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독의 계절 - 2025 경남독서한마당 선정 도서 ㅣ 고정순 그림책방 3
고정순 지음 / 길벗어린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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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책상에 기대고 있는 이 친구는 누구일까요?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꼬마 '고구마'랍니다. <가드를 올리고>, <무무 씨의 달그네>, <옥춘당>의 고정순 작가님의 신작, <난독의 계절>의 주인공이에요. <난독의 계절>은 글을 읽지 못하는 난독증으로 좌절하던 꼬마 고구마가 다양한 세상을 만나며 울고 웃는 좌충우돌 성장기를 담은 그림책입니다. 어린 시절 작가님은 난독증으로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글을 읽지 못하셨다고 해요. 이렇게 글을 잘 쓰시는 작가님이 난독증이었다니, 믿을 수가 없네요. 이 책이 작가님의 실제 경험을 담은 그림책이라고 하니 더욱 읽고 싶었어요. 제가 정말 정말 애정하는 고정순 작가님 책은 참을 수 없지요! 꼬마 '고구마'의 눈물 찔끔, 웃음 가득한 탄생과 성장 이야기! <난독의 계절> 만나보겠습니다!

​




고정순 그림책방 03

난독의 계절

​

글.그림 고정순

길벗어린이 / 2024.10.31.







나는 뭐든지 잘하는 아이였다.

동물 흉내 내면서 방귀 뀌기,

한밤중에 멜로디언 연주하기,

벌레랑 숨바꼭질하기.

​

희한한 일을 척척 해내는

나도 못하는 게 있었다.

나는… 글자를 읽지 못했다.




내가 글을 읽지 못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그냥 공부 못하는 아이였고

받아쓰기 시험 때마다 배가 아픈 아이였다.

​

내 머릿속에는 온통 이상한 괴물들이 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 괴물들은 내가 글자를 읽고 싶을 때마다 나타나

글자 위를 콩콩 뛰면서 나를 방해했다.


"글을 쓸 줄 모르면

생각도 마음도 전할 수 없는

답답한 어른이 되는 걸까?

… 나는 무서웠다."




추운 계절이 지나고 달빛 자장가가 내리는 어느 봄밤, 바깥세상이 궁금한 아이는 태어나고 말았어요. 쓰레기 매립지 근처 쪽방촌에서요. 도로 눈을 감고 싶었던 아이는 씩씩하게 자라기 시작했죠. 아이는 뭐든지 잘했어요. 동물 흉내를 내면서 방귀를 뀌고, 한밤중에 멜로디언도 연주하고, 벌레랑 숨바꼭질도 했지요. 희한한 것을 척척해내는 고구마에게 말 못 할 비밀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글을 읽지 못한다는 것이었어요. 받아쓰기 시험을 볼 때면 꾀병을 부리고, 어버이날 편지는 짝꿍의 것을 보고 따라 썼어요. 동생이 알려 준 준비물 '기타 등등'이란 말에 장난감 기타를 메고 학교에 가기도 했어요. 아이는 글을 몰라 순간순간 부끄러움을 느껴야 했어요.




그런 고구마의 비밀을 알게 된 사람은 언니와 친구 상숙이에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언니를 질투하고, 언니를 '언니'라고 부르지도 않던 고구마는 비밀을 들켜 버리고 말아요. 다정하고 친절한 언니는 고구마에게 글 읽는 법을 가르쳐 주었지만 소용없었어요. 언니는 한여름 땀을 뻘뻘 흘리며 고무줄놀이도 가르쳐 주었지요. 언니가 싫다던 아이는 온 동네 아이들에게 언니가 있다고 자랑을 했어요.

​

아이는 오락실 집 아이라고 놀리지 않는 상숙이와 가장 친한 친구였어요. 상숙이는 아이의 비밀을 아는 두 번째 사람이었지요. 상숙이에게 글을 읽고 쓰는 방법을 배웠지만 소용없었어요. 상숙이는 단 한 번도 화를 내지 않았고 아이는 기죽지 않고 친구를 웃겨주는 일에 최선을 다했어요. 받아쓰기를 빵점을 맞고, 밥 먹듯 나머지 공부를 해도 슬프지 않았어요. 전교에서 가장 빨리 달리고, 친구 대신 벌레를 잡아주는 웃기는 아이, 재미있는 아이였기 때문이었죠.





