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 ㅣ 책고래 모두의 그림책
조은희 지음, 최희옥하다 그림 / 책고래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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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그림책
한 남자

글_조은희
그림_최희옥하다
책고래 / 2026.9.25.

여러분은 '한 남자'라고 하면 어떤 사람이 떠오르나요? 아들, 남편, 아버지... 혹은 지금 연애 중이라면 사랑하는 남자친구 또는 애인... 저마다 누군가를 떠올리겠죠? 애절한 목소리로 마음을 울렸던 가수 김종국의 <한 남자>를 그림책으로 만나게 되어 소개합니다. 남녀의 사랑 이야기로만 즐겨 들었던 노래 <한 남자>가 그림을 만나 어떻게 다가올지 정말 궁금하네요. 오늘은 조은희 작가, 최희옥하다 작가의 <한 남자>입니다.

참 오래됐나 봐
이 말조차 무색할 만큼

네 눈빛만 봐도
널 훤히 다 아는 네 친구처럼

너의 그림자처럼

늘 함께했나 봐
네가 힘들 때나 슬플 때

외로워할 때도
또 이별 앓고서 아파할 때도
네 눈물 닦아 준

한 남자가 있어
널 너무 사랑한
한 남자가 있어
사랑해 말도 못 하는

네 곁에
손 내밀면 꼭 닿을 거리에

자신보다 아끼는
널 가진 내가 있어

그림책 <한 남자>는 딸을 향한 아버지의 마음으로 새롭게 해석되었어요. 여기 한 남자가 있어요. 딸이 태어난 그 순간부터 늘 그녀의 곁에 있어요. 함께 놀고, 함께 뛰고, 넘어지면 손잡아 주는... 그는 그림자처럼 딸의 곁에 함께 해요. 그렇게 아빠가 딸과 함께 보낸 시간들은 마음속에 한 장씩 켜켜이 쌓여요. 아빠에게 마냥 다정했던 딸이 사춘기가 와서 방문을 닫아버렸을 때도 그저 묵묵히 바라보며 자리를 지켜요. 자신의 삶을 향해 나아가는 딸에게 아낌없이 응원을 보내요.

익숙한 노랫말에 새로운 서사가 더해진 그림책 장면을 한 장씩 따라가다 보니 마음이 찡해졌어요. 딸의 곁을 지키면서도 정작 사랑한다는 말은 건네지 못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거든요. 사랑하지만 쑥스러워서 표현하지 못하고, 수많은 걱정 앞에서도 괜찮은 척하며, 곁에 있고 싶지만 아이를 응원하며 한 걸음 물러나 있는 마음들. 비단 딸을 향한 아버지의 마음 만은 아닐 거예요. 가족을 향한 사랑, 서로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일이 서툰 우리네 가족의 이야기이기도 해요.

한 사람을 향한 사랑을 이야기한 노래가 딸을 바라보는 아빠의 마음으로 옮겨 오면서 이제는 가족을 향한 따뜻한 이야기로 다가오네요. 자주 흥얼거리며 불렀던 노래는 어느새 또 다른 해석과 그림이 더해져 새로운 이야기로 태어났어요. 그림책 <한 남자>를 읽고 나서 누가 떠오르나요? 자신의 아버지를, 지금 곁에 있는 가족을, 그들에게 건네지 못했던 말들을 떠올리며 조용히 미소 짓고 있지 않나요? 두고두고 기억될 그림책 <한 남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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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난 도토리 ㅣ 풀빛 그림 아이
조은수 지음, 안태형 그림 / 풀빛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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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난 도토리

글_조은수
그림_안태형
풀빛 / 2026.9.30.

가을바람이 살랑 부는 요즘, 둘레길을 걷다 보면 만나게 되는 친구가 있어요. 톡 토토토톡! 발밑 아래로 떨어지는 귀여운 녀석들! 바로 도토리랍니다. 가을 산에서 만날 수 있는 보물! 데굴데굴 도토리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만나보았어요.

톡 토토토토톡
도토리들이 떨어졌어요.

