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러브 인 러브 2 - 열려라, 비밀의 탕
아카마츠 켄 지음, 하즈키 쿠로우 글 / 학산문화사(만화)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오래간만에 그리운 캐릭터들을 다시 만났다. 저 뻔뻔할 정도로 전형적인 캐릭터들이여! 개인적으로 모토코의 팬인데다가, 2권에서는 부처와 귀신을 왔다갔다하며 유부녀의 매력을 한껏 뿜어내는 츠지네 누님까지 등장하시어 상당히 행복. 나란 놈은 칼잡이 아가씨에게 너무 푹 빠져있는 경향이 있어.
하지만 아쉽다. 역시 아카마츠 켄의 장기는 저런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총출동해 벌이는 대판 소동과 논리적으로 있을 수 없는 우연들의 조합에 컷 구석구석에서 자그마하게 벌이는 바보짓들인지라 텍스트로 표현하기는 영 어려운 것이다. 만화라면 단 한 컷에도 우겨넣을 수 있는 장면을 묘사하기 위해 세 쪽을 몽땅 할애해야 하니, 속도감 수준이 아니라 거의 폭주하다시피 정신없는 아카마츠 켄의 난장판을 묘사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이다. 이것은 작가의 실력 문제가 아니라, 아카마츠 켄이 그만큼 만화에 특화된 전문가라는 문제기 때문에 어떻게 대책이 없다. 심지어는 [러브 인 러브]나 [마법선생 네기마]등의 애니메이션마저도 혹평을 받고 있는 것에는(물론 그 대부분은 저 대책없는 색감과 망가지는 작화, 막나가버린 스토리 때문이지만... 이쯤되면 아에 다른 작품 아냐.) '시간의 제약을 받기 때문에' 만화에서 보이는 경쾌한 속도감을 내보이지 못하는 것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아카마츠 켄의 캐릭터는 매력적이다. 너무나 진부하고 규정화되기는 했으되 어설프게 그 사실을 감추려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내보이며 자신의 특성을 최적화시키기에 매력적이다. 그 매력을 텍스트로도 역시 멋지게 드러내보인 것은 분명히 작가의 실력이 뛰어나다고 하겠지만, 속도감을 전혀 살려내지 못하였기에 이 작품은 부족하다. 실로 아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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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 노래 7
토우메 케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3년 10월
평점 :
절판


햇빛을 받지 못해 창백한 팔을 타고 흘러내리는 투명하게 붉은 핏줄기. 그 피를 핥는 작고 뜨거운 혀. 살기 위해 피를 마시는 남자. 먹이로서라도 그 곁에 있기를 원하는 여자. 느끼지도 못할 만큼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다가오는 죽음과 결코 도망칠 수 없다는 절망. 불필요한 선이 없이 전반적으로 날카로우면서도 거친 토우메 케이 특유의 펜선 안에서 어울리잖게 퇴폐적이고 도착적이면서도 음란한 느낌이랄까... 분위기가 엄청나게 은근하고 암울하며 흐릿해서 빠른 전개, 시각적인 자극, 사건사건의 연속에 주목하는 현대 대중문화(편견일지도)와는 크게 배치되지만, 저 느긋하면서도 숨막히는 템포에 익숙해 질 수 있는 사람에게라면 탐미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유혹을 떨치는 작품이기도 하다.
흡혈은 매력적이다. 피는 곧 생명이며, 때문에 피를 마심으로써 영생을 얻고 인간을 지배하는 흡혈귀는 밤의 귀족이자 퇴폐적이고 음란한, 아울러 매력적인 존재로 그려져 왔다(인간의 심층심리에 잠들어있는 피학욕구의 발로라는 주장도 있다). [양의 노래]의 주인공들은 스스로 "양 속에 숨어든 늑대가 아닌 이빨이 돋은 양일 뿐." 이라고 말하며 자신들 역시 보통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하지만, 불사가 아닌 필멸의 존재이며 인간을 지배하지도 않더라도 피를 마심으로써 생명을 연장하는 그들은 도착적이면서도 매력적이다. "내 피가 네 육체의 일부가 되는거야." 라... 이런 사람 미치게 만드는 대사와 은근한 매력의 난무. 직접적인 흡혈이나 근친애 장면은 없지만 그 아쉬운 연출은 미묘한 느낌의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할 만하다.
다만 억지로 만들어낸 해피엔딩이 눈에 거슬린다. 그렇게 암울하고 우울한 분위기를 멋지게 이어갔으면서 막판에 그건 뭐냐! 앙!? 아무것도 아니었다~로 끝?! 미학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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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문 샐러드 5 - 완결
니노미야 히카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2년 10월
평점 :
품절


