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란 주제가 다소 딱딱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청소년들도 학교에서 토론을 하거나 법과 관련된 내용들을 배울 때 접해봤을만한 주제여서 많은 관심이 있을 것 같다. 우리 아이는 아직 초등학생이여서 이런 주제들을 접하기는 조금 어려운 것 같다. 고학년이나 중학교에 올라가면 유익하게 잘 보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히려 지금은 아이보다도 내가 더 즐겨보고 있는 책이 바로 세더잘 시리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존엄사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들려오기 때문에 나 역시도 흥미로운 주제가 아닐 수 없다. 오히려 그냥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내용들을 심도 있게 살펴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자발적 안락사와 비자발적 안락사 그리고 적극적 안락사와 소극적 안락사는 예전에 들어봤던 기억이 있어서 책을 보니 쉽게 이해가 간다. 흥미로웠던 것은 안락사라는 것이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토착민들 사이에서도 있어왔다는 점이었다.
죽음의 문제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안락사의 문제. 태어날 때 우리는 선택에 의해 태어난 것이 아니므로 죽을 때도 마찬가지로 정해진 대로 따라야한다는 입장과 인간은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있다는 입장이 팽팽히 대립되는 것 같다. 또한 안락사는 안락사를 해야할 입장에 놓인 가족의 입장에서는 그들이 찬성을 주장할 수도 반대를 주장할 수도 있다. 이들의 입장에만 전적으로 의존할 수도 없는 상황이므로 논란이 끊임없이 이루어진다고 하겠다.
이 책에서는 학창 시절에 배웠던 의무론적 윤리설과 결과주의 윤리설의 입장에서 살펴본 것이 와닿았던 것 같다. 각 입장을 바라보는 시각과 그 입장들이 조금은 이해가 되는 것 같다. 이러한 생명 윤리와 관련된 부분들은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논쟁들이 대부분이다. 왜냐하면 실제로 이런 사람이 우리와 가까운 주변에 있다고 하면 그 선택은 또 달라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자비가 우선이냐 아니면 생명이 우선이냐의 논쟁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다. 문제는 미끄러운 미탈길 이론을 어떻게 방지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한 가지를 허용했을 때 그 뒤에 동반되는 부작용과 문제점이 적지 않다면 허용을 하는 입장도 다시 한번 신중히 검토를 해야할 것이고, 인간의 생명에 가치를 더 두어야하는지 아니면 존엄하게 죽을 권리에 가치를 더 두어야하는지에 대한 검토도 충분히 이루어져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