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별 분식집
이준호 지음 / 모모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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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앞 분식집은 너무나도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입니다. 왁자지껄 떠드는 여학생들의 끊이지 않는 수다와 웃음 소리. 생각만 해도 뭔가 경쾌해지고 활력이 넘치는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어쩐지 이 책에 등장하는 여우별 분식집의 풍경은 사뭇 다릅니다. 

 

주인이 자리를 비워도 손님들이 알아서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풍경에서 뭔가 가게 주인과 손님 간의 굉장히 친밀한 사이를 보여줄 것만 같았지만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손님을 아무런 영혼 없이 대하는 분식집 사장 제호를 보면 그 분식집에 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 것만 같은 그런 느낌입니다.

 

사실 저는 가게 주인의 표정이 밝지 않거나 무뚝뚝하면 음식 맛이 아주 좋으면 몰라도 안 갈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여우별 분식집을 찾는 손님들이 음식 맛에 대해 별로 맛이 없다고 비평을 하면서도 또 찾는 것이 어쩐지 저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아무튼 가게를 운영하면서 이렇게나 무기력하고 아무런 반응 없이 장사를 할 수가 있나 그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어쩌면 이런 모습이 나의 모습일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꿈을 찾아 나선 것은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고 그냥 적당한 선에서 세상과 타협하고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저의 모습이 제호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자 적잖이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여우별 분식집에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온 세아를 보여주며 제호와 대조적임을 알게 합니다. 어릴 적에는 세아와 같은 모습들이 나에게도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 제호처럼 변해버린 저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세아의 모습을 통해 꿈을 꾼다는 것은 그것을 이루든 이루지 않든지 간에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있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꿈을 이루지 못했을 때의 초라함 보다는 꿈을 포기한 모습이 더욱 초라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함께 말이죠.


아무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고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떡볶이와 여우별 분식집을 통해 꿈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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