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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장례식
박현진 지음, 박유승 그림 / 델피노 / 2022년 3월
평점 :
과거에는 죽음이라는 키워드를 접하게 되면 굉장히 애써 외면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던 것 같아요. 무섭고 피하고 싶다는 저의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요. 요즘에는 죽음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이를 연구하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더라고요. 그래서 저 역시도 무조건 외면하던 것에서 인식을 조금 달리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또 하나 저의 관심사 중 하나는 그림들이랍니다. 과거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교과서에서나 접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의 전시회를 주로 찾아다녔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정말 다양한 화가들에 관심이 많답니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화가들도 저의 관심 대상이거든요.
이 책을 읽으면서 죽음과 그림과 이 두가지 모두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답니다. 저자는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아버지가 절망의 순간에서 붓을 들고 그가 남겼던 그림들을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그림들이야말로 저자의 아버지 그 자체가 아닌가 싶네요.
화가의 작품들을 이 책에서 만나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색다른 경험이었고 이 모든 것들을 아들의 입을 통해 글로 전해 들으니 아들의 마음은 어떨지 자꾸만 상상하게 되더라고요. 아버지가 남긴 그림들을 통해 아버지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는 것 같고요.
양극성 정동장애. 굉장히 생소한 단어인데 극심한 우울증이라고 하니 마음이 무척 아프고 힘들었겠단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습니다. 이를 알게 되었을때 가족들의 마음도 느껴져서 모든 것이 슬프게 느껴졌어요. 간암으로 결국 세상을 등졌지만 그래도 살아 있을 때 마지막 희망으로 그가 행했던 화가로서의 삶이 그에게는 제2의 인생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짐작해봅니다.
장례를 끝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의 작품들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는 그 장면이 눈에 그려집니다. 천국 미술관 관장을 하겠다는 어머니의 말과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자매와의 만남에 저 역시도 눈시울이 붉어지더라고요. 우리의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는 소중한 시간이었고 책 속에 등장하는 화가의 다양한 작품들을 천천히 보며 마치 미술관에 걸려 있는 작품을 보는 것 같은 기분으로 들여다보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