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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 앞뒤로 읽으면서 입장을 바꿔 보는 책 ㅣ 그래 책이야 4
서지원 지음, 심윤정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16년 7월
평점 :
아이들은 어떤 내용의 책이냐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재미 역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 책을 집어 들더니 우리 아이가 앞뒤 모두가
표지 같다면서 어디가 앞인지 보더라구요. 그러면서 이 책이 앞으로도 읽고, 뒤로도 읽는 책이라는 것을 발견하고는 신기해하며 책을 읽더라구요.
우리 아이는 사실 앞부터 읽었지만 뒤를 먼저 읽고 앞을 읽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책의 앞부분은 현지의 이야기, 책의 뒷부분은 현지네 강아지 밀키의 이야기가 그려지고 있답니다. 공부든 운동이든 뭐 하나 빼놓을게 없을
정도로 잘하는 현지는 친구들 사이에서 짱공주라는 별명으로 불리울 정도였지만 자기보다 뭐든 잘하는 민석이가 전학을 온 이후로는 친구들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고 심지어는 엄마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네요. 그건 늘 현지가 남들을 이기기 위한 1등을 목표로 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자기보다 잘하는 아이가 없어야 만족하는 거죠. 그러니 당연히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없었을거구요.


현지와 같은 이야기를 책 속에서 만나면 현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우리 아이도 지금은 어리다고 실컷 놀라고 하지만 주변에서
학원으로 아이들을 돌리는 모습을 보면 저 역시도 살짝 고민에 빠지기도 하고 뭔지 모를 씁쓸함에 마음이 편치 않거든요.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틀
속에 아이들을 가두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그러니 현지가 학교에서 소원으로 개가 되고 싶다고 쓴 것이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현지의 눈에는 밀키가 그저 먹고 자고 집에서 편하게
있다고 생각이 된 거지요. 하지만 밀키의 입장으로 들어가보면 밀키는 많이 외롭답니다. 집을 지키고 홀로 있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일지는 우리가
상상해봐도 잘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앞뒤로 책을 바꿔보며 읽을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이 책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라는 더 큰 내용이 들어있답니다. 밀키가 어느 날
현지가 되어 학교에 가지만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꼴찌를 하는 대우의 손을 잡고 함께 달리기에서 들어오는 장면은
아이들에게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이를 통해 아이들에게 진정한 1등은 나 혼자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도와주는 것
같네요. 이는 아이들 세계 뿐만 아니라 우리 어른들도 가슴에 새겨야 할 내용이 아닌가 싶습니다. 함께 더불어 잘 살기 위한 일이 얼마나 가치있는
일인지 우리 아이랑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