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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잠든 동안 넌 뭐 할 거야? ㅣ 풀빛 그림 아이 55
마츠 벤블라드 글, 페르 구스타브슨 그림 / 풀빛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처음엔 죽음에 관련된 책을 아이가 많이 본 적이 없어서 그런 책인 줄 알고 조금 조심스러웠답니다. 그런데 죽음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아서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아이 입장에서는 고슴도치와 산토끼의 우정을 진하게 느꼈던 모양입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고슴도치는 좋겠다고 하더라구요. 산토끼와 같은
친구를 두어서 말이죠.
고슴도치는 자기가 죽었을 때 산토끼에게 뭘할지 물어봅니다. 친한 사람이 이런 질문을 해온다면 사실 뭐라 말해야할지 알수 없을 것 같아요.
질문만으로도 슬픔이 밀려 올 것 같거든요.
산토끼와 고슴도치는 서로 처음 친구가 되기까지의 일들을 회상합니다. 산토끼가 고슴도치가 죽은 줄 알고 장례를 치뤄주려고 무덤을 만들고
눈물도 흘렸답니다. 죽음을 노래하고 죽은 이를 잊지 않겠노라고도 말했답니다. 몇 주를 그렇게 고슴도치 곁에서 울었는데 그 때 고슴도치가 눈을 떠
산토끼는 기겁을 했고 그렇게 친구가 되었다네요.
서로가 함께 보낸 시간들을 회상하며 벌레 먹는 법을 알려주고, 빨리 달리는 법을 배우고, 함께 나비를 겁나게 했던 지난 여름도
떠올려봅니다. 가을이 되고 날씨가 추워지자 고슴도치는 하품을 하며 나뭇잎 속으로 깊숙이 들어갑니다. 고슴도치는 자기가 잠든 긴 겨울 동안
산토끼가 무엇을 할지 궁금한 모양입니다. 고슴도치는 자기가 잠에서 깰 때까지 기다리지 않겠지라며 자신의 마음을 내비치고 산토끼는 온갖 것들을
할거라고 이야기합니다. 계속 붙어다녔던 고슴도치와 산토끼니 잠시 떨어져 산토끼 나름대로 할일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보입니다.
책의 마지막 장면에 하염없이 고슴도치가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산토끼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합니다. 둘의 끈끈한 우정이 우리 아이
말대로 부럽기도 하구요.
고슴도치가 겨울 잠을 자는 것을 마치 죽음에 빗대어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슴도치가 죽기 전 산토끼에게 자기가 죽고 나면 뭘할거냐
묻습니다. 그러면서 산토끼 나름대로의 삶을 살겠지만 자기 곁에 있어줄까 궁금해하는 것 같습니다. 산토끼 역시 말은 자기 일을 하겠다고 했지만
고슴도치를 잊지 못하고 그 곁에서 지켜주는 모습이 찡합니다. 누군가가 죽었을 때 이렇게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눈물겨운 일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가슴이 먹먹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