아직 첫눈이 오지 않았던

초겨울 어느 날.

"…행…복…!"

첫눈이 내리고

나는 글자들과 눈을 맞췄다.

​

글을 몰라 친구들에게 놀림을 속상했던 작가님의 마음을 떠올려 봅니다. 소원을 빌고 싶지만 실망할까 봐 말하지 못하는 그 마음을요. 글을 읽지 못하는 어린 작가님의 마음은 급하게 고구마를 먹은 것처럼 꽉 막힌 느낌이었을 거예요.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었을까요. 하지만 작가님 곁에는 조용히, 묵묵하게 기다려주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있었어요. 작가님은 그 덕분에 밝게 자랄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마주하게 된 '행복'이라는 두 글자는 고구마의 달달함처럼 새하얀 눈과 함께 다가왔어요. 얼마나 기뻤을까요.


https://www.instagram.com/reel/DBqmGiux-nf/?utm_source=ig_web_copy_link&igsh=MzRlODBiNWFlZA%3D%3D




꼬마 '고구마'는 고정순 작가님 그 자체라고 해요. 머리 위 불쑥 솟아있는 잎은 좋아하는 친구를 만나면 커지고, 화가 나면 파닥파닥, 기분 좋을 땐 흔들흔들 하지요. 리코더 불 때 가장 커지는 콧구멍, 화가 나거나 부끄러우면 불이 들어오는 볼, 치명적인 엉덩이를 가진 매력적인 꼬마 '고구마'의 애칭은 '달달고'에요. '달달고'='달달 고구마' 저는 작가님 인스타 라방을 통해서 '달달고'라는 애칭을 알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 전에 저희 첫째가 책을 읽으면서 말했어요. "엄마, 여기 칠판에 적힌 청소당번에 이상숙, 달달고 라고 써있어. 상숙이는 친구 이름이고, 고구마 이름이 달달고 인가?" 라고요. 저는 발견하지 못했는데 아이는 디테일한 부분까지 보고 있었더라구요. 어쨌든 매력 만점인 '달달고'를 꼭 소장하고 싶어요. 만나면 꼬옥 안아주고 싶거든요.




"자라면서 나는 무수한 '나'를

만날 것이다.

먼 훗날 나는 이 시절을

'난독의 계절'이라고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운 고구마, 꼬마 고구마의 난독의 계절을 통해 저마다 자기만의 계절을 회상해보고 앞으로 다가올 계절을 상상해보는 시간을 가져도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경험하지 않으면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세계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줄 수 있는 예쁜 마음을 배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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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대로 가족 여행 ㅣ 리틀씨앤톡 모두의 동화 40
김진형 지음, 근홍 그림 / 리틀씨앤톡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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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씨앤톡 모두의 동화 40

내 마음대로 가족 여행

​

글. 김진형 / 그림. 근홍

리틀씨앤톡 / 2024.10.25.







'내 마음대로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어릴 적에는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일들이 무척 조심스럽고 어렵게 느껴졌어요. 어른들에게 묻지 않고 내 맘대로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지요. 나이가 들어 많은 일들을 스스로 결정하고 해내야 하는 상황에 오니 '내 마음대로 한다는 것'은 엄청난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결코 마음만으로 할 수 있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도요.

​





모준이는 집에서 막내입니다. 엄마, 아빠, 그리고 사춘기 누나. 사춘기 누나의 눈치를 보느라 이리저리 치이기만 하는 모준이는 막내라서 너무 싫어요. 엄마 아빠는 예민한 누나에게 많은 부분을 맞춰줘요. 외식 메뉴도 여행 코스도 모두 누나의 의견이 먼저죠. 어느 날 아빠는 주말 가족 여행을 가자고 해요. 모준이는 이번에야말로 자신이 여행 계획을 짜 보겠다고 선언하는데….

​

"이번 여행은 내 마음대로 하게 해 주세요."



모준이는 낮은 목소리로 최대한 의젓하게 말했어요. 난감해하던 엄마 아빠는 모준이에게 어디를 가고 싶냐고 물었어요. 떨리는 마음으로 전 세계 희귀한 곤충들이 다 모여 있는 곤충 박물관이라고 하자 웬일인지 누나도 좋다고 해요. 여행 당일, 모준이는 알람이 울리지 않았는데도 눈이 번쩍 떠졌어요. 기다리고 기다렸던 하루, 드디어 모준이 마음대로 여행이 시작됐어요.

