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 노래 7
토우메 케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3년 10월
평점 :
절판


햇빛을 받지 못해 창백한 팔을 타고 흘러내리는 투명하게 붉은 핏줄기. 그 피를 핥는 작고 뜨거운 혀. 살기 위해 피를 마시는 남자. 먹이로서라도 그 곁에 있기를 원하는 여자. 느끼지도 못할 만큼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다가오는 죽음과 결코 도망칠 수 없다는 절망. 불필요한 선이 없이 전반적으로 날카로우면서도 거친 토우메 케이 특유의 펜선 안에서 어울리잖게 퇴폐적이고 도착적이면서도 음란한 느낌이랄까... 분위기가 엄청나게 은근하고 암울하며 흐릿해서 빠른 전개, 시각적인 자극, 사건사건의 연속에 주목하는 현대 대중문화(편견일지도)와는 크게 배치되지만, 저 느긋하면서도 숨막히는 템포에 익숙해 질 수 있는 사람에게라면 탐미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유혹을 떨치는 작품이기도 하다.
흡혈은 매력적이다. 피는 곧 생명이며, 때문에 피를 마심으로써 영생을 얻고 인간을 지배하는 흡혈귀는 밤의 귀족이자 퇴폐적이고 음란한, 아울러 매력적인 존재로 그려져 왔다(인간의 심층심리에 잠들어있는 피학욕구의 발로라는 주장도 있다). [양의 노래]의 주인공들은 스스로 "양 속에 숨어든 늑대가 아닌 이빨이 돋은 양일 뿐." 이라고 말하며 자신들 역시 보통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하지만, 불사가 아닌 필멸의 존재이며 인간을 지배하지도 않더라도 피를 마심으로써 생명을 연장하는 그들은 도착적이면서도 매력적이다. "내 피가 네 육체의 일부가 되는거야." 라... 이런 사람 미치게 만드는 대사와 은근한 매력의 난무. 직접적인 흡혈이나 근친애 장면은 없지만 그 아쉬운 연출은 미묘한 느낌의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할 만하다.
다만 억지로 만들어낸 해피엔딩이 눈에 거슬린다. 그렇게 암울하고 우울한 분위기를 멋지게 이어갔으면서 막판에 그건 뭐냐! 앙!? 아무것도 아니었다~로 끝?! 미학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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