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또 올게 - 아흔여섯 어머니와 일흔둘의 딸이 함께 쓴 콧등 찡한 우리들 어머니 이야기
홍영녀.황안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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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리운 엄마라는 이름.....아흔 여섯의 어머니가 예순의 늦은 나이에 한글을 배워 삐뚤빼뚤 쓴 일기에 담은 가슴 속 이야기와 그 어머니의 딸이 어머니가 없는 빈 뜨락에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쓴 사모곡이 함께 담긴 책입니다. 16년 전 우연히 옷장에서 발견한 어머니의 일기장 8권! 공책에 꽉 채웠던 어머니의 가슴 속 이야기는 자식들의 손에서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그 후 절판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노후의 삶을 꾹꾹 눌러썼던 어머니의 글이 이렇게 따스한 책으로 다시 나왔습니다.

 

넉넉한 형편이었음에도 여자는 공부할 필요없다며 동생 돌보게 하고 일을 시키는 바람에 글자 모르는게 평생 한이었던, 아들 하나 어릴 때 병원 늦게 데려가 속절없이 보내야 했던 슬픔까지..... 우리 친정엄마와 너무도 꼭 닮은 홍영녀할머니 할머니의 모습에 우리 엄마도 이렇게 가슴 속에 못 풀어놓은 이야기가 많았을까 싶습니다. 홍영녀 어머니가 남기신 글은 바로 우리 친정엄마가 하시고 싶은 말씀 같습니다.

 

"내 가슴 속에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꽉 찼다......" 잠 안오는 밤 일기장 위에 남기신 글에는 어머니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평생 마음의 상처로 남은 아홉달 밖에 살지 못한 자식의 죽음, 자식들에 대한 걱정,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남편을 떠나보내고 막막하고 서러운 마음, 인생에 대한 이야기,...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모두 마음을 깊이 울리는 고운 시입니다.



육남매에게 보내는 편지는 세상의 모든 어머니가 자식들에게 해 주고픈 말입니다.

눈시울이 붉어지는 책을 덮으며 '엄마, 엄마' 자꾸 불러보게 됩니다. 눈뜬 장님으로 글을 배우지 못해 답답해하셨던 엄마, 엄마에게 한글을 가르치려다 내 조급함에 짜증을 내고 말았던 그때를 반성해봅니다. 막내딸에게 "자꾸 이자뿐다. 아이구 내가 바본갑다." 라고 한탄하시던 엄마의 부끄러움을 타박하기만 했던 못난 딸입니다. 배운 것 없어 글은 몰랐지만 돈을 헤프게 쓰는 걸 보시곤  "와? 밑에 돈이 아야하더나?" 밥투정하는 손녀에게 "숟가락이 빌러 안간다..." 정곡을 찌르는 재치있는 말로 우리를 꼼짝못하게 하셨던, 책에서는 배울 수 없는 삶의 지혜가 가득한 엄마를 생각하니 자꾸 잊어버린다고 민망해하시더라도 글을 배우게 해 드릴걸.... 콩쥐팥쥐, 춘향전,.... 재미난 동화책 읽을 수 있게 도와드릴 걸 후회가 밀려옵니다.

 

‘엄마는 상식적으로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아온 인생이 아니야. 엄마는 엄마가 할 수 없는 일까지도 다 해내면서 살았던 것 같아. 그러느라 엄마는 텅텅 비어 갔던 거야.‘ [엄마를 부탁해] 둘째딸의  독백처럼 주고 또 주어도 더 못주어 안타까워하는 우리들 어머니의 깊은 사랑을, 자식들에겐 말 못했던 어머니의 마음을 만날 수 있는 책입니다. 엄마라고 자꾸 불러보고 싶게 그리고 엄마 목소리가 듣고 싶어지는 책입니다. 그리고 전화번호 열자리만 꾹꾹 누르면 "누고?~막내가" 라고 대답해주는 엄마가 있어서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는 책입니다.

 

"엄마, 나 또 올게.".....평생을 '또 온다' 는 말에 자식을 기다리다 가신....어머니를 향해 '...전화라도 자주 해드렸다면, 엄마 곁에서 하룻밤만 더 묵었더라면.....그랬다면 엄마가 얼마나 기뻐하셨을까.'후회를 하는 큰딸의 마지막 글에 또 눈물이 납니다.

