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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자는 탁자일 뿐일까? ㅣ 걸음동무 그림책 13
이사벨 미노스 마르틴스 글, 마달레나 모토주 그림, 임은숙.손수정 옮김 / 걸음동무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아이들은 어른들보다도 훨씬 풍부한 상상력을 가지고 있기에 이러한 상상력을 키워줄 수 있는 재미난 책을 만난 것 같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과연 탁자는 그냥 단순히 탁자일 뿐일까? 궁금증을 자아낸다.
작은 크기의 책 안에 생각보다 많은 내용이 들어있다. 사실 우리 아이가 보기에 글밥이 조금 많은 것 같긴하다. 물론 내가 다 읽어줘서 크게 상관할 건 아니긴 하지만 내용도 많은 듯하다.
보는 사람에 따라 탁자가 모두 다 탁자의 용도로 쓰이는 건 아니라는 것이 아이 머리 속에 확실히 남은 것 같긴 하다. 아이가 책을 다 보고 나서 집에 있는 탁자, 작은 책상, 식탁 등을 보고 저것도 탁자고 저것도 탁자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탁자 찾기에 나선 것을 보면 말이다.
이 책으로 인해 아이들이 우리 주변에서 늘상 보는 평범한 사물이 생각하기에 따라 또는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같다.
이 책의 첫 장면은 할아버지와 손녀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할아버지가 탁자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데 그래서 그런지 아이가 이 책은 나보다 할아버지에게 탁자 이야기를 들려달라면서 들고 가서 읽어달라고 한다. 내가 봐도 할아버지와 손녀의 모습이 마치 우리 아빠와 내 딸의 모습인 것 같아서 보기만해도 흐뭇해진다.
할아버지에게 탁자는 추억이 깃든 앨범과도 같은 것이다. 시인에게 탁자는 시상을 떠올릴 수 있는 영감을 제공해주는 그 어떤 것이며, 로자 아저씨에게는 판자와 나사, 못이로 이루어진 것에 불과한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은 저마다 탁자를 다른 물건으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아주머니는 컵의 얼룩이 생기지 않도록 청소를 해야하는 물건이기까지 하다.
어떤 사람에게 때로는 탁자가 그 나무 자체만으로도 소중할 수 있다는 것을 책을 통해 아이가 배운 것 같다. 탁자는 사람에 따라 용도도 다양하게 쓰지만 기억하는 것도 다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