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루시 바턴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다.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고. 어쩌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을 거라고. 하지만 햇살이 내리쬐는 보도를 걷거나 바람에 휘는 나무 우듬지를 볼 때, 또는 이스트 강 위로 나지막이 걸린 11월의 하늘을 바라볼 때, 내 마음이 갑자기 어둠에 대한 앎으로 가득차는 순간들이 - 예기치 않게 - 찾아오기도 한다. 그 앎이 너무 깊어 나도 모르게 소리가 터져나올 것 같고, 그러면 나는 가장 가까운 옷가게로 들어가 낯선 사람과 새로 들어온 스웨터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도 이렇듯 반쯤은 알게 반쯤은 모르게, 사실일 리 없는 기억의 방문을 받으면서 세상을 이런 식으로 어찌어찌 통과해 나갈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공포라는 감정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는 듯 자신만만하게 보도를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이 어떤 마음인지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삶은 아주 많은 부분이 추측으로 이루어진 듯하다.
-21~22p


하지만 나는 진정, 냉혹함은 나 자신을 붙잡고 놓지 않는 것에서,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것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이게 나야, 나는 내가 견딜 수 없는 곳 -일리노이 주 앰개시-에는 가지 않을 거고, 내가 원하지 않는 결혼생활은 하지 않을 거고, 나 자신을 움켜잡고 인생을 헤치며 앞으로, 눈먼 박쥐처럼 그렇게 계속 나아갈 거야!, 라고. 이것이 그 냉혹함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240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성찰이란 말 그대로 그 자신에게로 되돌아가려는 의식에 의해 획득된 힘, 마치 자신만의 특정한 지속성과 가치를 지닌 어떤 대상을 포착하듯이 자기 자신을 포착할 수 있는 의식의 힘이다. 그저 아는 것이 아니라 안다는 사실 그 자체를 아는 것이다. (Chardin, 1955, 165)
-72p

형식들과 더불어 삶을 살며....형식들이 제 몫을 다하는 자리에서마다 인간의 현재는 유지되고, 형식들이 무너지는 자리에서마다 인간의 과거가 드러나며, 형식들을 넘어서려고 애쓰는 자리에서마다 인간의 미래가 손짓한다.
- 33. 내 앎은 내 것이 아니다, 620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압축근대화, 졸부자본주의, 한탕주의 사회, 엘리트주의 교육 등의 빌전주의에 얹혀 갖은 사회적 삶에 필수적인 훈련과 훈육을 등한시해온 일은 날이 갈수록 내적 불구를 알리는 증상으로 드러날 것이다.
가령 교육 분야를 보자면, ‘자기주도 학습’이 아쉬운 것 이상으로 야무진 훈육의 문화와 제도가 절실하게 아쉬운 때다.
-41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러나 난 모든 것은 상상력에서 나온다고 말하는 작가들에게는 관심이 없어요. 나는 자신의 삶을 나에게 이야기해주는 사람과 한방에 있고 싶어요. 그 이야기에는 과장이 있고 거짓말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나는 본질적으로 진실인 이야기를 듣고 싶거든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믿으라니."
"그 옷에 대해 그 사람이 가장 많이 알고 있다는 것, 그 옷을 어떻게 고쳐야 할지 가장 많이 고민한 사람은 네가 아니라 그 사람이라는 것, 때문에 그 사람의 바람은 처음의 주문 내용에 다 표현될 수밖에 없다는 것. 일단 그걸 믿어야 돼. 그래야 그 사람의 요구에는 애초에 모순도 모호함도 없다는 걸 이해할 수 있어. 누군가의 마음에 다가간다는 건 그런 거고 그렇게 다가가야 그 옷이 어떤 옷이 되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어. 질문은 네가 가닿은 그 사람의 마음을 재확인하기 위해서만 필요한 거야.
- 31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