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부신 날
김혜정 지음 / 델피노 / 2023년 9월
평점 :
품절


처음 책을 읽으면서 소설이라는 사실을 잊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머리에 뿔이 났는데 이것이 종양이라면 어떨지 상상해 본 적도 없는데 어느 순간 제가 책을 읽으면서 이 상황에 몰입하고 있더라고요. 너무나도 끔찍한 상상을 하면서 책을 읽어나갔답니다.

 

책에는 너무나도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상상하기도 싫은 이야기부터 어쩌면 내 이야기일 수도 있는 이야기들까지 너무나도 다양한 이야기여서 몰입하며 금방 읽어나간 것 같습니다.

 

처음 작품을 읽었을 때는 작가가 지체 장애란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작품을 다 읽고 알게 되었을 때 그렇기 때문에 작가가 소설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잘 녹여 내었구나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겉모습이 다르더라도 결국 우리 인간이라는 사실은 변함 없는 것처럼 다른 사람과 다른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우리는 모두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다시금 주지시켜 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내가 처해 있는 상황이 힘들다고 느껴지면 우리는 나 자신을 소중히 하기 보다는 주어진 환경을 탓하거나 절망에 빠지거나 우울함을 느끼기가 쉬운데 저자의 글들을 읽으면서 세상 살아가는 우리의 인생사가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뿔이 나 있던 정수리를 만져보며 수술 후 뿔이 사라져 기뻐하기 보다는 이를 유니콘이라 표현하는 것을 보면서 힘들고 우울한 날들을 잘 견뎌내면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눈이 부신 날이 우리 모두의 인생 앞에 다가올 수 있으리란 생각도 해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힘든 나날들을 견뎌낸다는 표현보다는 그냥 지나가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란 표현이 더 잘 어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나만 힘든 것이 아니라 항상 웃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속으로는 울고 있을지도 모르고 이런 것들을 통해 더 단단해지는 자신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저 역시도 저의 삶을 좀 더 잘 흘려보내고 받아들여 더 단단해지는 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되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