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도에 대해서는 나 나름대로 이중적인 면으로 항상 생각해왔던 것 같다. 머리로는 인권적인 측면을 생각하면서 사형제도가 없어져야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실제로 끔찍한 살인 사건이 텔레비전에 보도되면 사형제도가 있어서 저런 흉악범들은 사형 시키는 것이 맞다고 늘 생각해왔다. 그러기에 현재 우리나라의 사형제도에 대한 입장도 어느 정도 그냥 눈감아두고 볼 만했던 것 같다.
우리나라는 사실상 사형제 폐지국에 속해있다. 사형제도는 존재하지만 실질적인 사형은 집행하지 않은지 오래 되었단 이야기이다. 일부에서는 실제로 사형을 하지 않을거라면 사형제도를 없애는 것이 맞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쉽게 사형제도를 폐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흉학범들에 대해 강력한 처벌의 일환으로 사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수도 적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그러므로 사형제도는 존재하지만 사형은 실질적으로 하지 않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예전의 나라면 나도 이러한 입장에 공감했을 터인데 최근 실제 사형수의 이야기를 다룬 <왕의 목을 친 남자>라는 책을 읽다가 사형제도에 대한 나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사형을 당하는 사람의 인권도 문제라지만 사형을 집행하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고통스런 삶을 살았는지가 고스란히 전해져왔기 때문이다.
이 책은 토론거리로 많이 이야기되고 있는 사형제도가 존재해야하는가 아니면 폐지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두 가지 입장 모두를 균형있는 시각으로 제시해주고 있다. 세더잘 시리즈를 보며 느낀 것은 실제 학교 현장에서 토론을 하기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주장의 근거를 체계적이며 논리적으로 잘 들어 제시해주고 있다는 점이고, 더 나아가서 찬반 주장의 근거만 들어보는 것이 아니라 균형잡힌 시각으로 자신의 생각을 정립해 나갈 수 있다는 강점 즉 이런 매력이 있는 교양 서적인 것 같다.
풍부한 사진들과 그림들을, 도표, 자료들을 통해서 근거를 좀 더 명확히 뒷받침해주고 있고 알고자 하는 지적인 욕구를 채워주기에도 충분한 것 같다. 평상시에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해보지 않았던 사람도 두 가지 입장 모두를 살펴보고 자신의 입장을 생각해 나갈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생각했던 것은 사형제도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최후에 쓰는 마지막 방법의 처벌이라는 점이였다. 그렇다면 무조건 사형을 선고하기 보다는 종신형이 될지언정 다른 방법의 처벌들을 다 써서 범죄자를 개선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좀 더 풍성한 근거들로 사형제도 문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