​




부랴부랴 가족들을 깨우고 여행을 떠날 채비를 하는데 늦장을 부리는 엄마, 아빠, 누나를 준비시켜 출발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가족 모두가 자기 말에 따라 움직이고,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을 정했기 때문에 무척 설레었죠. 먹방 유튜버가 소개하는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고, 바닷가에 들러 갯벌 청소도 했지만 정작 곤충 박물관은 입장 시간을 놓쳐 들어갈 수 없었어요. 속상해하는 누나를 달래며 캠핑장에 도착해 맛있는 저녁까지 먹었지만 갑자기 누나가 열이 나고 말아요.

​

엄마 아빠는 급히 해열제를 사러 가시고, 이제 누나를 지켜야 하는 건 이번 여행의 가이드 모준이뿐이에요. 무서워서 오들오들 떨렸지만 모준이는 누나를 용감히 지 켜내요. 얼떨결에 누나의 큰 비밀을 듣게 된 모준이는 누나에게 특별한 존재가 된 것 같아 감동했어요. 다음 날 곤충 박물관 견학까지 모준이의 내 마음대로 여행도 무사히 마쳤어요.




내 마음대로 다 할 수 있다면 정말 좋기만 할까요? 모준이는 막상 마음대로 여행을 하려니 신나기도 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어려운 일들이 닥치며 부담감을 느꼈어요. 엄마, 아빠, 누나의 기분이 어떤지, 표정이나 마음을 살피느라 바빴어요. 내 마음대로 한다는 것에는 그만큼의 책임이 따르는 것이었어요. 모준이의 계획대로 여행을 할 수는 있지만 동시에 모준이의 책임 하에 안전과 행복을 지켜야 하는 것이기도 했지요. 또 고집스럽게 나만의 의견대로만 하다가 소중한 가족의 마음을 다치게 할 수 있다는 점도 놓치면 안 돼요.

​

이 책을 읽고 아이들에게 여행 계획을 세우게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정권과 주도권을 주어 책임감과 배려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겠죠. 이번 주말에는 아이들의 계획에 따라 여행을 떠나보는 것 어떨까요? 엉뚱하고 발랄한 우리 아이들이 어떤 계획을 세울지 무척 기대가 되네요. 초등 저학년 친구들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 <내 마음대로 가족 여행>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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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가 하나뿐이라고? ㅣ 초록 자전거 9
장예진 지음, 문소 그림 / 썬더키즈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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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자전거 09
하트가 하나뿐이라고?

글. 장예진 / 그림. 문소
썬더키즈 / 2024.10.15.



연주와 도진이는 유치원 동창이다. 부모님끼리도 친해서 캠핑도 다니며 가깝게 지냈다. 그런데 연주네 부모님이 이혼한 후부터 서먹해졌고 언제부터인가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않는 사이가 됐다. 5학년 새 학기 첫날, 도진이는 연주와 같은 반이 되었고 연주를 좋아하는 마음까지 생겼다. 연주의 눈동자에는 반짝이는 별이 있었고, 그 별이 도진이의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 반짝이는 별처럼 예쁜 연주가 내 마음으로 저벅저벅 걸어 들어온 것이다.






5학년, 사랑에 빠질 때! 도진이는 둘밥데이에 연주에게 고백하기로 했다. 둘밥데이는 반 아이들 모두가 한 번씩은 대화해 봐야 한다며 선생님이 만든 규칙으로 번호대로 돌아가며 둘이서만 밥을 먹는 것이다. 도진이가 용기를 내어 고백했지만 연주는 단박에 거절했다. 게다가 연주에게 남자 친구가 있다니! 입맛도 싹 사라지고 한숨만 나오는데, 단짝 준혁이에게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연주의 남자 친구는 메타버스 앱에서 같이 어울리는 아이인데 아직 만난 적도 없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 좋아하는 사람한테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듣고 나니, 내 마음이 마치 휴지 조각처럼 느껴졌다.






