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면조를 부탁해! - 크리스마스 파티 맹앤앵 그림책 5
나탈리 다르정 지음, 박정연 옮김, 마갈리 르 위슈 그림 / 맹앤앵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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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인 나탈리 다르정은 파리에서 개구쟁이 아이들과 많은 동물들과 함께 살고 있답니다. 그림은 마갈리 르 위슈가 그렸는데, 잠을 잘 못자다가 그림을 그린 후에 잠을 잘 자기 시작했다고.

<칠면조를 부탁해>는 아이들용 그림책인데요, 세로책이 아니라 가로로 긴 책.

그림을 위해서도 그렇게 디자인하길 잘한듯.

더구나 표지의 캐릭터처럼 꽤 익살스런 그림과 이야기가 마음에 쏙 듭니다. 보고있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여우와 늑대, 족제비는 올 크리스마스에 칠면조 요리가 먹고 싶어요.

그래서 여우가 칠면조 농장에서 칠면조 한마리를 보쌈해가지고 집에 왔는데, 이 칠면조, 자루에서 나오자마자 제 운명을 모르는 걸까, 집이 지저분하다, 청소를 해야 한다, 이런저런 참견에 난리도 아닙니다. 보다못한 여우가 칠면조에게 넌 손님으로 초대한 게 아니고 크리스마스 파티용 식사감으로 데려온거라고 해도 마찬가집니다.

 
곧이어 찾아온 늑대와 족제비도 입맛을 다시며 칠면조를 보고 좋아하지만

곧 칠면조의 명령에 따라 개구리, 버섯, 새싹을 구하러 밖으로 나가는 신세가 됩니다. 크리스마스는 아직 남아있고, 칠면조는 더 살이 쪄야 하고, 녀석들은 크리스마스 파티를 즐기는 법을 모르고.

 

요리도 척척, 카드놀이도 척척, 못하는게 없는 칠면조는 곧 무리속에 어울려 사랑받습니다.
분주한 크리스마스 장식과 준비를 하던 칠면조는 말합니다. 나는 포도주에 익혀지고 싶은데, 친구들이 과연 요리를 잘 하게 될까, 하고.

 

다들 당혹해하는 와중에 다시 칠면조가 제안합니다.

일년만 더 살찌게 해주면 다음해에 더 맛난 칠면조 요리가 되주겠다고.

다들 찬성!

 

그렇게 매년 녀석들은 다음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
내용은 짧고 예측 가능하고 단순하지만, 그림이 익살스럽고 귀여워 가끔 들춰보곤 해요.


이런 나, 아직 내겐 동심이 남아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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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잡아먹어도 될까요? - 마음 약한 늑대 이야기 베틀북 그림책 24
조프루아 드 페나르 글.그림, 이정주 옮김 / 베틀북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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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염소 가족과 빨간모자, 아기돼지 삼형제, 피터, 그리고 못된 거인등이 등장.
지난번 나탈리 다르정의 <칠면조를 부탁해>에 이어 이런 류의 패러디 동화를 좋아해요. 은연중에 평화와 생명존중 마인드까지 담겨있어 더 마음에 들기도.

독립할 나이가 되었다고 생각한 마음 약한 늑대 루카스가 가족들을 떠나 세상으로 나옵니다. 배가 고파진 루카스는 여행하는 동안 차례차례 아버지가 적어준 먹을 수 있는 것 리스트 속에 있는 존재들을 만나지만 그만 이런저런 이유로 잡아먹지 못하고 점점 배가 고파지는데....


마지막에 만난 것은 사람잡아먹는 성질 나쁜 못된 거인.

배도 채우고 엄지동자와 그 형제들을 구해주고 영웅이 됩니다.

일러스트와 글 모두 보는 동안 웃음이 머물고....


어린이날 조카에게 선물해야지. 가격도 착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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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아픈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 시인 김선우가 오로빌에서 보낸 행복 편지
김선우 지음 / 청림출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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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선우가 오로빌에서 보낸 행복편지, 라는 부제가 있고 연두빛 푸른 풀잎들 배경 위의 돌 위에 맨발로 선 사람의 표지가 좋았습니다. 처음 책의 제목만 들었을 때는 유행을 쫓는 그렇고 그런 자기계발류의 에세이인가 싶고 구매할 의사가 없었는데, <오로빌>이라는 생태공동체에 시선이 꽂혀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어요.

 
책장을 넘기다가 다시 앞으로 돌아와 사진을 찍은 이가 누구인지 정보를 얻으려 했는데 없네요. 아마도, 시인 김선우가 글도 사진도 담은 듯. 그런데 초보자인 내가 봐도 사진들은 그냥 초보 아마추어 사진가의 솜씨는 아닌 것 같습니다.

