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낡은 타자기 국민서관 그림동화 155
호몽 윌리 글.그림, 임은숙 옮김 / 국민서관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어릴 때 아버지가 타자기를 사용하는 모습을 많이 봤던 기억이 난다. 물론 나 역시도 그 타자기를 이용해서 한글도 적고 친구에게 편지도 쓰곤 했었다. 어느 순간 우리 집에서도 자취를 감추어버린 타자기... 그 자리를 대신 컴퓨터가 메우기 시작했던 것 같은데... 당연히 우리 딸이 타자기를 봤을리가 없다. 이 책 속에서나 접하게 된 타자기...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한다. 할아버지는 손주를 사랑하는 마음에 무엇이든 도와주고 싶어 숙제를 도와주려고 하시는데, 손자는 할아버지의 그런 마음도 모르고 편리한 컴퓨터가 있다고 거절한다.

이 책이 재밌었던 것은 타자기가 무조건 좋은 것이고 컴퓨터는 나쁘다는 식으로 나누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손자를 통해 컴퓨터가 얼마나 편리한 도구인지 잘 알려준다. 하지만 이러한 타자기도 정전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숙제를 해야하는 손자를 위해 할아버지는 불을 밝히고 컴퓨터를 대신할 타자기를 가져오신다. 타자기로 손자의 숙제를 열심히 치는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손자 사랑이 듬뿍 묻어나온다. 뭐든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은 할아버지, 할머니라면 누구나 다 똑같은 것 같다.

손자도 타자기에 대해서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이고 나서야 타자기의 진가를 발견하게 된다. 사실 진가는 뭐니뭐니해도 할아버지의 추억이 아닐까 싶지만...

손자는 할아버지의 빠른 타자 솜씨를 보고 할아버지를 다시 보게 된다.

낡은 타자기를 통해 낡고 오래된 것들이 다 쓸모 없는 것이 아님을 새삼 스럽게 다시 느끼게 된다. 아이에게도 오래된 것이 무조건 쓸모 없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려줄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책의 마지막에서 아이가 다시 한 번 크게 반응을 보였는데 그것은 바로 할아버지가 컴퓨터에 새롭게 눈을 뜨게 되는 장면인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이 좀 더 재미있고 색다르게 다가오지 않았나 싶다. 타자기를 이용해서 할아버지가 숙제를 도와주고 거기에서만 그쳤다면 오늘날의 컴퓨터가 아닌 옛 것의 소중함만 강조하고 끝났을 수도 있을텐데 할아버지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면서 옛 것과 현대적인 것이 자연스럽게 공존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건 어쩌면 할아버지 세대와 손자 세대의 모습을 타자기와 컴퓨터가 각각 대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둘은 모두 나름의 가치와 편리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아이와 함께 보고 나니 문득 우리 아버지가 쓰시던 타자기는 어떻게 되었나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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