 

'책 제목처럼 "엄마, 나 또 올게." 하고 인사하지만 엄마가 세상에 안 계셔서 다시는 찾아갈 수 없는 이들은 울게 되고, 엄마가 아직 살아 계신 이들은 한 번 더 찾아뵙고 좀 더 자주 전화를 드리게 만드는 이 책을, 정든 고향집 음식처럼 천천히 맛있게 음미해보시기 바랍니다." 이해인님의 추천사처럼 언제든 "엄마~" 하고 부르면 반갑게 대답해주시는 엄마가 계셔서 너무 다행인 저는 오늘이라도 달려가서 얼굴 한 번 더 보여드리고 엄마가 쓰지 못하신 이야기 들어드리고 싶습니다.



 

http://www.kbs.co.kr/2tv/sisa/human/vod/vod%2C1%2Clist%2C81.html

책을 읽고 2005년 방송됐던 [인간극장] 홍영녀 할머니의  [그 가을의 뜨락]을 다시 보았습니다. 햇님에게 감사인사를 시작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할머니의 글을 보고 싶다는 말에 "말도 안되는 소리야"라고 쑥스럽게 내미시지만 모두 마음을 울리는 고운 시였습니다. 칠순의 나이에 손자에게 등넘어 배운 한글로 써내려간 할머니의 일기와 아낌없이 자식들에게 주고 또 주는 어머니의 마음이 짠해지는....."언제 갈지 몰러...."씨앗 봉지 하나하나 손글씨를 쓰시는 할머니, 이제는 뵐 수 없음에 마음이 아파지는 방송이었습니다. "저 이제 가요~"라는 스태프의 인사말에 "밥 먹고 가, 밥 먹고 가야지" 한달 동안 함께 했던 스태프들에게 일일이 손수 지은 채소를 건네시는 할머니의 포근한 마음을 만날 수 있는 방송도 책과 함께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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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1 ㅣ 만화 상상력 사전 3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김수박 그림 / 별천지(열린책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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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 개미를 처음 읽었을 때의 신선한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무슨 광고처럼 '이 책 참 좋은데 아이들한테 참 좋은데....어떻게 말할 수도 없고'^^처럼
아이들에게 몇 번을 건네봤는데도 좀체 반응이 늦다. 그런데 아이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만화로 나왔다. 그것도 개미를 통해 보여주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놀라운 생각들을 집약해서
보여주는 책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  

   


나도 오래전 기억을 더듬어 다시 한번 차근차근 읽어보았다. 아르헨티나의 개미 역사로 시작되는 이 책~ 지구역사나 곤충 특히 개미의 역사에 비해 너무나도 짧은 인류의 역사를 이야기함으로써 인간의 겸손함을 이끌어낸다. 개미에게 무슨 역사? 라고 무시하는 인간을 비웃듯 인류의 역사보다 더 치열한 생존역사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흰개미와 개미 사이의 세계대전이 줄잡아 3천만년에서 5천만년 동안 지구를 뜨겁게 달구었다니 어디 인간의 전쟁에 비할바가 아니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은 점점 좁아지는 시야를 넓혀주고 수많은 정보 홍수 속에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바른 자세를 배울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 읽고나면 원작에 대한 관심과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에 대한 호기심으로 그의 책을 펴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단 두페이지에 펼쳐지는 짧은 이야기에서 그 너머의 많은 의미를 전달해 주는 이상한 책
우리가 보는 부분은 마치 빙산의 일각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단지 하나의 이야기와 짧은 문장 만으로 우리에게 깊은 여운을 주니 말이다. 화물선의 냉동실에 갇힌 선원이 자신이 비참하게 고통받는 과정을 적어놓고 동사하지만 결코 얼어죽을 수 없는 온도 19도 였다는 놀라운 사실! 생각의 힘의 무서움을 느끼게 된다. 긍정적으로든 비관적으로든.......

