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파산 - 2014년 제2회 한국경제 청년신춘문예 당선작
김의경 지음 / 민음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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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막아야겠는 단어가 있다. 이들의 특징은 점점 늘어나고, 위치를 모르며, 넘쳐난다는 특징이 있다. 종북, 무슨사회, 힐링, 청춘, 전세, 등등.


단어의 잘못은 아니다. 그것을 쓰는 사람들이 소리를 괴로운 것으로 만들었다.

 

몰랐다는 듯 단어의 뜻을 찾는다. 청춘은 만물이 푸른 봄철이라는 뜻으로 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에 걸치는, 인생의 젊은 나이, 또는 그 시절이라고 한다. . 청춘이구나


나도 모르게 올라간 두 팔을 슬그머니 내린다.


의외도 있다. 이런 뜻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파산의 설명은 이렇다. 중세 이탈리아에서 대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된 상인들이 장사하던 좌판을 부숴버리고(banca rotta) 더 이상 장사를 할 수 없음을 알린데서 유래했다고파산을 설명한 마지막 줄에서 피식 웃음이 난다.


공산주의나 사회주의에서는 파산이라는 게 없다.’

 

그러니까 청춘 파산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능한 단어의 조합이다. 봄날을 다 부숴버리고 더 이상 청춘 하지 않겠다는 말로도 들린다.

 

그리고 소설은 '개포동' 365쪽에서 끝난다.

 

마침내 365쪽이라는 질량을 갖췄다. 주인공은 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중간태, ‘노련한 알바라는 새로운 종족으로 태어난다. 서울, 뜻도 모르고 값 치솟은 동네의 오래된 이름을 하나씩 부르며 봉고는 골목을 잘도 돈다. 뿌려지는 상가수첩. 상가수첩이 어떻게 생긴 것인지 떠올리기도 전에 포장하는 손놀림이 눈앞에 오간다.


청춘과 파산 사이는 어떤 의문도 없이 이어진다. 아주 동떨어진 두 개의 단어는 원래 하나의 단어였다는 듯이 불린다. 이 소설은 어떤 욕심도 없이, 인주의 이야기를 하는 것에만 집중한다. 인주는 열심히 산다. 수십 가지 알바를 하면서. 나도 별 말 없이 묵묵하게 듣는다. 소설로 알게된 사실. 일단 개인 파산을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우선 법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법언어를 이해하고 대응하는 일은 어려우므로 법무사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돈이 없으면 파산도 어렵다! 그래서 책도 나온다. 일반인들에게 법을 이해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책. 허탈한 웃음이다. 인주는 엄마의 사업 실패로 파산 신청을 하고도 돈을 빌리지도 않았는데 쫓긴다. 그런데 그는 늘 법원의 이름과 함께다. 법은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는 곳에서 남발한다.

 

저 세 장 파지 냈는데 그럼 4원 거슬러 주시는 거죠? 21

 

대화의 일부분이다. 받아치는 노련함 같은 건 모르겠고, 피곤하다. 먹고 사는 일을 생각한다. 먹고 사는 일이 즐거운 사람들을 생각한다. 동시에 괴로운 사람들을 떠올린다. 바람이 많이 불고 비가 섞여 내린다. 나는 그곳의 어디쯤인지 생각한다. 청춘 파산은 좋지 않은 단어다. 서로를 몰라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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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4-04-10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렇군요. 청춘과 파산이 서로 모르는 사이였으면 좋겠네요.
그나저나 소설은 별다른 매력이 없나 봅니다.

봄밤 2014-04-10 21:56   좋아요 0 | URL
어떻게 응원할 수 있을지 곰곰했는데,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제가 읽어내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