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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소재로 가자! 10
아소우 미코토 지음, 박선영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11월
평점 :
품절
[천연소재로 가자!]는 개인적으로 아주 아끼는 작품이다. 진지하면서도 고민스럽지 않은 분위기, 비현실적이면서도 일상적인 캐릭터, 유유하면서도 리듬감있는 전개가 무척 마음에 든다.
간단히 내용을 설명하면 순도 100% 천연 바보라고 불릴 만큼 마이페이스인 여자에게 걸려 마구마구 무너져 가는 초일류 소재들의 파멸기랄까, 자멸기랄까, 그런 내용이다(뭔가 틀려). 하지만 저 마이페이스인 여자 키타오카 후타미가 정말 멍청하거나 아무 생각없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준을 굳게 세우고 서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 나는 매력을 느낀다. 전반적으로 '어떤 위기에도 굴하지 않는 강인한 주인공'을 무척 동경하는데, 그런 중에서도 가장 현실성있고 동시에 약한 모습과 성장해가는 모습도 보여준다는 점에서 반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비록 만화 속의 인물일지라도 목표로 삼고 싶은 사람을 만나는 감각은 무척이나 기쁘다.
캐릭터가 아닌 작품 자체에서도 흥미있는 요소가 있다. 이 작품은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 즉 단편으로 시작했다가 인기를 끌어서 장기연재하게 된 케이스로, 올망졸망하게 이야기를 채워넣는 그림체인 1권과 비교해보면 이미 2권부터 그림체와 스타일이 변하기 시작해 7권쯤 가면 여백과 흐름을 중시하는, 아예 다른 만화 수준까지 가 버린다. 하지만 억지로 양을 늘리려고 한다던가 이야기를 끌어내는 느낌이 없이 자연스럽게 등장인물들의 생활을 따라가고 있다고 느껴지는 점이 훌륭하다. [그 남자 그 여자]가 15권 이후에서부터는 아무 의미없는 사건전개와 확장된 칸 크기, 억지로 페이지만 늘린 구성으로 악평을 사고 있는 데 비하면 [천연소재로 가자!]는 7권 이후에 넓은 칸과 깔끔하고 간단한 그림체라는 거의 유사한 방식을 취하고 있음에도 작품의 밀도가 옅어지지 않는 것이다. 특히, 7권 후반의 콘서트는 필견. 한 페이지에 한두 칸 들어갈까말까한 흐름이면서도 페이지 전체에서 그 박진감과 리듬을 느끼게 하는 필력은 [노다메 칸타빌레]와 [스바루]를 비롯한 극소수의 작품에서밖에 느끼지 못한 희귀하고 귀중한 것이었다.
[천연소재로 가자!]는 이 모든 것을 함께 갖추고 있는, 실로 놓치기 아까운 강렬한 작품이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이미 절판이라는 것... 기회가 된다면, 반드시 찾아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