작가의 글의 원천과 상상력의 모태가 꿈이라고 말하듯 꿈에 대한 이야기가 무척 많은 것도 특징이다. 꿈에서만큼은 자유롭다며 아침에 일어나면 전날 밤 꾼 꿈을 기억나는데까지 메모한다고 한다. 언젠가 인터뷰에서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방대한 내용에 기억력도 비상할 것 같다는 질문에 기억하고 싶은 걸 메모해 놓은것에 불과하다고 말하며 인간의 세가지 능력 기억력, 적응력, 상상력중에서 상상력을 키웠다는 작가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책이다. 

만화책이지만 (오래된 기억으로도)전에 기록해놓은 독서기록장의 내용과 거의 일치하는,
원작에 충실하게 엮은 만화라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을 위한 만화책이기도 하다.
법학을 전공하고 과학잡지의 기자로 그리고 작가로 이어진 천재작가의 백과사전지식과 건축디자인을 전공한 김수박 만화가의 특유의 익살과 재치가 담겨 유쾌하고 기발한 책이 되었다.
그의 백과사전에 담긴 내용은 개미 뿐 아니라 공룡, 돌고래, 인디언 이야기, 두려움, 숫자 0, 호르몬과 페로몬, 그리고 인간이 가져야 할 처세술 등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없습니다' 라고 말하는 작가가 들려주는 세상백과사전이다. 

 

[찾아보니 94년도 독서노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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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둘레길 - 먹고 쉬고 걸으며 여유를 만나다 ㅣ enjoy walking! 시리즈 1
강석균 지음 / 북웨이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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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하면 저같은 산행초보자는 험하다는 선입견 때문에 쉽게 마음을 먹지 못했는데 전에 조정래 작가님과 함께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걸어본 둘레길은 말 그대로 둘레둘레 걸어가는 산책길 같은 길이었습니다. 마실길, 솔샘길, 흰구름길, 옛성길, 구름정원길,.....정감있는 이름과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총13구간의 44km의 북한산 둘레길 중 소나무숲길과 순례길은 저같은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오고갈 수 있었습니다. 둘레길 13구간 중 일부만 다녀온 이후 못 가본 길에 대해 아쉬움이 내내 남았는데.....거리가 멀어 자주 가 볼 수 없기에 단순지도가 아닌 친절한 가이드책이 있었으면 했는데 마치 내 마음을 들여다보듯 북한산둘레길 책이 나왔네요.

 

국내 및 세계여행 전문가인 작가가 꼼꼼하게 안내해주는 북한산 둘레길 사용설명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13개 코스를 꼼꼼히 안내해줍니다. 3.1 운동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손병희 선생의 봉황각과 솔내음 진한 솔밭근린공원을 지나는 소나무숲길을 시작으로 마지막 우이령길까지......둘레길 뿐 아니라 북한산오름길 13코스까지 북한산이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네요. 자신의 체력에 맞는 코스를 선택할 수 있게 성인1인 기준 칼로리 소모량까지 기록해두었고 대중교통 이용편 Tip을 실은 traffic,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 명소 맛집까지 덤으로 W&T Plus에서는 둘레길 근처의 관광명소를 챙겨넣어 둘레길 트레킹 후 볼만한 근처명소를 소개해줍니다.

정보만 가득한 딱딱한 안내서가 아니라 흰구름길에서는 구름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해질무렵의 수락산과 불암산을 보기를 권하고 명상길의 구복암은 특별한 것은 없지만 한산해 명상길을 오가거나 형제봉을 오르내릴 때 잠시 들러 흐르는 땀을 닦고 가기 좋은 곳이라고, 마실길의 숨은 보석은 중간에 있는 진관사 가는 길과 삼천사 가는 길이라고 인정스럽게 말해주는, 정감있는 책입니다. 저자가 임의로 붙인 연산군묘길이나 둘레길 사이의 사잇길에서 만날 수 있는 볼거리, 역사적 유래나 흔적까지 구석구석을 다녀온 작가의 북한산에 대한 애정이 책 보는 이로 하여금 북한산으로 끌어당기네요.

 

엊그제 신문에서 둘레길이 자연파괴가 심한 정상 정복형 등산 방식을 바꿔놓았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무조건 정상을 향해서 오르는 길이 아니기에 북한산 둘레길의 또 다른 이름으로 다정한 길이라고 나혼자 붙여봅니다. 가족이 함께 친구와 함께 이웃이 함께 또 혼자여도 좋은 다정한 길이니까.....

