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뚱뚱한 남자를 죽이겠습니까? - 당신이 피할 수 없는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질문
데이비드 에드먼즈 지음, 석기용 옮김 / 이마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에 마이클샌델 열풍이 불었을 때 <정의란 무엇인가?>를 열심히 읽었었다. 그 가운데 기차의 기관사에 관련된 딜레마가 나온다. 얼마전 인터넷에서 <누구를 구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책을 보고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궁금했지만 읽어보진 않았는데 <저 뚱뚱한 남자를 죽이겠습니까?>란 제목을 다시 보면서 후속편인지 궁금했는데 이 책도 같은 문제를 소재로 다루고 있는 책이란 걸 알게 되었다.

단순히 이 한 사건의 딜레마를 다루고 있는 책인지 알았지만 방대한 철학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철학자들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었다. 오래전에 읽었던 책들이나 사상가들이 머리 속을 스쳐지나가면서 한데 모였다가 흩어지는 느낌이었다.

도덕적 딜레마를 보면 그 해답을 내놓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뚱뚱한 남자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이다. 공리주의 입장에서 보자면 한 명을 희생해서라도 다섯 명을 살리는 것이 좀 더 그럴싸하게 들린다. 하지만 그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나는 칸트의 의무론적 입장을 좀 더 지지하는 편이다. 정말 칸트가 없었다면 오늘날 인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어떤 근거로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 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할 수 있었을까 싶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이런 딜레마는 해답이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 어떤 것이 옳은가 기준을 정해보려 하지만 모든 상황에서 같은 기준을 적용하기란 어려운 것 같다. 주관주의처럼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어쩌면 답일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뚱뚱한 남자를 죽여도 되는지 안 되는지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우리가 얼마나 많은 사유 실험들을 통해 우리의 사고를 좀 더 다양하고 단단하게 할 수 있는지는 알게 된 것 같다. 도덕적 딜레마들을 접하면서 일관성 있는 나만의 기준을 만들고 그 해답을 찾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는데 이 책은 오히려 생각할 거리 들을 던져주면서도 다양한 도덕 철학들을 알려주고 있어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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