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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 슛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4년 4월
평점 :
책 표지만 보면 뭔가 유쾌한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알 수 없는 분위기인데 다시 여성의 얼굴 표정을 보고 있으면 어딘가 모르게 비장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우울해 보이는 것 같기도 여러 가지로 보이는 것 같습니다. 유쾌할 것만 같았던 일들이 제가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돌아가는 것은 물론이고 정말 오랜만에 재미있는 책을 만났습니다.
사실 일본 작가의 추리 소설을 한 때 무척이나 즐겨봤습니다. 뭔가 나의 예상에서 맞힐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추리를 열심히 해보면서 반전을 기대해보지만 번번히 빗나갔을 때 실망감보다는 뭔가 더 희열이 느껴지더라고요. 작가의 추리가 나의 예상 범위 밖에 있다는 것은 늘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도 그런 반전들을 여럿 경험하게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소재는 드라마에서 봤을 법한 그런 내용입니다. 제가 드라마를 많이 봐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교도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가 우리나라 드라마의 단골 소재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교도소에서 알게 된 왕언니에게서 듣게 된 이야기 역시 그러합니다. 왕언니는 졸부의 첩으로부터 가족을 죽여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를 실행에 옮겨 청부살인 혐의로 감옥에 들어오게 되었는데 출소 당일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유산 빼돌리기 대작전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점점 드는 생각은 정말 치매가 맞나라는 의구심이 들더라고요. 혹시 치매에 걸린 척 연기를 하고 있으면 어떻게 하지 등등의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왕언니의 이야기를 들었던 탓인지 혜수는 왕언니도 없어진 마당에 유산을 그냥 두려하지 않죠. 분명 혜수 본인의 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버려진 돈처럼 여겨 자신이 차지하고자 하는 욕망을 잘 보여줍니다. 우리는 흔히 이런 경우 자기 돈이 아닌데도 누군가 계획을 세웠던 사람이 없어지거나 계획이 실패하게 되면 자신이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노력해야할 것만 같은 착각을 하며 사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정말 오랜마에 추리 소설을 접했는데 우리의 인생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우리는 모두 자신의 욕망을 위한 거짓 연기를 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