길이 주는 의미는 참 큰 것 같습니다. 사람이 다니는 길이나 역사의 길에서도.....누군가 '길에는 주인이 없어서 걸어가는 자가 주인이다'고 말했습니다. 둘레길을 걷는 모두가 주인이 되는 북한산둘레길

친절한 안내서인 이 책 들고 계절에 따라 다른 모습, 또 함께 걷는 이와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북한산으로 향하는 건 어떨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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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이 나무에서 노래해요 -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색깔 이야기, 2010년 칼데 콧 아너 상 수상작
조이스 시드먼 글, 패밀라 자가렌스키 그림, 이상희 옮김 / 살림어린이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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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 작가도 그림을 그린 화가도 가장 좋아하는 색이 봄의 부드러운 연두색과 봄에 돋는 새싹의 녹색이라고 합니다. 마침 여기저기 새순이 올라오고 초록색 잎사귀가 봄을 완연히 알리는 이 계절
시인은 사계절을 노래합니다. 그동안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색깔의 축제가 벌어집니다.
 
사계절의 첫손님, 봄이 왔어요.
봄 내음이 뚝뚝 흘러내릴 것 같은초록색 언덕에 톡톡톡 빗방울 같은 음표가 하늘에서 내리고
마치 숨은 그림을 찾듯 표현된 빨강음표는 아이들이 자연스레 봄을 노래하게 하네요.
봄의 계절 속에는 빨강만 있는게 아닙니다. 노랑, 초록, 보라, 하양, 파랑, 갓 태어난 아기새의 보송보송 연분홍 깃털까지 마치 색깔이 마술을 보여주듯 색색깔의 축제가 벌어집니다.
바다 내음이 물씬한 계절, 여름이 왔어요.
파랑밖에 떠올리지 못하는 삭막한 우리들에게 빨갛고 작은 무당벌레, 초록 잎사귀, 여름 저녁 방충막에 붙은 나방을 기다리는 회색 개구리까지..... 생각지도 못한 곳에 색깔이 숨어있었어요. 

 
갈색하면 알록달록 단풍이 먼저 떠오르지요.
하지만 이 책 속의 가을은 다채롭답니다. 바스락거리는 초록 대신 갈색을 넣어준답니다는 표현에서 계절의 변화가 스르르 느껴져요. 동글동글 도토리 뿐 아니라 따뜻한 곳을 찾아 떠나는 기러기 울음에서도 갈색을 느끼지요. 자연 속에서 뿐 아니라 노오란 학교버스에도, 벌레먹은 시큼한 자두에서도, 연못에 빠진 하양 달에서도......
어느덧 겨울이 찾아왔어요. 추위에 발그레 물든 아이의 빰은 연분홍으로 빛나고 하늘에서 날리는 눈은 동동동 하얗게 속삭이고 다시 봄을 기다리는 초록은 나무의 심장 속에서, 힘을 북돋우는 빨강은 내 몸 속에서 두근두근 뜁니다.

자연은 그 어떤 물감보다도 다채롭다는 걸 이 그림책이 들려주고 보여주네요. 자연을 보고 또 보게 만듭니다. 그림도 마치 수채화처럼 잔잔하고 예쁘지만 한 편의 동시처럼 또 동요처럼 흥얼거리게 만드는 글도 어찌나 예쁜지요. 이 책 손에 들고 아이들과 손을 잡고 숲과 공원을 거닐어 보세요. 숲 속에 숨은 하양, 노랑, 빨강, 초록을 찾아보며 이야기 나누세요.
우리 주변에 이렇게 예쁜 색의 세계가 숨어 있었음을 새삼 알게 된답니다.
색깔이 들려주는 계절의 노래를 읽다보면 숨어있던 색깔들이 "나 여기있어" 하고 고개를 내미는 듯 합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색깔이야기] 아이와 함께 찾아보고 노래하다보면 아이의 눈과 마음이 크고 깊어질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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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무선) ㅣ 보름달문고 44
김려령 지음, 장경혜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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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책을 구입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작가와 출판사 모두 제가 좋아하는 경우입니다. 김려령 작가의 신작이며 문학동네라 바로 구입, 80년대의 '누가 그 사람을 모르시~나요" 이산가족의 아픔이 저절로 떠올려지는 그 노래제목이 어렴풋이 겹쳐지는.....다 읽고 나면 따스한 온기가 전해져 오는 책입니다.

