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리아 전쟁기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지음, 김한영 옮김 / 사이 / 200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처음으로 카이사르를 만난 것은 [먼나라 이웃나라]였던 것 같다. 그 다음이 [로마인 이야기], 그리고 [로마제국 쇠망사]를 거쳐 [갈리아 전쟁기]와 [내전기]에 다다른 느낌이다. 긴 여행을 해 온 듯한 느낌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이 [로마인 이야기]일 것이다. 두 권을 한 사람에게 몽땅 바친 4-5권에 깊은 감명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러기에 그 안에서 여러 번 소개되었던 [갈리아 전쟁기]는 반갑기까지 하다. 번역 면에서는 이런저런 문제점이 눈에 뜨이지만 '그것은 지금 막 발굴해낸 비석의 표면이 흐려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연애도 만능, 정치도 만능, 전쟁도 만능이었던 가장 인간적인 신이 무엇을 했고 무엇을 생각했고 무엇을 하고 싶어했는지 너무나 잘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했고, 조국의 미래를 생각했고, 그리고 유럽을 창조한 사나이.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카이사르 특유의 단호하고 적극적이며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가 가득 담긴 문맥문맥은 아름답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투덜거리고 싶은 것이 있으니, 키케로와 함께 '라틴 문법의 완성자'라고까지 불리는, 그리고 그 일류 문인이 남긴 최고의 작품답지 않게 문학적, 운율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는 없었다는 점이다. 역시 그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라틴어를 배울 수밖에 없는 건가.
...무리라고 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데스 노트 Death Note 5
오바 츠구미 지음, 오바타 다케시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마징가를 손에 넣고도 착실하게 지구를 지키는 가부토 코우지같은 별종도 있지만, 보통 어린애라면 일단 세계정복에 나서는 게 정상이다(단언). 데스노트를 손에 넣고 당장 사회정의실현에 나선 레이토의 행동은 그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세계정복, 이 얼마나 남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매력적인 울림을 가진 단어인가. '신세계의 신'이라는 레이토의 표현은 어디까지나 표현일 뿐이지 레이토가 노리는 것은 어디까지나 세계 정복이다. 뭐 이렇게까지 강조할 필요도 없지만… 말하자면 사회를 정의롭게 한다는 대의명분은 어디까지나 가장 처음의 살인을 정당화하기 위한 핑계일 뿐이고, 린다 L. 해밀턴을 죽이기 이전부터 레이토는 어긋나 있었던데다, 자기 자신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세계를 정의롭게 한다'는 키라의 선언을 두고 남들에게일망정 어린아이의 망상이라고 잘라 말할 수 있었으니까. 레이토의 발상은 공포로 타인을 지배하겠다는 테러리스트의 발상이며, 신세계를 지배하는 폭군의 발상이고,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고 가장 좋은 길보다 가장 덜 나쁜 길을 택해 조금씩 전진해간다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모든 사회구성원의 위임을 받은 '국가'에게조차도 과연 사람을 죽일 자격이 있는가 하는 것까지도 논란의 대상이 되어 사형제도가 점차 폐지되어가는 지금, 레이토가 아무리 천재고(정말?), 합리적이며(글쎄…), 도덕적이라도(이미 물 건너갔지만) 인간에게 인간을 죽일 권리는 없다. 이상주의자가 능력있고 행동력 있으면 얼마나 위험한지 단적으로 보여주었달까. 그러고보니 레이토랑 비슷한 발상을 실제로 행동으로 옮겨서 사회부적응자와 범죄자와 민족반역자를 5천만 명 정도 싹쓸이하고 제3제국의 신이 되었던 친구가 있었다.

아돌프 히틀러.

그러나 레이토는 매력적이다. 그만큼 우리는 사회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나만 해도 데스노트가 내 손에 있으면 죽이고 싶은 놈이 한둘이 아니다(먼산). 사회가 잘못된 것일까, 아니면 잘못과 오류와 시행착오를 짊어지고 조금씩 나아가는 현대 사회를 이해하기에는 아직 내 경험이 부족한 것일까? 그렇지만 나는 알고 있다. 한두 사람을 죽인다고 사회가 바뀌지 않으며, 대규모로 청소했다가는 상황이 더 혼란스러워지고 악화되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설정상) 천재소년 레이토, 역사 공부 좀 해라. 평범한 대학생 A인 나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기왕 데스노트를 쓴다면 빌게이츠 이름 써 놓고 한국의 모 군에게 전재산을 유증하도록 시킨다던가, 좋은 거 많잖아? (네놈이 더 나빠)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rydnsl 2005-09-19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이토........(..아무래도 맘에 걸려서 이거..<-)

yuy04 2006-05-07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하지만 원서 발음은 아무리 읽어도 레이토라고요! 물론 뜻이야 라이트-빛이겠지만. 달 월자 써놓고 어떻게 읽는건지 원...(영어 스펠링도 지금생각해보니 뭣하군요)
 
