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50년째 살고 있습니다만

아빠와 50년째 살고 있습니다만
이유진 지음 / 예미 / 2020년 7월

50이 가까운 나이에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은 어릴 때와는 분명 남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나이가 들어가니 예전에는 몰랐던 부모님에 대한 소중함도 더욱 더 피부로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젊을 때부터 이런 것들을 알았다면 좋았겠지만 인간이 원래 그런 것인지 뒤늦게나마 느낍니다. 저자가 아버지에게 보내는 사부곡이라고 하니 책을 읽는 내내 저도 저희 아빠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아마도 저를 비롯한 많은 분들이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에세이 형식으로 쓰여 있어서 편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부모님이 어떤 존재인지를 비록 저자의 부모이긴 하지만 간접적으로나마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었고요. 저자의 부모님을 통해 자녀 교육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특히 형평성에 대한 이야기는 마음에 많이 남았습니다. 자식과 부모가 생각하는 형평성이 다를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부모는 모든 자녀들에게 골고루 뒷바라지를 해주고 사랑을 주며 키웠다고 생각하는 반면에 자녀 입장에서 볼 때는 어떤 자녀에게 부모가 좀 더 뒷바라지를 했는지에 따라 자녀의 능력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죠. 

제가 이제는 자녀 입장이기도 하면서 부모 입장이 되어보니 이런 글들의 의미가 더 마음에 잘 와닿습니다. 아마도 우리 아이들도 어떤 자녀에게 부모가 좀 더 뒷바라지를 잘 해주느냐에 따라 자신들의 능력이 달라진다고 믿고 있겠죠. 저 역시도 어릴 때 그런 마음을 가졌던 것 같고요. 

저자의 경우 딸 넷이라는 같은 출발선상에서 시작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 하지만 사실 부모가 딸 넷을 공평하다고 느끼게끔 하면서 키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부모가 생각하는 형평성과 자녀가 생각하는 형평성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네요.

아빠와 50년을 함께 살면서 딸 넷을 키워 온 아버지에 대한 고마움과 그 시간들을 견뎌야 했던 아버지를 생각하며 쓴 저자의 책이라 그런지 저 역시도 저희 부모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