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구경하는 사회 -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김인정 지음 / 웨일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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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기자를 막연하게 생각하며 괜찮은 직업이란 생각을 했었던 때가 있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어린 마음에 그저 좋아보였다고 하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 같다. 사회부 기자로 십여년을 지낸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괜찮은 직업이라기 보다는 힘듦을 견뎌야 하는 일이 생각보다 얼마나 많을까를 뒤늦게나마 생각하게 된다. 

 

특히 사회에서 발생하는 각종 재난과 사건들을 취재하는 기자라면 어쩔 수 없이 타인의 고통과 슬픔을 마주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한때 우리는 공인들의 장례식장 같은 장소에서 기자들이 공인에게 인터뷰를 강행하는 모습들을 보며 비인간적인 행위라고 지적을 해온 바가 있다. 반대로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사건 현장에서의 유족들을 만나고 그 상황과 장소에 대해 이야기하는지의 심정은 잘 헤아리지 못했던 것 같다.

 

어쩌다보니 지금의 우리 사회는 타인들의 고통을 방관하고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작년에 있었던 이태원 참사 역시 나의 입장에서는 그렇다. 누구는 그들 개인의 잘못이라며 나라에는 책임이 없다고 떠드는 사람들도 있다. 누구의 책임이냐를 떠나서 타인의 아픔과 고통을 헤아리기 조차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부분들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것 힘이 있다.

 

책에서도 언급되어 있지만 가끔은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될 행동들을 하는 선 넘는 인간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타인의 고통은 외면한채 자신의 유튜브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서 더욱 더 적나라하게 타인의 고통을 보여준다. 심지어 슬픈 현장에서 웃으며 이를 소개하고 이를 오로지 조회수 높이기에만 이용하는 모습들을 보고 있으면 인간이란 존재가 무엇인지에 대한 회의감마저 들게 된다. 

 

자신의 일이 아니라며 알바 아니란 표현을 써대며 타인의 고통을 희화화하거나 외면하고 방관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며 더는 이대로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연민을 잊지 않는 일에 노력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글이 마음에 계속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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