오로빌은 '새벽의 도시'라는 뜻이고 인도 남부 코르만젤 해안에 위치하고 있답니다.

모든 인간이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이상을 꿈꾸던 인도의 사상가 스리 오로빈도의 신념에 따라 1968년 첫 삽을 떴고, 전세계 40여개국 2천 여명이 모여 평화와 공존을 실험하고 있는 생태공동체이자 영적 공동체라고.

오로빈도의 반려이자 공동체에서 마더로 추앙받는 이의 이야기는 어떤 소설보다도 드라마틱하고 강렬합니다.

여행 에세이를 즐겨보는 이유는 대리만족의 경험을 하고 싶을 때입니다.

현실적으로 당장 휴가를 내서 떠날 수 없을 때, 내가 가고 싶던 곳을 대신 간 누군가의 눈과 귀와 입으로라도 떠나고 싶어서.

 

요즘은 여행 전문작가들도 많지만, 그래도 한문장 한문장 음미하며 읽을 수 있는 건 아무래도 문학하는 사람들, 특히 시인들의 산문이 좋네요. 특히, 김선우 시인은 섬세하고 따뜻한 감성의 전달자로서는 최고인듯.

여행에세이 특성상 출간된지 조금 시간이 지나면 정보면에서 떨어지게 될 텐데, 이 책은 그런 걱정하지 않고 소장해도 좋을 것 같아요.

 

오로빌, 새벽의 도시라니, 어감도 의미도 얼마나 아름다운지....

다음은 가장 공감하는 오로빌 마더의 편지중 일부.

이 지구상에 어떤 나라도 영유권을 주장하지 못하는 곳이 어딘가에는 있어야 합니다. 선한 의지와 진지한 열망을 지닌 모든 인간이 세계의 시민으로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곳, 지고의 진리라는 유일한 권위에만 복종하여 살 수 있는 그런 곳이 어딘가에는 있어야 합니다.
그곳은 평화와 일치와 조화의 장소로서 인간의 모든 전투적 본능이 오직 자신의 고통과 불행, 나약함과 무지, 자신의 한계와 무능을 극복하기 위해서만 쓰이는 곳입니다. 진보에 대한 관심과 영혼의 요구가 욕망의 만족과 쾌락의 추구와 물질의 향유보다 우선하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영혼과 교감을 잃지 않은 채 온전히 성장해갈 것입니다. 교육은 시험을 통과하고 자격과 지위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재능을 가꾸어 새로운 재능을 일구어내기 위한 것으로서 주어질 것입니다. -어 드림 A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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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리
아니 에르노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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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내가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KBS<즐거운 책읽기> 프로그램을 봅니다. 언젠가 예고편에서 아니 에르노에 관한 책 소개가 나오길래 <칼같은 글쓰기>, <단순한 열정>, <집착>을 읽으면서 알게 된 아니 에르노에 대해 다른 이들의 생각은 어떠한지 궁금해졌습니다.

아니 에르노의 <남자의 자리>와 <한 여자>는 김별아 작가가 추천한 거였네.
사실 그 명성에 비하면 <단순한 열정>과 <집착>은 그다지 강렬하게 남지 않았었는데, 김별아 작가가 소개한 두 작품은 새삼 읽고 싶어졌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
애정이든 원망이든, 마음의 빚 하나쯤 가슴에 두지 않은 이가 있을까요.  

그랬는데, 아버지가 자전거에 태워 학교에 데려다 주는 이야기를 할 때 먼 기억속에 잊혀져가던 내 할아버지가 생각났습니다. 나를 무척 예뻐하셔서 7살 나이에 먼 길 학교가는 것이 안스러워 자전거로 매일 데려다주셨던 분.

할머니도 생각났는데, 아니 에르노의 아버지에 대한 글쓰기 방식 때문이었어요. 거의 엄마의 모습으로 나를 키워주셨던 할머니. 할머니가 노쇄해가면서 돌아가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어느 날 할머니에게 물었습니다. 살면서 후회되는 건 없는지, 다시 산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러다가 할머니가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묶어 기록으로 남겨드리고 싶단 생각을 했었죠.

 
아니 에르노는 그녀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기억을 그렇게 만들었는데, 나는 그녀의 글에서 내 할머니도 발견하고 할아버지와의 추억도 발견했습니다. 책을 읽으며 그런 추억의 조각들을 발견하는 이들은 비단 나 하나뿐만은 아니겠죠?

 

개인의 부모에 대한 사적인 기억일 것이라고 지나쳐버릴지도 모를 이들에게 <남자의 자리>는 담담한 필치로 지금의 나를 만든 부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감정의 과잉 없이. 그러나 그 여운은 몹시 길어요.

 

(원제는 그냥 <자리>였답니다.

그걸 우리나라 출판사가 처음에는 <아버지의 자리>로 제목을 붙이려고 했더니 작가가 싫어했다고.)

