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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첵 ㅣ 필립 K. 딕의 SF걸작선 4
필립 K. 딕 지음, 김소연 옮김 / 집사재 / 2004년 1월
평점 :
품절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비롯하여 필립 K. 딕의 작품들은 겉보기엔 평화롭고 아름다우면서도 그 내면은 심각하게 비틀리고 망가진 세계를 그려내면서,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있음을 그려내는 데 탁월한 필력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 [페이 첵]의 단편들은 전반적으로 겉보기는 어쨌건 간에 심각하게 망가진 세계 안에서, 사람들 역시 망가진 채 그 세계에 매몰되어가는 모습을 보인다. 필립 K. 딕이 평소에 보이던 태도와는 많이 달라서, 뭔가 좌절했다는 느낌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이 단편들은 SF라기보다 판타지에 가깝다. 수많은 과학적 예측과 기법이 동원되면서도(당신 어디가 1950년 소설가란 말이냐아~!) 정도를 지나쳐 버려, SF적인 '있을 법한 초현실'을 그려내기 때문이다. 물론 짧지만 강력한 매력을 가득 품은 특유의 단편 내러티브는 충분. 디스토피아/카타스트로프적 카타르시스가 가득하다고나 할까. 단편의 단순한 내러티브 속에 그는 수많은 철학적 의문과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그리고 그 의문은 1980년대까지의 영화와 소설로 끊임없이 제기되었고, 21세기에 들어선 지금은 현실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기에 나는 필립 K. 딕야말로 진정한 선구자라고 부른다. 과학자들은 어떤 기술이 발달되고 어떤 미래가 다가올지를 예측하지만, SF작가들은 이런 기술을 개발하고 이런 미래를 창조하라고 제시하기 때문이다. 쥘 베른이 예측한 미래가 여기에 있고, 필립 K. 딕이 그려냈던 세계가 바로 눈 앞에 있다. 결코 아름다운 세계는 아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