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의 노래 생각의나무 우리소설 1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쇠는 날에서 완성되는 것이오. 
그것은 병장기와 연장이 매한가지요.
날은 한없이 얇아져서, 없음을 지향하는 것이오.
날은 빈 것이오, 그러나 없는 것이 아니라, 있음과 없음의 사이에서 가장 확실히 있는 것이오.
또 그 위태로운 선 위에서 한없이 단단해야 하는 것이오.
날은 쇠의 혼이라 할 수 있소. 그러니 그게 어디 쉬운 일이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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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첵 필립 K. 딕의 SF걸작선 4
필립 K. 딕 지음, 김소연 옮김 / 집사재 / 2004년 1월
평점 :
품절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비롯하여 필립 K. 딕의 작품들은 겉보기엔 평화롭고 아름다우면서도 그 내면은 심각하게 비틀리고 망가진 세계를 그려내면서,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있음을 그려내는 데 탁월한 필력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 [페이 첵]의 단편들은 전반적으로 겉보기는 어쨌건 간에 심각하게 망가진 세계 안에서, 사람들 역시 망가진 채 그 세계에 매몰되어가는 모습을 보인다. 필립 K. 딕이 평소에 보이던 태도와는 많이 달라서, 뭔가 좌절했다는 느낌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이 단편들은 SF라기보다 판타지에 가깝다. 수많은 과학적 예측과 기법이 동원되면서도(당신 어디가 1950년 소설가란 말이냐아~!) 정도를 지나쳐 버려, SF적인 '있을 법한 초현실'을 그려내기 때문이다. 물론 짧지만 강력한 매력을 가득 품은 특유의 단편 내러티브는 충분. 디스토피아/카타스트로프적 카타르시스가 가득하다고나 할까. 단편의 단순한 내러티브 속에 그는 수많은 철학적 의문과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그리고 그 의문은 1980년대까지의 영화와 소설로 끊임없이 제기되었고, 21세기에 들어선 지금은 현실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기에 나는 필립 K. 딕야말로 진정한 선구자라고 부른다. 과학자들은 어떤 기술이 발달되고 어떤 미래가 다가올지를 예측하지만, SF작가들은 이런 기술을 개발하고 이런 미래를 창조하라고 제시하기 때문이다. 쥘 베른이 예측한 미래가 여기에 있고, 필립 K. 딕이 그려냈던 세계가 바로 눈 앞에 있다. 결코 아름다운 세계는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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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카노! 4 - 1932 - The Grand Punk Railroad
나리타 료우고 지음, 민유선 옮김, 에나미 카츠미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작품의 컨셉은 '따뜻함' 이랍니다.

...따뜻함?

그러니까 절대로 죽지 않는 불사신을 콘크리트에 묻어서 강물에 담가놓고 반성시킨다거나, 그런 오라버니를 구하러 온 온실 속의 처녀를 납치감금해 인질극을 벌인다거나, 불사신들끼리 목이 날아갔다가 일어서고 머리가 날아갔다가 일어서고 벌집이 됐다가 일어서는 그런 따뜻함 말입니까?
과연 이게 따뜻한건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1930년대 갱 영화같은 분위기 하나는 칙칙한 게 아주 사람 잡기는 했다. 카구라자카 아스나가 꿈꾸던 댄디한 중년들은 하나도 안 나오고 쾌활하게 미친 젊은이와 유쾌하게 미친 젊은이와 잔인하게 미친 젊은이가 추하게 미친 중년과 싸우는 갱 영화지만, 마치 흑백, 그것도 무성영화같은 그 느낌만은 충분히 살아난다. 칙칙함과 광기와 비극과 고통을 아주 적절하게 블렌딩한 칵테일이라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이 칵테일은 따스하다. 등장인물들의 마음 속은 '따스하다'. 마약에 취한 애인을 구원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웨이트리스도, 인간말종일망정 오라버니를 도와주려하는 여동생도, 죽지 않으니 긴장감이 없다며 시시덕거리고 투덜거리는 피라미 마피아들도 어딘가 찝어 말할 수는 없지만 그 기조에 '따뜻함'을 담고 있는 것이다. 내키는대로 사람 죽이는 마피아와 보호세도 제대로 못 내는 일반 시민, 정보를 마음껏 휘두르는 정보상이라는 기묘한 조합이면서도 마치 가족 같은 따듯함이 드러나보인다. 배신을 자백한 여자를 두고 저걸 자살로 위장해서 죽일까 사고로 위장해서 죽일까 그냥 찢어죽일까 고민하는 따뜻함 말야.

...이 작품은 존 펜들턴의 [킬러]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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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사냥 동서 미스터리 북스 128
리처드 스타크 지음, 양병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1월
평점 :
품절


주인공 파커는 큰 건수를 잡은 마피아다. 그런데 배신당해서 9만달러와 목숨을 날려버렸다. 10개월 뒤(태아의 임신기간이라는 점이 또 강렬) 다시 깨어난 파커는 복수를 위해 일어선다...
뭐야, 그냥 하드보일드잖아.
하지만 일반적인 느와르 혹은 하드보일드와 가장 다른 것은 이 주인공이 '나쁜 놈'이란 점이다. 나쁜 놈이다. 진짜 나쁜 놈이다. 친구를 미끼로 이용하고 아내의 머리에 총알을 박고 시체에 침을 뱉는다. 게다가 이것이 거창한 대의명분이나 명예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돈과 복수를 위해서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것보다 더 전 세계적으로 공감받을 수 있는 명제가 어디 있겠느냐마는, 공감받으면서도 차마 행하지는 못하는 일들을 가뿐하게 해치워버린다는 데(눈하나 깜빡 않는 파커의 정신구조는 이미 괴물급이다) 엄청난 매력이 있다. 사랑도 명예도 우정도 필요없다, 돈을 내놔!
작가의 묘사가 투철한 건지 실패한 건지 읽기에도 역겨운 이 남자가 얼마나 인기가 있었냐면, 인간사냥을 연재하던 당시 인기가 너무 좋아 독자들의 성화에 엔딩을 결국은 죽는 것으로 하려던 방침을 바꾸고 조직을 없애고 돈을 가지고 어디론가 떠나는 것으로 끝났을 정도였달까... 덕분에 [인간 쓰레기] 시리즈가 시작되었고, 자그마치 6개의 연작을 만들어내는 기염을 토했다. 영화화도 됐다지면 영화는 못 봤고...
...이건 볼 수밖에 없다. DVD! DVD를 내놔! 우리 동네 비디오 가게는 다 망했어!
산전수전 다 겪고 엽기로 빠져서 역겨운 구역질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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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있는 한 너희는 퇴근못한다!

...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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