도진이는 '메타 판도라' 앱에 접속해서 연주와 남자 친구로 보이는 아바타를 발견했다. '핑크로즈'와 '블랙썬', 둘은 한강 맵에서 자전거를 타고, 라면을 먹고, 서로 아이템을 선물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을 미행하던 도진이는 '블랙썬'의 행동이 수상하다고 느꼈다. 연주 몰래 다른 여자아이 아바타와 어울리며 연주에게 했던 행동을 똑같이 했다. 도진이는 연주에게 '블랙썬'이 바람둥이일지도 모른다며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을 다 믿으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주는 다른 친구들에게 털어놓지 못한 이야기를 나누며 가까워진 '블랙썬', 선욱이와 가까워졌고 얼굴도 모르는 선욱이가 건네는 위로의 말을 사랑이라고 믿었다.

- 나는 나도 모르게 선욱이에게 아빠 얘기를 했다. 어쩌면 메타버스라서 더 편했는지도 모른다. 털어놓고 보니 마음이 좀 편해졌다. 선욱이는 혼자만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다들 말은 안 하지만 고민이 있을 거라며, 어른스럽게 말하는 선욱이가 참 좋았다. 어쩐지 그 말이 위로가 됐다.





연주가 도진이에게 차갑게 굴었던 것은 4학년 어느 날의 일 때문이었다. 여자아이들에게 둘러싸여 괴롭힘을 당하고 있던 연주는 때마침 지나가는 도진이와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도진이는 친구들에게 이끌려 그냥 지나쳤다. 연주는 부모님의 이혼 후 상처와 스트레스 속에 지내왔고, 자신이 친구들한테 당하고 있을 때 모른척했던 도진이 이제 와서 왜 이러는 건지 이해되지 않았다. 도진이의 말에 잠시나마 선욱이를 의심해 보지만 선욱이는 연주에게 더 다정하게 대했고 연주는 진짜 현실에서 선욱이를 만나고 싶어졌다.

- 선욱이 연락을 기다리느라 구겨져 있던 내 마음은 선욱이의 농담에 금세 다리미질한 것처럼 펴졌다.





메타버스 앱에서 첫사랑을 만난 연주, 그리고 연주를 좋아하는 도진, 도진이의 짝사랑을 응원하는 준혁. 도진이는 '블랙썬'의 정체를 밝히고 위험에 빠진 연주를 구하기 위해 준혁이와 작전을 세웠다. 아직 사랑에 서툰 도진이가 과연 무사히 연주를 구해낼 수 있을까? 도진이와 연주는 어떻게 될까?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찾아온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항상 무지개와 먹구름을 함께 몰고 다닌 다는 책 소개 글에 진심으로 공감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설레고, 간질간질, 뽀글뽀글한 예쁜 감정이다. 하지만 하늘 높이 구름까지 닿을 듯 두둥실 떠올랐다가 한순간에 땅속 깊은 곳으로 숨어버리기도 하는 그런 기분을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 친구들은 아직 모를 것이다. 더구나 온라인이라는 공간은 자신을 철저히 감출 수 있고, 마냥 좋은 사람인 척할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사랑의 달콤함으로 우리의 눈을 흐리게 할지도 모른다. 아직은 어리지만 친구를 위하는 진실한 마음 하나로 성장해 나가는 연주와 도진이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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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왜 이래? ㅣ 국민서관 그림동화 287
던킨 비디 지음, 서남희 옮김 / 국민서관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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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날이 있습니다. 생각대로, 계획대로, 하루 종일 일이 안 풀리는 날. 정말로 엉망진창인 그런 날이 있습니다. 그런 하루를 보내고 나면 세상은 내 편이 아닌 것처럼 실망하고 좌절합니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길까,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을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져 나갑니다.

​

따사로운 햇살이 가득한 날 동물 친구들과 함께 모닥불 놀이를 하기로 했지만 땔감을 모으러 가는 것부터 순탄하지 않습니다. 발에는 가시가 박히고, 머리에는 혹이 생기고, 온몸은 진흙투성이가 됩니다. 몸도 마음도 엉망진창이 되어버렸을 때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다면 어떨까요? 과연 오늘은 정말 엉망진창인, 나쁜 날이기만 한 건지, 그림책 <오늘 왜 이래?> 만나보겠습니다.



국민서관 그림동화 287

오늘 왜 이래?

​

글.그림 덩컨 비디

서남희 옮김

국민서관 / 2024.10.15




곰이 동굴 밖으로 나오자 따사로운 햇살이

얼굴을 간지럽혔어요.

