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타락시아 - 정현진 사진집
정현진 지음 / 파랑새미디어 / 2014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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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집을 안 읽은지 무척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나마 가끔 접하는 에세이나 수필에서 좋은 글귀를 읽을 때의 느낌을 이 사진집을 통해 오랜만에 접할 수 있었다. 정현집 작가의 사진집인 이 책은 철학책을 종종 접하는 나로 하여금 많은 사색에 빠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었다.

아타락시아라는 제목부터가 철학을 연상케한다. 학창 시절 배웠던 에피쿠로스 학파가 어렴풋이 떠오른다. 평정심... 작가는 이 사진들을 통해 어떤 것들을 말하고자 했을까 책을 펼쳐보기도 전부터 궁금하게 만드는 제목이다.

 

사진에 관심도 많고 시 역시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굉장히 마음 편히 읽을 수 있었던 사진집이다. 사실 가끔 사진집을 보면 글귀보다는 주로 사진으로만 이루어져서 나도 저렇게 사진을 찍고 싶다는 부러움만 한가득 안고 책을 덮고 말 때가 많다. 그런데 이 책은 사진과 어우러진 간결한 글을 통해 사진을 다시 보며 생각하고 느끼게 되고, 또 반대로 사진을 보면서 생각을 하다가 글을 통해 사진을 다시 확인하게 되는 매력이 있다.

 

 

형상, 사유, 동심, 사랑, 행로, 장면 이렇게 6개의 컨텐츠로 이루어진 사진들.. 그 중에서도 딸 아이와 나의 시선을 사로 잡은 것은 바로 책 제일 처음에 나오는 '엄마와의 산책'이라는 사진이다. 아이의 그림책 속에서나 튀어나왔을 법한 나뭇잎들의 모습이 무척 귀엽다. 마치 병아리 가족들이 엄마를 따라 산책을 가는 느낌이 든다. 어쩜 이렇게 나뭇잎을 찍어 옆으로 돌려 생각을 했을까 그 참신함이 돋보인다. 작가의 세심한 관찰이 돋보이는 건지도 모르겠다.

 

또 하나... 많이 공감이 가는 사진은 아이의 학예회에서 사진을 열심히 찍어 기록으로 남기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나도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가끔은 아이들이 하는 것들을 사진으로 남겨야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질 때가 있는 것 같다. 정말 공연을 보러 온 건지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목적인지... 나 자신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우리 주변의 소소한 일상들과 마주하고 때로는 사색하고, 때로는 그냥 아무 생각없이 무언가를 바라만 봐도 좋다. 사진의 매력에 다시 한 번 빠져드는 순간이였던 것 같아 책을 보는 내내 즐거운 미소가 절로 났다. 나도 카메라들고 일상의 순간들에 좀 더 많이 관심을 기울여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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