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내키면 치겠지요. 내 말 듣고 있소? 마음 내키면 말이오. 당신이 바라는 만큼 일해 주겠소. 거기 가면 나는 당신 사람이니까. 하지만 산투르 말인데, 그건 달라요. 산투르는 짐승이오. 짐승에겐 자유가 있어야 해요. 제임베키코, 하사피코, 펜토잘리‘도 출 수 있소. 그러나 처음부터 분명히 말해 놓겠는데, 마음이 내켜야 해요. 분명히 해둡시다. 나한테 윽박지르면 그때는 끝장이에요. 결국 당신은 내가 인간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이겁니다.」
「인간이라니, 무슨 뜻이지요?」
「자유라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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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나는 준비를 했다. 떠나기 전날까지도 원고 나부랭이를 뒤지던 내 눈에 미완성 원고가 들어왔다. 나는 그 원고를 집어 읽으며 망설였다. 2년간 내 존재의 심연에서는 하나의 욕망, 한 알의 씨앗이 태동해 왔다. 나는 내 내부를 파먹으며 익어 가고 있는 그 씨앗을 내 장부(藏府)로 느껴 왔다. 씨앗은 자라면서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밖으로 나오려고 내몸의 벽에 발길질을 시작했다. 내게 그것을 파괴할 용기는 이상 없었다. 정신적인 낙태는 시기를 놓친 것이었다.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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