 과학 교과서에 갇혀있는 재미없고 어려운 이야기도, 너무 가까워서 과학이라고 인식하기도 쉽지 않은 생활 주변의 사소한 사건들도 아닌 충분히 멀리에서 충분히 매력적으로 빛나는 과학 입문서. 최근들어 이런 종류의 쉽고 즐겁고 유쾌한 과학서적, 특히 영화나 만화의 과학적 고증을 검증하는 책들이 다수 출간되고 있는데, 대부분이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 고등학교 과학 선생님이 학생들의 잠을 깨우려는 듯한 이야기책이라면 이 '공상과학대전'은 키득키득 웃으면서 흐름을 타고 읽을 수 있는 '만화책(긍정적인 의미에서)'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권 '과학적으로 올바른 거대영웅의 이야기'의 뒤를 이어 2권 '과학적으로 올바른 개조인간의 이야기'와 3권 '과학적으로 올바른 거대로봇의 이야기'가 인기리에(?) 출간되어 있으며, 현재 본인은 5권 '과학적으로 올바른 우주전함의 이야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와중이다. '네코야나기타 박사의 과학적 청춘'따위보다 공상과학대전을 내놓으란 말야!
자, 세계정복을 꿈꾸는 소년들이여! 과학의 벽을 뛰어넘어라! 가장 강력하고 무서운 적은 지구방위대와 거대영웅이 아닌 과학의 벽! 이 적만 극복한다면 세계는 그대의 손 안에 있다!
…정말이다. 노벨상 혹은 검은 양복의 사나이들이 찾아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