 

어느 순간 읽으며 나는 작가에겐 슬쩍 눈을 흘기고 말았습니다. 처음에는 엉뚱하고 당돌한 제자와 백수에 가까운 오명랑 작가의 알콩달콩으로 마구 웃기더니 어느새 눈물 맺히게 하다니....
칠 년전 동화작가로 등단! 자신감과 사기가 하늘을 찔렀지만 현재는.... 스스로는 작가라고 외치나 가족들은 백수로 자타공인하는, 오명랑 작가, 가족눈치탈출작전의 일환으로 이야기 듣기 교실을 열게 됩니다. 1개월 무료 수강의 광고 덕분인지 세 명의 제자, 종원, 소원, 나경과 만나게 되지요. 자신의 가슴에 박힌 이야기,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지만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이야기 듣기 교실의 선생님이라는 직책을 이용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들려줍니다. 단지 영어학원이 가기 싫어서 이야기 듣기 교실에 온 까칠하고 시큰둥한 종원이도 동생 소원이도 작가를 꿈꾸는 야무진 아이 나경이도 어느새 이야기에 빨려듭니다. 저처럼.....


아리랑아파트 후문 앞 학교로 가는 쌍둥이들이 건널목이 없는 길을 막 건너려던 순간, 신호등 안전모를 쓴 건널목 아저씨와의 만남이 시작됩니다. 횡단보도가 없어 위태위태한 길을 아침마다 카펫건널목으로 건너게 해주는 건널목 아저씨는 아리랑아파트의 비어있던 105동 경비실로 오게 됩니다. 어느새 아저씨의 좁은 경비실은 복숭아를 건네주시던 할머니가 명절 때 내려오지 못하는 아들이야기를 하소연 할 때도 들르는 곳이고, 급할 때는 쌍둥이 아빠의 비상용화장실로도, 또 아빠의 폭력을 피해 도망친 도희의 피난처가 되기도 합니다. 어느날 도희는 아저씨와 함께 태석이, 태희 남매를 만나게 됩니다. 엄마에게 버림받고 아빠마저 병으로 세상을 떠난 세상에 오두커니 남아있는 남매는 그렇게 아저씨가 이어준 건널목으로 버텨가고 있었습니다. 진짜 건널목이 생겨 경비실에 두었던 카펫 건널목은 추운 겨울 지하방에서 보낼 아이들을 위한 온돌카펫이 되었고..... 태석이한테는 돈을 많이 벌어 올거라고, 태희한테는 쥐포를 잔뜩 사 올거라고 하며 떠났던 엄마가 2년만에 돌아왔습니다. 쥐포를 쪽쪽 빨면서 "음, 근데 엄마, 우리 왜 버렸어?" 라고 말하던 태희를 보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상처를 안고 있는 아이들이 서로를 보듬는 모습은 안스러웠구요. 무엇보다 카펫건널목을 지고 다니며 "이 길 위험합니다!" 하면서 경고하고 다니는 아저씨에 대한 고마움이 컸습니다.