나와는 상당히 소원한 관계였던 아버지의 형님이 내 쪽으로 지그시 몸을 기울이더니 불쑥 말했다. "네 아버지가 널 자전거에 태워서 학교로 데려다주던 때가 생각나냐?"

부유함 가운데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은, 부유함이 타인의 불행을 덜어 줄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그는 나를 자전거에 태워 학교에 데려다주곤 했다. 빗속에서도 땡볕속에서도 저 기슭으로 강을 건네주는 뱃사공이었다.
그를 멸시한 세계에 내가 속하게 되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그의 가장 큰 자부심이요, 심지어는 그의 삶의 이유 자체였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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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이야기가 있는 집 - 개성 넘치는 18인의 집 아름다움에 - 홀리는 - 자연에 - 끌리는
김서령 지음 / 서해문집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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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넘치는 18인의 집

아름다움에. 홀리는. 자연에. 끌리는, 부제가 있습니다.
집구경은 공간 안에 녹아있는 주인의 삶의 방식, 그걸 읽는 재미! 라네요.

남들은 어떻게들 사는지 궁금해졌을 때 이 책을 발견했습니다.

서재가 아름다운 집 잔서완석루를 짓는 과정에 관한 건축가와 건축주 간에 오간 내용이 담긴 책을 따로 사서 보기도 했는데 이 책에서도 잔서완석루가 소개되서 반가웠고, 살림땜에 알게된 띵굴마님의 집도 새롭진 않지만 반가웠습니다. 그렇지만 가장 공감하는 내용은 인테리어 디자이너 마영범의 판교집 소개.
조지 나카시마의 가구와 조명등이 널려있다는 그의 집을 구경하며 즐거웠는데, 구멍 뚫린 나무 가림막이 아름다운 거실도 눈에 들어오고, 장작을 잔뜩 쌓아놓은 듯한 벽도 새롭게 보이고, 서유기에 요괴가 가지고 있던듯한 커다란 부채를 구해다 한쪽 벽을 장식한 것도 웃음짓게 합니다. 그리고,

"'당신이 먹는 음식이 바로 당신이다'란 말이 있지요? 마찬가지로 그 사람이 쓰는 일상용품이 곧 그 사람입니다. 일상은 스스로에게 가치있는 물건을 선별하는 과정이고, 그 과정에서 문화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일상용품에 미학을 집어넣을 줄 아는 것이 문화예요. 체험만이 내 세상이거든요.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만든 것이 우연은 아니었다는 것을 그의 전기를 읽고 알았어요. 그는 어릴 적부터 조지 나카시마의 가구들을 쓰면서 자랐더군요. 그러니까 최고의 디자이너인 조너선 아이브를 애플로 불러올 수 있었죠. 조너선 아이브는 디터 람스를 자기 멘토로 삼아 모든 애플 디자인에 적용했어요."

 

 

"최고를 경험하지 않으면 고객에게 아무것도 제안할 수 없어요. 고전을 공부하지 않으면 디자인의 본질을 파악할 수 없어요. 본질을 모르면 고객앞에서 이건 왜 예쁘고 저건 왜 예쁘지 않은지를 설득할 수 없거든요. 나는 부자가 아니에요. 내가 돈 버는데 관심이나 있었겠어요. 그동안 이베이와 옥션을 뒤지며 물건 사들이기에 바빴지. 그 대신 미의 극단까지 가봤다고 자신합니다. 극단까지 가봐야 그것의 허망함을 알 수 있거든요."

 

집꾸미기의 거의 완성본으로 그간 돈 들이기 싫다고, 귀찮다고 달지 않았던 커튼에 큰 돈을 지르고서 내 스스로 bipolar가 아닌가 의심스러웠더랬는데, 인테리어 디자이너 마영범의 이야기를 들으며 조금 마음을 놓았다고나 할까. 그래, 실용성만 따지면서 아끼려고 들기보다는 내 마음에 흡족한 걸로 채우는 게 단순한 자기만족만은 아니구나, 하고.

들어가는 말에서 저자 김서령이 묻습니다, 지금 내 몸이 놓인 공간을 사랑하는가, 하고.

지금의 나는 yes!!! 저절로 요리가 하고싶어지는 부얶에의 욕망이 있기는 하지만!!!

어떤 공간 안으로 들어설 때 나는 그곳이 사납고 오만한지 순하고 겸허한지를 동물적으로 감각한다. 공간이 오만하면 그 속에 깃든 인간이 행복해지기 어렵다. 순하고 겸허해야 휴식도 가능하고 창조도 가능하고 사랑도 가능하다. 집을 짓는 목적이 바로 거기 있을 것이다.
사람은 어쩔 수 없이 깃들어 사는 집을 닮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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