한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난다. 그리고 그 남자에게 학창 시절의 연인이 찾아온다. 이렇게 모인 세 사람이 한 집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로 요약할 수 있는 [허니문 샐러드]는 남자 하나에 여자 둘이라는 구성 때문에 하렘물이나 러브코미디, 혹은 난잡한 성인물로 기대되는 경우가 많지만, 그 본질적인 내용은 최근들어 일본 만화의 주된 축 중 하나인 가정물이라고 생각된다.
이들 세 사람은 모두 가족이 없는 사람들이다. 불화로 가족과 멀어진 남자 나츠가와 미노리,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는 여자 사이토 이치카, 그리고 홀어머니가 죽은 여자 사이토 요코. 그런 외톨이들이 한 둥지에 모여 '가족'이 되어가는 이야기인 것이다. 19세미만 구독불가인 성인물답게 상당히 에로틱한 묘사와 표현의 수위가 높고(라기보다는 아름답달까), 성인들의 이미지에 값하는 심리 묘사와 깔끔하면서도 따뜻한 그림체 역시 작품 하나를 이루기에 부족함이 없지만, 그것만이라고 격하할 수는 없다.
분명히 미노리와 이치카는 몸을 겹친다. 그러나 그것은 성욕의 발로라기보다는 원래 가족이 아닌 남녀가 가족이 되기 위한 의식에 다름없다. 타인인 남녀가 가족이 되기 위해서는 부부가 되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입적이라고 말하면 화낼테다!). 그러기 때문에 옛 연인으로 미노리와 깊은 관계였으면서도 관계하지 않는 요코의 위치가 미묘하게 되는데, 이 '동거인이면서 가족이 아닌' 중간자적인 위치가 흔들리는 것, 그리고 그 중간자적 위치에서 흔들리는 '부부'의 관계를 받쳐주는 것이 작품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중핵을 이룬다고 할 수 있겠다. 남자 하나에 여자 둘이 아니라 사람 세 명이 한데 모여 서로를 기대는 이야기, 그것이 [허니문 샐러드]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이 이런저런 평가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작품의 마무리를 높게 평가한다. 궁금한 사람들은 직접 보기를 추천하지만, 굳이 설명하자면... '그 후로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이 정도면 행복한 결말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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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퍼홀릭 3권 - 1 - 레베카, 결혼 반지를 끼다 ㅣ 쇼퍼홀릭 시리즈 3
소피 킨셀라 지음, 노은정 옮김 / 황금부엉이 / 200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구두쇠다. 그것도 보통 구두쇠가 아니라, 돈 그 자체를 - 아니, 돈이 의미하는 액수를 사랑하는 수전노다. (가장 공감받은 책은 [나는 남자보다 적금통장이 좋다]였었지) 그런 구두쇠로서 레베카의 충동적구매현상(의학적으로는 거의 신경병리학적이지 아마)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지만, 그런 나에게도 레베카의 행동은 키득거리는 웃음을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1권에서 그렇게 생고생을 했으니 정신 좀 차렸을까 싶을 때쯤 튀어나온 2권으로 사람 어이없이 만들더니만, 2권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3권이냐!

카드명세서를 조심스레(그래, 학교 성적표보다도 더 조심스럽게) 슬금슬금 시선을 올려 목록과 액수를 바라보면서 아, 이 정도면 괜찮아, 여기까지는 낼 수 있어, 내가 이걸 왜 샀더라, 이거 좋았었지(슬슬 현실도피가 일어나고 있다), 이건 내가 산 게 아니야! 누군가가 내 카드를 훔쳐서 사용한 거야! 나는 범죄에 연루된 거라고! 그러니 나는 이 돈을 낼 필요 없음. 상황 끝, 상황 끝.

이 짓을 매달 반복하고 사는 여자라니, 절대로 가까이 가고 싶지는 않지만, 이렇게 바라보고 웃는 것만이라면 나쁘지 않다. 그건 그렇고 이번달 책 사느라 그은 20만원어치 카드 명세서가 날아올 때가 됐는데...

...낼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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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스 스파스! 4
미야케 타이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미소녀, 로리, 16세, 소꿉친구, 애인, 산탄총, 퇴마사, 유령, 키스, 저주 등등 최근 라이트 계열의 트렌드인 코드를 있는대로 우겨넣다시피 한 물건의 신작이 나왔다. 사실 이런 코드의 집합은 예전부터 드물지 않으면서도 호평을 받기 시작한 것은 역시 아카마츠 켄의 네기마 부터라고 할 수 있는데, 그때까지는 그래도 여기저기 개성을 넣으려 노력하던 것을 전면적으로 때려치우고 대놓고 코드 그 자체인 캐릭터를 만들어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이후 코드의 노골적인 사용이 크게 문제되지 않는 사회적 풍조(?)가 형성됨에 따라 나타난 묘한 물건 중 하나가 이 [스파스 스파스!] 라는 괴작이다. 단 세 명에게 러브코미드에서 쓸 수 있는 코드를 뒤섞은 것도 아니라 아예 때려박은 수준까지 우겨넣은 캐릭터들이면서도 그 막나감 자체가 제법 특성이 되기는 했었기에 기다리게 하던 녀석인지라, 신간이 반갑다. 호평까지는 아니라도 돈 쓸 가치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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