자신의 아픔을 가슴에 묻고 묵묵히 매일매일 위험한 도로에서 안전한 카펫건널목을 펼쳤던 아저씨를 보며 전 우리 엄마를 떠올렸습니다.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 셋방으로 내놓은 방은 방 한 칸의 허름한 집이었지만 그 곳을 찾아온 사람들에게는 소중한 보금자리였지요. 어느날 딸과 아들을 둔 아주머니가 이사를 왔습니다. 남편이 죽었다고 말했던 아줌마에게 어느날 남편이 찾아왔구요. 알고보니 술만 취하면 때리는 남편을 피해 도망나온거였습니다. 하지만 술을 먹지 않을 때는 정말 더없이 선하고 착한 아저씨....그렇게 함게 살게된 그 아저씨는 정말 술만 먹으면 완전히 딴 사람이 되었습니다. 우리 집으로 도망오던 아줌마, 어렸던 나는 무서움에 아줌마가 제발 딴 데로 도망치기를 마음속으로 빌고 또 빌었습니다. 엄마는 우리집으로 오는 아줌마를 보호해 줄 뿐 아니라 싸우는 소리만 나도 달려나가 정말 온몸으로 막아내시는 거였습니다. 제발 다친다고 모른척 하라고 하는 내게 엄마는 자신도 모르게 가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술이 취해 발갛게 충혈된 눈으로 아내를 따라온 아저씨를 온 몸으로 막아내던, 심지어 연탄집게 등으로 위협하는 아저씨에게 "왜 이라요 아저씨 아~들을 생각하소, 먹고 살라고 이라고 열심히 사는데 아저씨가 참으소" 때로는 등짝을 때리면서 아들을 혼내듯 매섭게 혼내기도 하셨습니다. 어쩐 일인지 아저씨도 그런 엄마에게는 차마 대들지 못하곤 했는데....일하다가 허리를 크게 다친 아저씨는 몸을 움직이는게 힘들어지면서 그 후 술을 안먹게 되었고 마음이 평안해진 아주머니가 부지런히 일한 덕분에 조금 더 나은 환경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전에 살던 곳에서는 누구도 말려주는 이가 없어 항상 눈에 멍을 달고 살았다는 아줌마, 친정엄마같다며 이사 간 후에도 언제나 찾아오시곤 하셨습니다. 아빠가 엄마를 때릴 때마다 밖에 서서 울고만 있던 아이들, 맞는 엄마를 온 몸으로 막아주고 "니들이 무슨 죄고....." 다독이며  끌어안던, 좋은 학교로 진학했다는 소식에 자신의 일처럼 기뻐한 엄마를 건널목 아저씨같은 따스함으로 기억하지 않을까요.....

 

건널목이 위태위태한 사람들의 안심 그물망이라고 말했지요. 건널목이 별거 아닌 거 같아도 그 표시가 얼마나 많은 사고를 예방하는지 모른다고..... 운전자들도 보행자들도 일단 멈추려는 마음이 들게하는 건널목, 누군가에게 또 무엇으로부터 상처받더라도 좀 덜 다치게 조금 더 빨리 회복되게 하는 건널목은 누구나의 마음에 다 있을지도......단지 돌돌 말려있어서 쉽게 꺼내지 못한다고 믿고 싶습니다. 그런 마음을 도르르 펴서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오고가는 그런 건널목이 많이많이 생겼으면.....
이 책을 읽으며 내가 힘들 때 손을 내밀어 준 사람을 기억하게 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옆에 있는 사람들, 이웃들의 아픈 비명을 듣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옛날의 나처럼 귀찮은 남의 일에 얽히기 싫고 혹여 다치기 싫어서 귀를 막고 눈을 가리고 있는걸지도.....많은 사람들 사이에 건널목 씨 한 사람 더 왔을 뿐인데 아리랑아파트가 훈훈해진 것처럼 남을 배려하는 사람, 좋은 향기와 에너지를 내뿜는 사람이 하나둘 많아진다면 생각만해도 훈훈해집니다.

내가 받은 손길을 기억하고 또 한 명의 건널목 아저씨가 된 태석처럼 도미노처럼 배려와 사랑이 이어지기를 바라봅니다.
벼랑으로 내달리는 사람들의 메마른 마음, 깜박깜박이는 위태로운 빨간 마음의 신호들을 사랑과 배려로 마음이 따스해지는 초록불로 바꿔 준 건널목 아저씨의 카펫건널목이 그립다면......
내가 그런 건널목을 그려보는 건 어떨까요? 기다리지만 말고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봅시다.

 

 

때로는 힘들고 지쳐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을 테지요. 어른들도 부족한 게 많아 번쩍 안고 원하는 곳으로 옮겨 줄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덜 힘들게 덜 아프게 덜 무섭게 그 시기를 건널 수 있도록 건널목이 되어 줄 수는 있습니다.

친구라도 좋고 이웃이라도 좋습니다. 먼저 손을 내밀어도 괜찮고, 누군가 먼저 내민 손을 잡아도 괜찮습니다.

우리 그렇게 살았으면 합니다.-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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