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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밖으로
바버라 레이드 지음, 나희덕 옮김 / 제이픽 / 2024년 10월
평점 :

터널 밖으로
(The Subway Mouse)
바버라 레이드 지음
나희덕 옮김
제이픽 / 2024.10.07.


닙은 지하철 생쥐야.
닙은 시끌벅적한 지하철역 플랫폼 아래 대가족에서 태어났어.
생쥐들은 그 집을 스위트폴이라고 불렀지.
열차가 머리 위로 우르릉 지나가는 동안 어른 생쥐들은 먹이를 모으러 다녔어.
열차가 다니지 않을 때가 되어서야 보금자리로 돌아왔지.
주위가 조용해지면, 늙은 생쥐들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어. 터널 끝에 대한 이야기를.
닙은 늙은 생쥐들이 이야기해 줄 때를 제일 좋아했어.


이제 먹이를 구하러 다닐 만큼 자란 닙은
지하철역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어.
거기에서 신기한 것들과 예쁜 것들,
터널의 끝을 상상하게 하는 것들을 발견했지.
닙은 그 물건들을 집으로 가져오기 시작했어.
닙은 비어 있는 한구석에 아늑한 은신처를 만들었어.
집에 돌아와 세수를 하고, 알록달록한 보물들에 둘러싸여 행복하게 잠이 들었지.
꿈속에선 터널 끝으로 여행을 떠났어.


"잘 있어!" 닙이 총총걸음을 지나가며 사촌들에게 말했어.
"너희가 내 집에서 살아. 난 터널 끝으로 갈 거야."
터널은 끝없이…… 끝없이…… 끝없이 이어졌어.

읽고 싶은 그림책을 만나면 표지를 한참 보다가 책장 한편에 꽂아둡니다. 그러고는 책을 만나기 전보다 더 많은 기대와 상상을 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아끼고 아꼈다가 날씨가 좋은 날, 책을 펼쳐봅니다. 그렇게 만난 오늘의 책은 <터널 밖으로>입니다. 터널 끝에 보이는 파란 하늘이 보이나요? 끝이 보이지 않는 철길을 지나 드디어 터널 밖으로 간 생쥐 닙의 이야기는 많은 느낌표와 물음표를 선물해 주었습니다.
지하철역 어딘가 낡고 어두운 곳, 불쾌한 냄새까지 날 것 같은 곳에 닙은 살고 있었어요. 하지만 닙은 좋아하는 '보물' 들을 모아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요. 모두들 단잠에 빠져 있을 때 초롱초롱 반짝이는 눈을 뜨고 늙은 생쥐의 이야기를 들어요. 터널 끝 세상을 상상하고 꿈꾸는 것만으로도 이미 행복한 닙이네요.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했겠지요. 늙은 생쥐들의 이야기는 그냥 이야기일 뿐일까? 이제는 아무도 가지 않는, 잊혀진 모험 이야기인 것일까?
자신의 은신처가 방해받자, 닙은 집을 나서요. 다른 쥐들의 비웃음을 뒤로하고 터널 끝으로 가겠다고 하죠. 낯선 곳에서 만난 롤라와 친구가 되어 함께 하지만 이내 지쳐버려요. 그만두겠다는 롤라와 계속 가야 한다는 닙. 터널 밖 세상은 어떤 곳일지, 그 끝에는 뭐가 있을지 그런 상상을 하는 가운데 우연히 주운 깃털 하나로 닙은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요.
"드디어 터널 끝이구나."
닙은 숨을 크게 쉬었어.
드디어 터널 밖으로 나온 닙과 롤라. 터널 끝은 닙이 상상한 것보다 더 위험한 곳이었죠. 닙이 꿈꾸던 것보다 더 아름다운 곳이기도 했고요. 그들이 밟은 땅은 촉촉한 잔디에 예쁜 꽃이 피어있는 아름다운 곳,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요. 이제 닙이 원하는, 바라는 삶을 살 수 있게 된 걸까요? 터널 끝에 이르러 닙은 숨을 크게 쉬었어요. 그것은 안도의 숨일까요, 기대의 숨일까요, 불안의 숨일까요? 드디어 도착했다는 안도감, 새롭게 펼쳐진 세상에 대한 기대감, 어딘가 도사리고 있을 위험에 대한 불안감. 이 모든 것들이 복합적으로 들어있지 않았을까 상상해 봅니다.
유토로 빚어 사진으로 찍어냈다는 작품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에요. 진짜 쥐가 생각날 만큼 리얼해서 조금은 소름 끼쳤어요. 늙은 생쥐의 이야기를 듣는 장면은 오골오골 모여있는 쥐들이 징그럽기까지 했어요. 어두운 터널, 낡은 벽, 벽의 갈라진 틈, 닙 은신처에 있는 각종 보물들까지 장면마다 어떻게 이런 작업을 할 수 있는지 감탄했어요. 책과 함께 온 소책자는 귀하게 보관해야겠다 생각했어요. 작가님의 작업 과정 소개 글이나 하브루타에 활용할 수 있는 질문들, 꽃님에미님의 글까지 이렇게 알찬 소책자는 처음이에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하지요. 무언가에 도전하지 않으면, 행동하지 않으면 성공도 실패도 없을 거예요. 터널 끝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지만 용기 내어 보자고요. 가보지 않고는 알 수 없어요. 우리도 닙처럼 상상하고, 꿈꾸며 앞으로 나아가 보길 바라며 <터널 밖으로> 소개를 마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