"앗, 나만 모자가 벗겨졌어!"

우하하 웃긴다! 쟤 좀 봐!
민둥민둥 도토리~
맨둥맨둥 도토리~

도토리는 너무 창피해서 있는 힘껏 달아났어요.
그러다가 그만

또르르르르 떼굴떼굴 떼구르르르
언덕을 미끄러졌는데

"으아, 도토리 살려!"

어느 가을날, 바닥으로 떨어진 도토리들 사이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요. 혼자만 모자가 벗겨져 맨둥맨둥해진 한 친구를 보고 친구들이 놀려댔지요. 민망함에 도토리는 달리기 시작하는데요. 그만 언덕에서 미끄러져 떼구르르르 굴러갑니다. 이 정도면 만신창이가 되었을 법도 한데요. 험난하지만 모험 가득한 일들을 마주하게 돼요. 씽씽~ 나뭇잎 썰매를 신나게 타더니 강물에 퐁당~ 빠져요. 물고기 입속으로 꼬르르르르~ 하지만 도토리를 문 물고기를 물수리가 휙~ 낚아채 하늘을 훨훨~ 날아요. 그렇게 정신없이 굴러떨어진 곳은 어느 풀숲! 겨우 정신을 차린 도토리는 풀숲 가득 멋진 보물들을 만나게 돼요. 풀숲이 아무 대가 없이 내어준 보물 같은 모자들을 하나씩 머리에 얹어보며 행복을 느낀 도토리였어요. 우리 친구들도 가을 숲에서 마주하게 될 보물이 무엇일지 정말 궁금하죠? 오늘은 귀여운 도토리 친구의 모험 가득한 <달아난 도토리>를 읽고, 도토리 주우러 밖으로 나가볼까요? 도토리와 함께 만나게 될 보물들을 상상하면서 <달아난 도토리>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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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날아! ㅣ 나무자람새 그림책 42
세르조 올리보티 지음, 줄리아 파스토리노 그림, 양혜경 옮김 / 나무말미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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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자람새 그림책 42
날아라 날아!

글_세르조 올리보티
그림_줄리아 파스토리노
번역_양혜경
나무말미 / 2026.9.15.

이 멍텅구리야!
날개가 있어도 날지를 못하네.
하하하!
<날아라 날아!> 본문 중에서

암탉은 날지 못한다는 이유로 숲속 새들에게 놀림을 받았어요. 꾹 참고 있던 암탉의 마음이 '툭' 하고 터져 버렸어요. 암탉은 새들의 말에 큰 상처를 받았어요. 암탉은 언제나 자신을 사랑했어요. 자신에게 장점이 많다고 생각했거든요. 암탉의 달걀은 컴퍼스로 그린 것처럼 완벽했고, 빨간 점박이 깃털은 모두가 부러워할 만큼 아름다웠지요. 상처받은 암탉은 울면서 집으로 뛰어갔어요.

그 모습을 본 칠면조는 이렇게 말해요. "내게 맡겨. 당장 가서 그 악당들 깃털을 모조리 뽑아 버릴 테야!" 남의 일에 끼어들기 좋아하는 키위 할아버지는 혀 짧은 소리로 "저 녀억들 가만두면 앙 되지. 당장 가어 내 부리로 호되게 홍내 줘야게떠!" 라고 말했어요. 따뜻한 곳에서 일주일 동안 휴가를 보내기로 마음먹은 펭귄이 암탉 네 집 안으로 들어왔어요. 자초지종을 들은 펭귄은 심하게 짜증 내며 말했어요. "빙하 천 개를 걸고! 저도 날 줄 몰라요. (...) 저 싸구려 깃털 녀석들에게 예의가 뭔지 가르쳐 줘야겠어요. 멸치처럼 몽땅 쓸어다가 부리를 꽁꽁 묶어서 다시는 헛소리 못 하게요!"

