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닥터 카이 쿄오스케 4 - 완결
아기 타다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5년 2월
평점 :
품절


어릴 때 심리학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다. 신기하지 않은가? 타인의 생각을 예측할 수 있는 학문이라니… 독심술과 심리학이 다른 거라는 걸 깨달은 것은 대학까지 가서 심리학 개론을 떼고도 한참 뒤였다. 먼산. 그리고 심리학이라는 건, '우라지게' 어렵다(역시 비속어를 동원해야 맛깔스럽게 느낌이 살아난다). 대체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어서 학점 D로 만족하고(어머니 죄송합니다 아들 이러고 삽니다) 머릿속 쓰레기통에 처박아 놨었는데, 이 만화 덕분에 옛 기억이 살아났다. 이 만화 한 편이, 심리학이라는 것이 어떻게 생활에 응용되고 어떻게 사람을 도울 수 있는지 바로 눈 앞에 펼쳐 주었기 때문이다. 제목 보고 미친 의사가 무장연금으로 대일본제국을 연성한다던가 하는 걸 생각한 사람들은 반성하도록(네~ 바로 접니다. 반성하겠습니다). 어디까지나 너무나 진지하게 마음 속 상처를 보듬어주는 카운셀러의 이야기이다.
몇 장의 카드, 어린아이의 놀이상자같은 잡동사니, 평범한 필기구 몇 개로 명쾌하게 보이지 않는 마음 속 상처를 진단하고 치료법을 제시하는 남자. 얼핏 대단해 보이지만 사실 카이 쿄오스케는 천재적이거나 혁신적인 발상가는 아니다. 그가 사용하는 것은 심리학자나 카운셀러들에게는 익숙하고 흔한 간단한 방법들이다. 그러니 그는 결국 그저 자신이 가진 지식을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는 평범한 수준의 심리학자이자 카운셀러일 뿐이다. 그러나 그가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 그의 치료 하나하나, 그의 언행 하나하나에서 마치 구름붓으로 하늘을 문지르는 것처럼 묻어나온다. 비록 시간이 걸리고 불확실할지라도 긍휼히 여기는 마음과 주의깊은 관찰이 있다면 '병'의 정체를 찾아내고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 데에는 꼭 화려한 초능력은 필요하지 않다 - 입 밖으로 이런 말을 내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지만, 카이 쿄오스케는 그것을 자신의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실력에 관계없이 내 머릿속을 믿고 맡길 수 있을만한 사람이라고, 믿을 수 있다고 구름붓의 흔적이 말해온다.
액션도, 개그도, 사회비판도 없다. 그저 몸의 상처를 치료하듯이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 신의 손은 아니지만 가장 가까이 있는 친구의 손. 그것이 [사이코닥터 카이 쿄오스케]이다. 이 소개를 보면 확실히 인기없을만도 하지만 결국 4권으로 중도하차라… 슬픈 세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출동 먹통-X
고병규 지음 / 코믹팝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부활하고야 말았다! [출동!! 먹통-X], 한국 코믹 로봇만화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며, 코믹 만화계의 거인(혹은 발 잘못 들여놨다가 빠져나가질 못하는 불쌍한 사람) 고병규 씨의 역작이다. 정말이다. 이 전에도 후에도 이런 개그+거대 로봇물은 우리나라에 존재하지 않았다. 한국만화는 정체불명의 준 일본풍 판타지 아니면 고등학생인지 최배달의 환생인지 알 수 없는 드래곤 볼 고등학교 사이드 스토리밖에 없다시피 하기에 개그물은 그렇다 치고 로봇물 자체가 극히 드물다. 기껏해야 이미 연재가 중단된 [레이븐]이나 [팬텀] 정도인데 개그와는 3만 4천 광년 정도 떨어져 있는 진지한 작품들이고.
본 내용으로 들어가서! 한심 연구소의 무가치 박사는 하나같이 쓸모 없는 물건들만 만들어 내지만, 언젠가 다가올 외부의 침략에 대비해(정말?) VX-5라는 강력한 로봇을 만들어낸다(실제로 제법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디자인이 엉망이라 주인공에게 외면당하고, 주인공 훈이는 직접 개발한 먹통-X를 타고 지구를 침공하는 악의 조직과 맞서 싸우기 위해 일어선다! 그러나 악의 거대로봇은 이미 지구방위군 전투기의 미사일에 박살난 뒤였으니…(먼산). 그렇다. 수많은 거대 로봇물과 슈퍼 영웅물에서 아무것도 하는 일 없기로 이름 높은 지구방위대가 이토록 폼나게 지구를 지키는 만화는 정말로 난생 처음이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이제 주인공들은 '고 얄미운 지구방위군 놈들'보다 빨리 전장에 도착하기 위해 개조를 감행하는데(이미 주객이 전도되어 있다). 뭐 이런 맛 가는 설정이 다 있단 말인가 라는 말은 이르다. 후반 가면 지구방위군은 '스토리상 안 나온다 치고' 그냥 안 나온다.