곰은 기분이 무척 좋았지요.

​

오늘 밤 숲에서 동물 친구들과

함께 놀 거예요.

곰은 아주 중요한 일을 맡았어요.

바로 모닥불을 피우는 일 말이죠!

​

먼저 곰은 땔감을 찾아 나섰어요.




불 피우기에 알맞아 보이는 나무토막이 곰의 눈에 띄었어요.

그것을 줍는 순간.

아얏! 아야야야야야!!!

​

앞발에 뾰족한 가시가 콕 박히고 말았어요.

진짜진짜 아팠죠!

​

곰은 쓸만한 땔감을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녔어요.

'숲 어딘가에 괜찮은 게 분명 있을 거야.'

곰은 생각했어요. 그때 갑자기…

"나무 넘어가요!"

​

"콰앙!"

나무가 기울어지며

곰의 머리를 세게 내리쳤어요.




"으악! 발에는 뾰족 가시가 박히고

머리에는 커다란 혹까지 났어!

오늘 아침엔 기분 좋았는데

이게 무슨 일이람…."

곰이 훌쩍였어요.

​

"흑흑, 개구리야!

오늘은 정말 힘든 날이야!"

곰은 그허허헝 눈물을 터뜨렸어요.

​

"걱정하지 마, 곰아."

개구리가 달래 주었어요.

"하나하나 해결하자."




여러분도 하루 종일 운이 나쁜 것 같은 느낌을 받아 본 적이 있겠죠? 곰에게도 오늘 하루는 유난히 일이 안 풀리는 날이었습니다. 오늘은 진짜 안 좋은 일만 생기는 날이라고. 이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의 운명을, 나의 운을 탓하며 나쁜 기분으로 남은 하루를 보내야 할까요?

​

곰은 개구리를 찾아갑니다. 개구리는 눈물을 쏟아내는 곰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줍니다. 다그치거나 섣부르게 위로하려 하지 않고 옆에 있어줍니다. 그리곤 조심스럽게 곰에게 이야기합니다.


"때때로 아주 작은 일들이

커다란 문제처럼 생각될 때가 있지.

하지만 찬찬히 생각해 보면,

사실 그렇게까지

큰 문제들은 아니야."

<오늘 왜 이래?> 본문 중에서


박혔던 가시를 빼내고, 작아진 혹을 어루만지고, 젖었던 땔감도 말라갈 때 즈음 불평불만으로 가득 찼던 마음이 차분해지며 한결 가벼워집니다. 안 좋았던 일들을 하나씩 들여다보면 그렇게 나쁜 하루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생각을 조금 바꿨을 뿐인데, 그렇게까지 엉망진창인 날이 아니었습니다. 곰의 하루는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을 보며 행복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

혹시 오늘 하루가 안 풀린다고 짜증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을까요? 생각을 바꿔보세요. 그래도 그렇게까지 엉망진창인 날은 아니었다고.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과 함께 이겨내보겠다고. 마법처럼 남은 시간은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 거예요. <오늘 왜 이래?>의 곰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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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밖으로
바버라 레이드 지음, 나희덕 옮김 / 제이픽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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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밖으로

(The Subway Mouse)

​

바버라 레이드 지음

나희덕 옮김

제이픽 / 2024.10.07.




닙은 지하철 생쥐야.

닙은 시끌벅적한 지하철역 플랫폼 아래 대가족에서 태어났어.

생쥐들은 그 집을 스위트폴이라고 불렀지.

​

열차가 머리 위로 우르릉 지나가는 동안 어른 생쥐들은 먹이를 모으러 다녔어.

열차가 다니지 않을 때가 되어서야 보금자리로 돌아왔지.

​

주위가 조용해지면, 늙은 생쥐들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어. 터널 끝에 대한 이야기를.

닙은 늙은 생쥐들이 이야기해 줄 때를 제일 좋아했어.





이제 먹이를 구하러 다닐 만큼 자란 닙은

지하철역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어.

거기에서 신기한 것들과 예쁜 것들,

터널의 끝을 상상하게 하는 것들을 발견했지.

닙은 그 물건들을 집으로 가져오기 시작했어.

​

닙은 비어 있는 한구석에 아늑한 은신처를 만들었어.