그 후로도 휴가 중이던 도도, 일사병에 걸린 타조, 캠벨 작은 오리, 카수아리까지 모두 암탉의 이야기를 듣고 분노했어요. 이들도 날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거든요. 날지 못하는 새들은 모두 자신의 일처럼 속상한 감정을 표현하며 복수할 방법을 이야기해요. 하지만 정작 암탉은 새들의 거친 동요를 보며 폭력적인 보복 대신 생각의 힘을 모아보려 해요.

진정해요!
그게 정말 옳은 걸까요?
잠깐만 차분히 생각해 봐요.
<날아라 날아!> 본문 중에서

과연 날지 못하는 새들은 자신들을 비웃던 새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비웃던 새들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드는, 폭력과 보복 대신 이들이 선택한 통쾌한 한 방은 무엇이었을까요? 날지 못하는 새들의 개성 만점 수다스러운 대사와 오일 파스텔의 따뜻한 질감, 쓱쓱~ 과감하고 유쾌한 드로잉이 주는 시각적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날아라 날아!> 남들과 다른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통통 튀는 상상력과 끈끈한 연대로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는 그림책으로 추천합니다! 날갯짓 한 번 하지 않고도 우리는 날아오른다! <날아라 날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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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커튼콜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34
이근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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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모음 청소년 문학 134
봄날의 커튼콜​
이근미 장편소설
자음과모음 / 2026.9.16.

고등학교 1학년 권희는 피시방에서 아빠와 함께 저녁을 해결해요. "아빠 결혼한다." 아빠는 쫄면을 먹으며 지나가는 말처럼 툭 내뱉었어요. 엄마와 아빠는 이혼했지만 엄마가 버젓이 있는데 아빠는 어떻게 저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걸까요... 권희는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엄마 아빠랑 지희랑 다시 살 수 있을 거란 기대가 한순간에 무너져 속상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어요. 그리고 며칠 후 권희 앞에 '새엄마'가 나타났어요.

동화나 소설 속의 '새엄마'는 대개 친엄마에 비해 못된 성품을 가진 나쁜 사람이죠. 현실에서 새엄마와 엇나가는 자녀의 모습은 비일비재하고요. 하지만 권희 앞에 나타난 새엄마는 조금 다른 듯해요. 권희에게 필요한 것들을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알뜰살뜰하게, 때로는 단호하게 짚어주네요. 권희는 자신에게 천사처럼 대해주는 새엄마에게 이끌리면서도 우울증을 앓으며 지희와 둘이 살고 있는 엄마의 힘든 모습에 괴로워해요. 엄마와 살 때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네. 네.'만을 반복했던 아빠가 할머니 앞에서 새엄마 편을 드는 모습도 권희에겐 낯설고 힘들게만 느껴져요. 새엄마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며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을 느끼는 권희의 모습이 정말 안타깝게 다가왔어요.

누구나 마음에 깊은 연못을 하나씩 갖고 있는 걸까. 친구들의 사연을 듣는 것만으로 위안되고 마음이 정화되는 건 무슨 연유일까. 나도 친구들 앞에서 내 연못의 물을 길어 올려, 탁 터놓고 얘기할 수 있을까.
<봄날의 커튼콜> p. 49

"너도 더 크면 알겠지만 마음 길이란 그대로 죽 가야지 되돌아오기 힘든 길이야. 빨리 가거나 힘없이 천천히 갈 수는 있지. 그래도 그냥 앞으로만 가는 거야. 아빠하고 엄마 마음은 이미 각자의 방향으로 멀리 가 버렸어. 사람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게 마음인데, 마음을 멀리 떼어 놓고 같은 집에 사는 게 무슨 소용일까." (...)
먼 길 떠나 이미 그 길에 익숙해진 마음들, 그 마음들이 가고픈 곳으로 가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봄날의 커튼콜> p. 175

