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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잔혹사 - 약탈, 살인, 고문으로 얼룩진 과학과 의학의 역사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4년 4월
평점 :
사실 예전부터 이런 생각을 전혀 해보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특히 과학 관련 분야에 있어서 해부학을 보면 인체의 비밀을 파헤친다는 점에서는 어찌보면 필요한 일일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비록 죽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해부를 한다는 것이 어쩐지 조금은 깨름찍하게 느껴지기도 했거든요. 분명 이런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인체를 좀 더 사실적이고 아름답게 그릴 수 있는 길도 열렸지만 꼭 필요한 일인가를 생각해보면 선뜻 답을 내놓지 못하겠더라고요.
이 책은 그런 면에서 과학자들이 벌이는 일들이 비윤리적인 부분들도 적지 않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과학을 통해 우리는 더 많은 혜택과 이로움을 얻고 그로 인해 오히려 생명을 살리는 일도 가능해졌지만 그 이면에 숨어 있는 검은 부분들을 이 책에서 짚어주고 있습니다. 과학자들만이 데이터를 위해 비윤리적인 일도 벌인다고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 많은 생각이 필요하리라 느껴졌습니다.
시신 도굴, 동물 학대, 노예 무역 등 상상할 수도 없는 많은 분야에 과학자들이 빠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과학은 어두운 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모델도 실존 인물을 토대로 한 것이라고 생각하니 얼마나 많은 부분들에서 살인과 고문 등은 잔인한 방법으로 과학과 의학을 발달시켜 왔나 하는 생각을 금치 못했습니다.
왜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이렇게 비윤리적인 일들을 벌이고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면서 동시에 단순한 흥미 위주로만 쓰여진 책은 아니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사뭇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하는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울러 인간을 위한 것이 과학과 의학이라고 한다면 그 이유로 오히려 인간에게 심지어는 동물에게 행해지는 비윤리적인 일들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미래를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책은 다소 두껍지만 저희 아이도 이 책을 살짝 훑어보더니 읽어봐야겠다고 할 정도로 내용이 좋은 것 같아서 아이에게도 권해줘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