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령의 이야기가 있는 집 - 개성 넘치는 18인의 집 아름다움에 - 홀리는 - 자연에 - 끌리는
김서령 지음 / 서해문집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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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넘치는 18인의 집

아름다움에. 홀리는. 자연에. 끌리는, 부제가 있습니다.
집구경은 공간 안에 녹아있는 주인의 삶의 방식, 그걸 읽는 재미! 라네요.

남들은 어떻게들 사는지 궁금해졌을 때 이 책을 발견했습니다.

서재가 아름다운 집 잔서완석루를 짓는 과정에 관한 건축가와 건축주 간에 오간 내용이 담긴 책을 따로 사서 보기도 했는데 이 책에서도 잔서완석루가 소개되서 반가웠고, 살림땜에 알게된 띵굴마님의 집도 새롭진 않지만 반가웠습니다. 그렇지만 가장 공감하는 내용은 인테리어 디자이너 마영범의 판교집 소개.
조지 나카시마의 가구와 조명등이 널려있다는 그의 집을 구경하며 즐거웠는데, 구멍 뚫린 나무 가림막이 아름다운 거실도 눈에 들어오고, 장작을 잔뜩 쌓아놓은 듯한 벽도 새롭게 보이고, 서유기에 요괴가 가지고 있던듯한 커다란 부채를 구해다 한쪽 벽을 장식한 것도 웃음짓게 합니다. 그리고,

"'당신이 먹는 음식이 바로 당신이다'란 말이 있지요? 마찬가지로 그 사람이 쓰는 일상용품이 곧 그 사람입니다. 일상은 스스로에게 가치있는 물건을 선별하는 과정이고, 그 과정에서 문화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일상용품에 미학을 집어넣을 줄 아는 것이 문화예요. 체험만이 내 세상이거든요.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만든 것이 우연은 아니었다는 것을 그의 전기를 읽고 알았어요. 그는 어릴 적부터 조지 나카시마의 가구들을 쓰면서 자랐더군요. 그러니까 최고의 디자이너인 조너선 아이브를 애플로 불러올 수 있었죠. 조너선 아이브는 디터 람스를 자기 멘토로 삼아 모든 애플 디자인에 적용했어요."

 

 

"최고를 경험하지 않으면 고객에게 아무것도 제안할 수 없어요. 고전을 공부하지 않으면 디자인의 본질을 파악할 수 없어요. 본질을 모르면 고객앞에서 이건 왜 예쁘고 저건 왜 예쁘지 않은지를 설득할 수 없거든요. 나는 부자가 아니에요. 내가 돈 버는데 관심이나 있었겠어요. 그동안 이베이와 옥션을 뒤지며 물건 사들이기에 바빴지. 그 대신 미의 극단까지 가봤다고 자신합니다. 극단까지 가봐야 그것의 허망함을 알 수 있거든요."

 

집꾸미기의 거의 완성본으로 그간 돈 들이기 싫다고, 귀찮다고 달지 않았던 커튼에 큰 돈을 지르고서 내 스스로 bipolar가 아닌가 의심스러웠더랬는데, 인테리어 디자이너 마영범의 이야기를 들으며 조금 마음을 놓았다고나 할까. 그래, 실용성만 따지면서 아끼려고 들기보다는 내 마음에 흡족한 걸로 채우는 게 단순한 자기만족만은 아니구나, 하고.

들어가는 말에서 저자 김서령이 묻습니다, 지금 내 몸이 놓인 공간을 사랑하는가, 하고.

지금의 나는 yes!!! 저절로 요리가 하고싶어지는 부얶에의 욕망이 있기는 하지만!!!

어떤 공간 안으로 들어설 때 나는 그곳이 사납고 오만한지 순하고 겸허한지를 동물적으로 감각한다. 공간이 오만하면 그 속에 깃든 인간이 행복해지기 어렵다. 순하고 겸허해야 휴식도 가능하고 창조도 가능하고 사랑도 가능하다. 집을 짓는 목적이 바로 거기 있을 것이다.
사람은 어쩔 수 없이 깃들어 사는 집을 닮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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