한편 권희는 친구들의 권유로 교회 뮤지컬 창작팀을 들어가게 돼요. 그동안 가족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제대로 가져본 적이 없었는데 뮤지컬 넘버의 가사를 쓰고, 노래에 연기까지 해야 한다니 막막할 뿐이었어요. 하지만 함께하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많은 것들을 깨닫게 되었어요.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던 친구들도 각자의 사연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요.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들은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아이가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그것을 누릴 수 없는 권희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읽고 제 마음속에 잔잔한 물결이 일렁거리는 것을 느꼈어요. 사랑과 존중이 필요한 우리 아이들이 어른들의 못난 이기심 때문에 상처받지 않기를... 그리고 인생의 험난한 과정 안에서 단단하고 따뜻한 응원을 보내줄 수 있는 어른들이 아직은 더 많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권희와 친구들의 성장 스토리가 더 궁금하신 분들은 지금 바로 <봄날의 커튼콜>과 함께 하세요. 서툴지만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우리 아이들의 새로운 시작을 함께 응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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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꽃 ㅣ 독깨비 (책콩 어린이) 94
에브 파트노드 지음, 제님 옮김 / 책과콩나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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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꽃

글.그림_에브 파트노드
번역_제님
책과콩나무 / 2026.08.10.

내 이름은 테아다.
하지만 나는 테아가 아니다.

진짜 테아는 저택 서쪽 별관에 있는 자기 방에 누워 있다. 병으로 이 년째 침대에 누워 있다.

나에게 입력된 정보에 따르면, 십 대 소녀에게는 이런 삶이 일반적이지 않다. 나는 테아가 그 시기를 잘 건너가도록 설계되었다.

나는 기억을 담는 자동인형이다.
테아와 똑같은 모습으로 만들어졌다.
똑같이 창백한 얼굴빛,
똑같이 어깨에 닿는 머리카락,
똑같이 우아하고 가냘픈 몸.
나 역시 차분하고 약간 쉰 듯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테아와 달리
나는 일어서고, 걷고, 달릴 수 있다.
나의 기계 몸은 병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나는 테아를 대신해 살아갈 수 있다.

희귀한 병으로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서 보내는 소녀 테아, 그리고 자신의 빈 시간을 대신 살아주는 자동인형, 테아가 있다. 매일 아침 테아는 침대에서 눈을 뜨고, 몸은 지쳐있고 아프다. 오늘도 그냥 침대에 누워서 쉬어야겠다는 테아에게 부모는 약을 먹인다. 자동인형 테아는 잠든 테아를 대신하여 낮 동안 동물원, 박물관, 놀이공원과 숲을 돌아다니며 아름다운 풍경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저장한다. 그렇게 모은 기억을 밤마다 테아에게 전송한다. 그렇게 테아는 직접 경험하지 못한 삶을 자동인형 테아가 전송하는 기억으로 간직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점점 기억이 쌓여갈수록 자동인형 테아는 자신과 테아의 경계가 흐려진다. 자신이 누구인지, 정체가 무엇인지 혼란스러워하며 자신의 기억과 테아의 기억을 구분하지 못한다. 어느 날인가 테아는 깊은 잠에 들지 못한다. 자동인형 테아는 기억 전송을 실패하고, 테아는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테아는 자동인형 테아의 기억으로 채워진 삶 보다 자신의 진짜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한다. 자동인형 테아는 처음으로 테아의 바람을 받아들여 그녀를 정원으로 데리고 나가고, 서로 다른 존재임을 깨닫는다.

처음 이 이야기를 읽었을 때는 '도대체 무슨 내용이지?'라는 느낌을 받았다. 제목 <유리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한참을 생각했다. 한 장 한 장 천천히 다시 읽으면서 조금은 깨달았다. 자동인형 테아는 테아를 대신해서 살아가지만 결코 테아가 될 수는 없다. 기술의 발달로 정교하게 기억과 경험을 전송할 수 있더라도 그것이 완벽하게 한 사람의 삶 자체를 대신할 수는 없다. 유리꽃이 실제 꽃과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정교하게 만들어졌지만 진짜 꽃, 식물이 아니듯이. 미래 기술은 인간의 삶을 도울 수는 있지만 삶 자체가 될 수 없다는 깊은 울림을 남기는 <유리꽃>을 한 번쯤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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