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생각이 들었다.……조르바는 학교 문 앞에도 가보지 못했고 그 머리는 지식의 세례를 받은 일이 없다. 하지만 그는 만고풍상을 다 겪은 사람이다. 그래서 그 마음은 열려 있고 가슴은 원시적인 배짱으로 고스란히 잔뜩 부풀어 있다. 우리가 복잡하고 난해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조르바는 칼로 자르듯,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고르디아스의 매듭을 자르듯이 풀어낸다. 온몸의 체중을 실어 두 발로 대지를 밟고 있는 이 조르바의 겨냥이 빗나갈 리 없다. 아프리카인들이 왜 뱀을 섬기는가? 뱀이 온몸을 땅에 붙이고 있어서 대지의 비밀을 더 잘 알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다. 뱀은 배로, 꼬리로, 그리고 머리로 대지의 비밀을 안다. 뱀은 늘 어머니 대지와 접촉하고 동거한다. 조르바의 경우도 이와 같다. 우리들 교육받은 자들이 오히려 공중을 나는 새들처럼 골이 빈 것들일 뿐..…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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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은 이런 것이며 굶주림엔 체모가 없는 것이다. 제사 음식을 마을에 돌리고 혼례장을 찾아온 각설이떼에게는 술밥이 나누어지고 생일에는 며느리 손이 커서 살림 망하겠노라 하면서도 떡시루에 칼질하는 시어머니 얼굴에 미소가 도는 그런 인정과 우애를 사람들은 순박한 농민들 기질이라 생각하지만 먹이와 직결되는 수성(獸性)이 또한 농민들의 기질인 것을. 풍요한 대지, 삼엄하고 삭막한 대지, 대지의 그 양면 생리는 농민의 생리요, 농민은 대지의 산물이다. 좀 더 날이 가물면 농민들의 눈빛은 달라질 것이다 - < 토지 3, 박경리 지음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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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내키면 치겠지요. 내 말 듣고 있소? 마음 내키면 말이오. 당신이 바라는 만큼 일해 주겠소. 거기 가면 나는 당신 사람이니까. 하지만 산투르 말인데, 그건 달라요. 산투르는 짐승이오. 짐승에겐 자유가 있어야 해요. 제임베키코, 하사피코, 펜토잘리‘도 출 수 있소. 그러나 처음부터 분명히 말해 놓겠는데, 마음이 내켜야 해요. 분명히 해둡시다. 나한테 윽박지르면 그때는 끝장이에요. 결국 당신은 내가 인간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이겁니다.」
「인간이라니, 무슨 뜻이지요?」
「자유라는 거지!」
P25 - P25

마침내 나는 준비를 했다. 떠나기 전날까지도 원고 나부랭이를 뒤지던 내 눈에 미완성 원고가 들어왔다. 나는 그 원고를 집어 읽으며 망설였다. 2년간 내 존재의 심연에서는 하나의 욕망, 한 알의 씨앗이 태동해 왔다. 나는 내 내부를 파먹으며 익어 가고 있는 그 씨앗을 내 장부(藏府)로 느껴 왔다. 씨앗은 자라면서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밖으로 나오려고 내몸의 벽에 발길질을 시작했다. 내게 그것을 파괴할 용기는 이상 없었다. 정신적인 낙태는 시기를 놓친 것이었다. P15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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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구일 수 있는지 상상하고, 그것을 목표로 삼아라 ‘

12가지 법칙으로 처세를 정리해놓았다.
그 중 가장 와닿는 내용이다.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내용들이라 크게 나의 눈길을 끌거나 동기를 가지게 하는 내용이 없었다. 오히려 동영상 강의가 더 와닿는 듯.
자극적인 것을 기대하고 거기에 기대어 나를 움직여 보고 싶은
나의 마음상태가 어쩌면 더 굳어있어 그럴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듬.

어떤 것을 겨냥하라. 현재 개념화할 수 있는 최고의 목표를 정하라.
그 목표를 향해 비틀대며 나아가라. 그 과정에서 당신의 실수와 오해를 외면하지 말고 똑바로 마주해 잘못을 바로잡아라. 당신의 이야기를 분명히 하라. 과거, 현재, 미래, 전부 중요하다. 걸어온 길을 지도에표시하라,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당신이 어디에있었는지를 알아야 한다. 또한 지금 당신이 어디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 P108

 가로막는 것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맞서 싸워라. 당신이 가는 길은 의미 있는 인생의 길, 질서와 혼돈의 경계에 해당하는 좁고 험한 길이며, 그 길을 끝까지 종주할 때 비로소 질서와 혼돈이 균형을 이룬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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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두 번 태어난다."라는 말은 언제나 진리다. 한 번은 창작자의 손에서, 다른 한 번은 그 작품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말이다. 생전의 고흐는 자신의 작품이 세계적으로 이렇게 사랑받게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을 것이다. 그림이 보여 주듯 반 고흐는 지상의 진실을 사랑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평범한사람들과 어울리려고 노력할수록 그는 평범하지 못한 사람이 되어갔다. 광인 혹은 천재, 그 무엇이라고 불리는 그는 세상을 아파하면서도 사랑했다. 그것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에, 여전히 그의 작품은 사랑을 받는다. P37 - P37

그에 대한 기사는 가십거리밖에 없었다. 현대의 많은 작가들이 피카소와 같은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정보 전달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만큼 관객들은 더욱 변덕스러워진다. 동시에 시장은 끊임없이 새로움을 요구한다. 그렇게 작가들은 시장에 길들게 된다. 천재를 위대한 한 예술가로 만드는 것은 영감이다. 그리고 "예술의 영감은 역사에 있다." 라는 것을 존 버거는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새겨들을 말이다. P73 - P73

생계를 위해 작품을 파는 일을 혐오했던 뒤샹은 게으름을 옹호하고, 나태할 권리를 주장한다. 이후 그는 어느 한 대담에서 ‘예술‘가로서 살면서 가장 만족스러운 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살아 있는 동안 그림이나 조각 형태의 예술 작품을 창조하는 데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차라리 내 인생 자체를 예술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 살아 있는 그림이나 영화의 한 장면과 같이 다른 사람들과 숨 쉬고 움직이고 상호 작용한 것입니다."라고 대답한다. 맞는 말이다. 최고의 예술은 각자의 삶이다. 뒤샹이 자신의 예술에 내린 평가는 이렇다. "나는 정말 멋진 삶을 살았다."라고 뒤샹은 회고한다. 부러운 말이다. P91 - P91

회화에서 궁극적으로 구현되는 것은 감각의 세계다. 들뢰즈가 내세운 감각‘이란 말초적인 어떤 것이 아니라 "주체와 객체가 하나가 되는 교차점"이며, 따라서 "보다 본질적으로 세계와 접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중요한 내용은 세상을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접한다는 것‘이다. 들뢰즈에게 있어 존재는 운동과 변화 속에 있다. P99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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