개그 만화에게는 살인과도 같은 내용 까발림이라고? 천만에! 이 정도로는 솜털 같은 타격도 되지 않는다! 길게 말할 것 없다 이 만화는 최강이다! 10여 년 전의 작품이지만 그 감각, 그 센스는 결코 오늘날의 작품에 뒤지지 않는다. 아니 압도적이다! 결국은 절판되었던 작품이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현대에 부활했다(본인도 서명운동에 참여했었다). 더 이상 설명 않겠다. 사라! 읽어라! 복잡한 세상 당신에게 유쾌한 웃음을 선사해 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좋은 사람 4 - 애장판
타카하시 신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멀리서 보니, 나무 같았습니다. 이 회사의 직원들이, 이 회사에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이 회사에서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마치 큰 나무 밑에 모여든 새와 동물들 같이 함께 살아가고 있겠지요. "
기타노 유지. 그는 좋은 사람이다. 절대로 화내지 않는다. 곤경에 처한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남의 일에 신경 쓰다가 정작 자신의 일에서는 인정받지도 못한다. 야망이 있다면 주변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것이고, 욕심이 있다면 주변 사람들이 눈물 흘리지 않는 것인, 그런 바보 같은 사람이다. 하지만 그 스스로는 이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믿는다. 아니, 믿음이란 말은 잘못되었다. 그에게 이것은 믿을 필요조차 없는 당연한 사실이다. 그러기에 그는 당연하게 남을 돕고, 당연하게 남의 도움을 받는다. 눈감으면 코베어가는 세상에 익숙한 주변 사람들은 처음에는 당황하고, 점차 비웃으며, 가끔씩 이용하려고 해 보다가, 이윽고 물들어 버린다. 실로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렇게 당연하게 서로를 돕는 사람들의 생활은 약삭 빠르게 이익을 찾는 사람들보다 더 만족스런 삶, 더 즐거운 생활, 더 편안한 인간관계, 그리고 더 큰 이익과 성공을 가져다준다.
정말로, 정말로 현실성이라고는 없는 동화 같은 이야기이다. 그러기에 너무나 부럽고 부러운 이상향의 이야기이다. 착한 사람은 손해 보는 세상, 세상은 도덕 교과서와 다르다는 것을 점차 깨달아가던 시기에 만난 기타노 유지는, 처음에는 당황의 대상이었고 다음에는 비웃음의 대상이었으며, 지금은 나의 동경의 대상이다. 나도 노력하고 있다. 손해를 보더라도 나보다 남을, 적어도 나만큼은 남을 생각하는 사람이 되자. 이 만화는 적어도 한 사람을 이렇게 바꿔 놓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현시연 6
키오 시모쿠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하지만 이 6권은 특별하다. 일본에서 현시연 6권에는 각 만화가들이 그린 '동인지' 가 첨부되었는데, 이걸 국내 발매하기 위해선 각 작가마다 저작권 교섭을 해야하는지라 '초판에만' 첨부되게 된 것이다. 알아서 한정판이 돼 버렸다~!!!! 북박스으으으! 무엇보다 안 살 수가 없는 게, 현시연 6권에 들어갈 예정이라는 니노미야씨의 현시연 동인지를 한 페이지 봐 버렸기 때문이다. 내가 푹 빠진 만화가답게 어딘가 에로에로한 그림체는 여전히 일품. ...역시 세 권 사야 하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쿠니미츠의 정치 25
안도 유마 글, 아사키 마사시 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지난 권, [약은 위험하다]는 내용에서 절묘하게 끊어버리는 바람에 사람 환장하게 만들었던 25권이 3개월만에 기어나왔다. 그동안 죽는 줄 알았다.
1권부터 24권까지 앞뒤없고 겁없고 상식없는 쿠니미츠의 막무가내 행동을 발판삼아 꿋꿋하게 일본 정치를 비판하던 작품은 23권부터 훨씬 더 신경쓰이는 이야기에 돌입했었는데, 지나치게 강력한 약 때문에 있지도 않은 병이 생겨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신경이 안 쓰일 리 없다. 실제로 나 역시 감기에 걸렸을 때 병원에서 주는 약이 너무 많은지라 뭔가 이상하다고는 느끼고 있었을 정도니까. 하지만 필요없는 약을 돈 벌기 위해 주는 정도를 지나, 위험한 수준까지 약을 준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페이지마다 [이것은 편집부가 직접 조사한 것입니다, 통화한 것입니다]를 붙이며 신경쓰이게 하는 주제에 정작 중요한 이야기를 3개월이나 질질 끌고 있다가 이제야 그 근거가 드러난 것이다. 이쯤 되면, [쿠니미츠의 정치]는 이미 단순한 만화책이라 할 수 없다. 이것은 사회 고발물이다!
마지막으로... 계란 속에 돈 넣은거 어떻게 한 거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