정들면 고향 코스모스장 3 - 완결
아치 타로우 지음, 야가미 유 그림 / 삼양출판사(만화)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원작인 라이트노벨이 있지만 내용이 같은 건 1권까지고 2, 3권은 [엘프 사냥꾼]의 작가 야가미 유우의 오리지널로 가득. 제목만 보고 따뜻한 드라마 정도로 생각하면 기절한다(경험담). 투니버스판 제목이 뭔지 알면 대강 느낌이 올 듯한데, [황당용사 욜라세다]였다. 게다가 저 제목에 19금. 어디가!? 굳이 요약하자면 긴장감이라곤 전혀 없는 개그 액션 히어로 로맨스 가족물! 이게 어느 분 분류였더라? 채찍과 촛농과 망사 스타킹과 결박이 등장하지만 전혀 야하지 않다(이것도 재주다 재주). 뭔가 야가미 유우의 취향이 230% 직격했다는 느낌. 사실 인기는 없었다. 2003년 여름 12화로 방영 종결된 뒤 2부가 안 나온다는 걸로 확실히 증명된다. 일단 재미없고 유치하고 진부하다는 3박자를 때려넣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소설, 만화, 애니 전부를 끌어모으고 있다. 파산이 눈앞이다.
[엘프 사냥꾼]에서도 보여준 것이지만, 야가미 유우는 '열심히' 그린다. 잘 그린 그림체는 아니지만 잘 그리려고 노력했다는 것이 눈에 보인다. 때문에 잘만 그린 그림체들보다 정감이 가는데, 그 그림체로 그려낸 '행복한 가족'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처음에 따뜻한 드라마로 생각하고 봤다가 난데없는 특촬물에 기절하기는 했지만, 결국은 따뜻한 드라마였다. 중요한 것은 히어로와 여성 히어로(히로인이 아님)와 외계인 우주범죄자들이 작은 집에 모여 티격거리며 살아간다는 것. 특촬물은 어디까지나 양념이랄까… 3권뿐이라는 게 유일한 단점이다.
야가미 유우의 작품은 자신있게 남에게 추천하기는 어렵지만, 나에게는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다. 그는 그런 사람이다. 설마 당신이라면 나를 배신하지 않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천연소재로 가자! 10
아소우 미코토 지음, 박선영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11월
평점 :
품절


[천연소재로 가자!]는 개인적으로 아주 아끼는 작품이다. 진지하면서도 고민스럽지 않은 분위기, 비현실적이면서도 일상적인 캐릭터, 유유하면서도 리듬감있는 전개가 무척 마음에 든다.
간단히 내용을 설명하면 순도 100% 천연 바보라고 불릴 만큼 마이페이스인 여자에게 걸려 마구마구 무너져 가는 초일류 소재들의 파멸기랄까, 자멸기랄까, 그런 내용이다(뭔가 틀려). 하지만 저 마이페이스인 여자 키타오카 후타미가 정말 멍청하거나 아무 생각없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준을 굳게 세우고 서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 나는 매력을 느낀다. 전반적으로 '어떤 위기에도 굴하지 않는 강인한 주인공'을 무척 동경하는데, 그런 중에서도 가장 현실성있고 동시에 약한 모습과 성장해가는 모습도 보여준다는 점에서 반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비록 만화 속의 인물일지라도 목표로 삼고 싶은 사람을 만나는 감각은 무척이나 기쁘다.
캐릭터가 아닌 작품 자체에서도 흥미있는 요소가 있다. 이 작품은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 즉 단편으로 시작했다가 인기를 끌어서 장기연재하게 된 케이스로, 올망졸망하게 이야기를 채워넣는 그림체인 1권과 비교해보면 이미 2권부터 그림체와 스타일이 변하기 시작해 7권쯤 가면 여백과 흐름을 중시하는, 아예 다른 만화 수준까지 가 버린다. 하지만 억지로 양을 늘리려고 한다던가 이야기를 끌어내는 느낌이 없이 자연스럽게 등장인물들의 생활을 따라가고 있다고 느껴지는 점이 훌륭하다. [그 남자 그 여자]가 15권 이후에서부터는 아무 의미없는 사건전개와 확장된 칸 크기, 억지로 페이지만 늘린 구성으로 악평을 사고 있는 데 비하면 [천연소재로 가자!]는 7권 이후에 넓은 칸과 깔끔하고 간단한 그림체라는 거의 유사한 방식을 취하고 있음에도 작품의 밀도가 옅어지지 않는 것이다. 특히, 7권 후반의 콘서트는 필견. 한 페이지에 한두 칸 들어갈까말까한 흐름이면서도 페이지 전체에서 그 박진감과 리듬을 느끼게 하는 필력은 [노다메 칸타빌레]와 [스바루]를 비롯한 극소수의 작품에서밖에 느끼지 못한 희귀하고 귀중한 것이었다.
[천연소재로 가자!]는 이 모든 것을 함께 갖추고 있는, 실로 놓치기 아까운 강렬한 작품이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이미 절판이라는 것... 기회가 된다면, 반드시 찾아보기를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십이국기 박스 세트 1
코바야시 츠네오 감독 / 뉴타입DVD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이제 양심의 가책을 받으며 p2p사이트를 돌아다닐 필요가 없다! 없어진 화를 찾아 헤멜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책장에 차곡이 DVD박스를 끼워넣을 수 있다!

시작은 단순한 차원이동 모험물로 보이지만, 이 작품의 진짜가 나오는 것은 중반 이후, 경왕이 된 다음부터다. "누구라도 당당히 고개를 들고 자신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나라"를 세우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우리 경왕님, 진정으로 경왕 요코 페하 만세~! 를 외치게 만드는 걸작. 이렇게 자신의 삶에 당당하게, 그리고 올곧게 길을 걷는 작품도 드물다.

그건 그렇고 소설을 읽어야하는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