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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꽃 길 시골하우스
이영희 지음 / 델피노 / 2023년 11월
평점 :
책의 제목부터 그림까지 뭔가 정겨운 느낌이 가득합니다. 마치 익숙한 풍경을 마주하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꽃 그림이 뭔가 편안한 기분을 주기도 합니다. 감꽃 길 시골하우스라는 제목에서도 뭔가 내가 기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도 들고요. 다만 표지의 그림 중 눈에 띄는 꽃 그림 중의 하나는 꽃이 꺾여 있다는 겁니다. 아름다운 꽃이 꺾여 있다니요. 이 무슨 일을 암시하는 걸까라는 생각으로 책을 펼쳤습니다.
역시나 슬픈 일이 주인공에게 벌어지고 있네요. 부모를 잃은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을 텐데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큰 힘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더 힘들게 한다면 어떨까요? 누구를 믿고 의지하며 마음을 추스려야 할지 막막할 것 같아요. 우연히 마주한 감꽃 길의 시골하우스에서 주인공 하유는 위로를 받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사람에게는 누구나 감당하기 힘든 시련이 올 때가 있고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마음을 추스려야 할지는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지만 감꽃 길 시골하우스처럼 이런 공간이 나 자신에게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런 공간이 있다면 그 어떤 시련이 닥쳐와도 마음의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외로움이 그나마 조금 덜어지지 않을까 싶어서요.
하유는 시골하우스에서 시곤을 운명처럼 만납니다. 이런 만남이 우리에게 상처를 회복하고 다시 일어서고 살아갈 힘을 주는 것 같아요. 하유에게 그런 존재가 바로 시곤이기도 하고요. 책을 읽으면서 감꽃 길의 시골하우스를 상상합니다. 감꽃 길의 꽃말은 알지 못했는데 ‘좋은 곳으로 데려가 주세요’라는 꽃말이라고 하니 감꽃에 대한 생각이 바뀌는 것 같아요. 뭔가 더 따뜻한 위로를 필요로 하는 꽃말인 것 같기도 하고요.
아무튼 처음 책 표지를 봤을 때 꺾여진 꽃 줄기가 눈에 띄었는데 동시에 궁금했던 것은 바로 뒤에 있는 꽃 봉오리였습니다. 상처를 받아 이렇게 꽃대가 꺾이게 될 때도 있지만 아직 피지 않은 꽃 봉오리처럼 다시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가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