집에 돌아와 세수를 하고, 알록달록한 보물들에 둘러싸여 행복하게 잠이 들었지.

꿈속에선 터널 끝으로 여행을 떠났어.




"잘 있어!" 닙이 총총걸음을 지나가며 사촌들에게 말했어.

"너희가 내 집에서 살아. 난 터널 끝으로 갈 거야."

​

터널은 끝없이…… 끝없이…… 끝없이 이어졌어.



읽고 싶은 그림책을 만나면 표지를 한참 보다가 책장 한편에 꽂아둡니다. 그러고는 책을 만나기 전보다 더 많은 기대와 상상을 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아끼고 아꼈다가 날씨가 좋은 날, 책을 펼쳐봅니다. 그렇게 만난 오늘의 책은 <터널 밖으로>입니다. 터널 끝에 보이는 파란 하늘이 보이나요? 끝이 보이지 않는 철길을 지나 드디어 터널 밖으로 간 생쥐 닙의 이야기는 많은 느낌표와 물음표를 선물해 주었습니다.

​

지하철역 어딘가 낡고 어두운 곳, 불쾌한 냄새까지 날 것 같은 곳에 닙은 살고 있었어요. 하지만 닙은 좋아하는 '보물' 들을 모아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요. 모두들 단잠에 빠져 있을 때 초롱초롱 반짝이는 눈을 뜨고 늙은 생쥐의 이야기를 들어요. 터널 끝 세상을 상상하고 꿈꾸는 것만으로도 이미 행복한 닙이네요.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했겠지요. 늙은 생쥐들의 이야기는 그냥 이야기일 뿐일까? 이제는 아무도 가지 않는, 잊혀진 모험 이야기인 것일까?

​

자신의 은신처가 방해받자, 닙은 집을 나서요. 다른 쥐들의 비웃음을 뒤로하고 터널 끝으로 가겠다고 하죠. 낯선 곳에서 만난 롤라와 친구가 되어 함께 하지만 이내 지쳐버려요. 그만두겠다는 롤라와 계속 가야 한다는 닙. 터널 밖 세상은 어떤 곳일지, 그 끝에는 뭐가 있을지 그런 상상을 하는 가운데 우연히 주운 깃털 하나로 닙은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요.


"드디어 터널 끝이구나."

닙은 숨을 크게 쉬었어.


드디어 터널 밖으로 나온 닙과 롤라. 터널 끝은 닙이 상상한 것보다 더 위험한 곳이었죠. 닙이 꿈꾸던 것보다 더 아름다운 곳이기도 했고요. 그들이 밟은 땅은 촉촉한 잔디에 예쁜 꽃이 피어있는 아름다운 곳,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요. 이제 닙이 원하는, 바라는 삶을 살 수 있게 된 걸까요? 터널 끝에 이르러 닙은 숨을 크게 쉬었어요. 그것은 안도의 숨일까요, 기대의 숨일까요, 불안의 숨일까요? 드디어 도착했다는 안도감, 새롭게 펼쳐진 세상에 대한 기대감, 어딘가 도사리고 있을 위험에 대한 불안감. 이 모든 것들이 복합적으로 들어있지 않았을까 상상해 봅니다.

​

유토로 빚어 사진으로 찍어냈다는 작품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에요. 진짜 쥐가 생각날 만큼 리얼해서 조금은 소름 끼쳤어요. 늙은 생쥐의 이야기를 듣는 장면은 오골오골 모여있는 쥐들이 징그럽기까지 했어요. 어두운 터널, 낡은 벽, 벽의 갈라진 틈, 닙 은신처에 있는 각종 보물들까지 장면마다 어떻게 이런 작업을 할 수 있는지 감탄했어요. 책과 함께 온 소책자는 귀하게 보관해야겠다 생각했어요. 작가님의 작업 과정 소개 글이나 하브루타에 활용할 수 있는 질문들, 꽃님에미님의 글까지 이렇게 알찬 소책자는 처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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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하지요. 무언가에 도전하지 않으면, 행동하지 않으면 성공도 실패도 없을 거예요. 터널 끝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지만 용기 내어 보자고요. 가보지 않고는 알 수 없어요. 우리도 닙처럼 상상하고, 꿈꾸며 앞으로 나아가 보길 바라며 <터널 밖으로> 소개를 마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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