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의의 악플러 ㅣ 콩고물 문고 3
김혜영 지음, 이다연 그림 / 스푼북 / 201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만 봐도 뭔가 모순이라는 생각이 든다. 악플러가 정의로울 수 있다고? 정의로운 사람에게 우리는 악플러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나쁘기만
하지는 않을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정의의 악플러. 현대 사회에서 과연 정의의 악플러가 존재할 수 있는지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요즘 아이들은 인터넷을 많이 사용한다. 그러다보니 그 어느 때보다도 인터넷 예절을 제대로 알고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중에서도 선플
달기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요구되는 인터넷 예절이 아닌가 싶다. 이 책에 나오는 준하 역시도 처음엔 지극히 평범했던 인물이다. 학교가 끝나면
엄마, 아빠를 대신해 어린이집에서 동생 리하를 데리고 오고 , 언제나 훌쩍 떠나버릴 것만 같은 아빠의 뒷모습을 보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태오라는 아이에게서 우연히 받은 상대방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열쇠. 이 열쇠를 이용해서 준하는 친구들을 괴롭히는 영운이의 과거를
들여다보게 되는데... 그리고 인터넷에 영운이가 과거에 왕따를 당하고 말을 더듬는다는 이야기를 올리게 된다. 남의 약점을 인터넷에 올리고 나니
영운이를 대하는 아이들의 태도도 달라진 것 같고, 영운이 역시 의기소침해진 것 같아서 자신이 한 일이 정의롭다고 느낀다. 이외에도 자신을 남자
친구라고 거짓말을 하고 다니는 다희와 아이들을 사랑하는 척하는 연예인이자 리하의 친구인 지후의 이모 한연우. 이들에 대한 이야기도 준하는 서슴지
않고 인터넷에 올린다. 대부분의 악플러들과 다를바 없어진 준하의 모습에서 정의를 위해 악플을 다는 것이 과연 정당한 일인지 그리고 과연 성립할
수 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준하는 사실만 올린 것이 아니라 없는 이야기도 점점 개의치않고 인터넷에 올렸다. 그렇기 때문에 정의와는
당연히 거리가 멀 수 밖에 없다. 결국 한연우는 교통사고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되는데 악플이 바로 이런 것 같다. 점점 눈덩이처럼 커져버리는
거짓말로 인해 누군가는 생각보다 심각한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어른의 입장에서 책을 읽었나보다. 책을 읽으면서 내부 고발자가 떠올랐다. 진실을 파헤치는 내부 고발자가 우리 사회에 분명히
존재해야하고 그들을 보호하는 것은 맞지만 악플 자체는 정의로 귀결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할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의 약점을 파헤쳐 글을
올리는 행위는 어쩌면 지극히 자신이 비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행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을 많이 이용하는 십대들이 자신의 행위의 정당성에
대해 고민해보고 악플이 얼마나 커다란 악영향을 가져올지를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