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녀
황의건 지음 / 예미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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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장녀라는 제목만 봤을 때는 우리가 흔히 한 집안의 장녀라는 말을 사용할 때 장녀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문을 보니 내가 생각한 장녀는 아니었다. 물론 이 책에서 주인공은 세 자매의 맏딸, 즉 장녀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장을 담그는 여자를 나타내는 장녀이기도 하다. 

 

나는 사실 장녀는 아니라서 장녀가 한 집안에서 느끼는 그 막중한 책임감에 대해 직접적으로 느껴본 적은 없어서 제대로 알지 못한다. 이렇게 책을 통해서나마 조금 이해할 수 있을 뿐이다. 더군다나 이야기의 소재가 조금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맏딸로서의 힘들었던 삶의 모습을 장을 담그는 장녀가 되어 비로소 조금씩 더욱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이 집안의 장녀면 어떠했을까를 자꾸 나도 모르게 상상하며 읽었다. 하지만 결론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

 

세 자매의 맏딸이지만 이 세 자매는 모두 성이 다르다. 아빠가 다 다르다는 설정만으로도 나라면 나와 아버지가 다른 동생들을 잘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군다나 이야기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동생의 성정체성 문제까지 더해져 편안한 분위기로 이 책을 읽어나가기는 힘들어진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많은 이야기들을 독자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장녀로서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동생들을 위해 뒷바라지 했다던 우리 어머니들 시절의 이야기를 아직까지도 경험하고 있는 오늘을 살아가는 장녀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못내 서글프게 느껴졌다. 

 

이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별로 없었을 것 같은데 주인공은 장을 담그면서 이를 자신의 인생으로 받아들이는 듯 하다. 우리의 전통 장이라고 하면 메주를 이용해서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이것이 오랜 시간이 지나 숙성이 되면서 맛을 내는데 우리 인생도 그렇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는 듯하다. 아무튼 어린 나이에 장녀라는 이유로 많은 것을 감당해야 했던 주인공이 조금이나마 삶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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