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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선거 ㅣ 읽기의 즐거움 23
임지형 지음, 이예숙 그림 / 개암나무 / 2016년 3월
평점 :
어린이는 어른의 축소판이란 말이 떠오르네요. 학창 시절 반장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던 저는 반장 선거에 열성적인 아이들을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요즘 아이들 중에도 무조건 반장이 되고자 하는 아이들이 많이 있는 듯해요. 그래도 자신이 해보고 싶어서 나온다면 괜찮은
일이지만 초등학교에서는 아직도 부모님 때문에 반장을 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이는 아이들이 적지 않은 모양입니다.
누가 봐도 학창 시절 딱 재수 없는 스타일의 아이인 왕미나는 아이들이 반장 후보에 추천을 해주지 않자 스스로가 자신을 추천해서 반장 후보로
나옵니다. 친구 때문에 얼떨결에 추천을 받은 한여름은 이왕 추천받은거 한번 해볼까하는 마음을 갖고 집에 돌아가지만 피자 가게를 하시는 부모님의
가게에 파리만 날리는 것을 보고 마음이 편치 않네요. 어떻게든 반장이 되어보려는 왕미나는 국회의원인 아빠를 닮아서인지 여름이에게 후보에서
사퇴하고 자기 참모를 해달라고 하죠. 대신 반장이 되면 여름이네 피자 가게에서 피자를 주문하겠다는 귀가 솔깃해질 이야기를 하구요. 부모님 가게가
좀 더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반장 후보에서 사퇴하고 썩 내키지 않는 왕미나를 도와주는 여름이는 그 과정에서 상대편 후보를 비방하는 일에
동참하게 되네요.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선거가 되고 말았어요. 결국 다행인지 불행인지 미나가 반장이 되긴 했지만 피자를 사겠다던 약속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어요. 그러니 여름이가 얼마나 배신감을 느꼈겠어요.
이 책에 나오는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반장 선거를 민주적으로 하는 방법을 알려주고자 노력하셨던 것 같아요. 아이들은 그 과정에서 선생님의
믿음과는 달리 해서는 안 되는 행동들을 했지만 결국 여름이의 실토로 반장을 어떻게 할지 회의를 새롭게 하죠. 결국 처음 후보 다섯 명이 하루씩
돌아가면서 반장을 하는 걸로 결론이 나왔네요. 책 속의 왕미나가 너무 순순히 바뀌어 버린 것 같아서 조금 아쉽긴 했지만 결국 모두 아이들의
힘으로 돌아가면서 반장을 해나가는 모습을 보니 대견스럽기도 하네요. 어른들이 텔레비전에서 늘상 잘못된 방법으로 권력을 잡는 모습을 본의아니게
많이 보여주는 것 같아 어른으로서 부끄럽고, 학교에서의 반장 선거도 좀 더 그 의미를 살려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