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94호 - 2018.봄
문학동네 편집부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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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패터슨이 시인이라는 사실 자체보다 시인이라는 존재 형식이 그의 삶에 하나의 구성 요소로서 포함되어 있는 방식이고, 그 존재 형식들의 작동이 그의 삶을 그토록 가지런히 통제해나가면서 만드는, 어떤 아름다운 패턴이다. 그러므로 몇 가지 삶의 형식을 어떤 간절한 간결함으로 운용해 나가는 한 사람을 그린 영화 <패터슨>이 우리에게 생각해보기를 권유하는 마지막 명제는 어쩌면 이것이 아닐까. ‘인간에게는 내용과 형식 둘 다 있는 것이 아니다. 삶에는 형식이 곧 내용이다. ‘

- 390p, 인간의 형식. <패터슨> 혹은 시인과 시작에 대한 하나의 성찰, 신형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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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온 힘을 다해 걸어왔던 길고 긴 시간들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찰나에 가까웠던 짧고 허망했던 그 순간들만은 왜 이토록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일까. 어쩌면 그 기나긴 시간을 대가로 지불하고 그 짧은 순간들을 얻어서였는지도 모르지.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그 순간은 언제 어느 때 찾아올지 알 수 없고 설령 그 순간을 겪었다 해도 어느 순간이 그 순간인지 모를 경우가 많을 테니까.
-7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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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루시 바턴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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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다.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고. 어쩌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을 거라고. 하지만 햇살이 내리쬐는 보도를 걷거나 바람에 휘는 나무 우듬지를 볼 때, 또는 이스트 강 위로 나지막이 걸린 11월의 하늘을 바라볼 때, 내 마음이 갑자기 어둠에 대한 앎으로 가득차는 순간들이 - 예기치 않게 - 찾아오기도 한다. 그 앎이 너무 깊어 나도 모르게 소리가 터져나올 것 같고, 그러면 나는 가장 가까운 옷가게로 들어가 낯선 사람과 새로 들어온 스웨터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도 이렇듯 반쯤은 알게 반쯤은 모르게, 사실일 리 없는 기억의 방문을 받으면서 세상을 이런 식으로 어찌어찌 통과해 나갈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공포라는 감정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는 듯 자신만만하게 보도를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이 어떤 마음인지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삶은 아주 많은 부분이 추측으로 이루어진 듯하다.
-21~22p


하지만 나는 진정, 냉혹함은 나 자신을 붙잡고 놓지 않는 것에서,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것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이게 나야, 나는 내가 견딜 수 없는 곳 -일리노이 주 앰개시-에는 가지 않을 거고, 내가 원하지 않는 결혼생활은 하지 않을 거고, 나 자신을 움켜잡고 인생을 헤치며 앞으로, 눈먼 박쥐처럼 그렇게 계속 나아갈 거야!, 라고. 이것이 그 냉혹함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24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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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이란 말 그대로 그 자신에게로 되돌아가려는 의식에 의해 획득된 힘, 마치 자신만의 특정한 지속성과 가치를 지닌 어떤 대상을 포착하듯이 자기 자신을 포착할 수 있는 의식의 힘이다. 그저 아는 것이 아니라 안다는 사실 그 자체를 아는 것이다. (Chardin, 1955, 165)
-72p

형식들과 더불어 삶을 살며....형식들이 제 몫을 다하는 자리에서마다 인간의 현재는 유지되고, 형식들이 무너지는 자리에서마다 인간의 과거가 드러나며, 형식들을 넘어서려고 애쓰는 자리에서마다 인간의 미래가 손짓한다.
- 33. 내 앎은 내 것이 아니다, 62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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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축근대화, 졸부자본주의, 한탕주의 사회, 엘리트주의 교육 등의 빌전주의에 얹혀 갖은 사회적 삶에 필수적인 훈련과 훈육을 등한시해온 일은 날이 갈수록 내적 불구를 알리는 증상으로 드러날 것이다.
가령 교육 분야를 보자면, ‘자기주도 학습’이 아쉬운 것 이상으로 야무진 훈육의 문화와 제도가 절실하게 아쉬운 때다.
-4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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