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이고 남편이고 주부입니다만

연하이고 남편이고 주부입니다만
왕찬현 지음, 기해경 그림 / 파람북 / 2020년 2월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남편이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된다면 어떨까 문득 생각해봅니다. 주부는 아니지만 연하 남편과 살고 있는 저는 책을 읽기도 전에 공감되는 부분들이 혹시라도 있지 않을까 싶어 기대하며 책을 보게 되더라고요.

누님이라고 말하는 모습이 너무 웃기면서도 귀여운 것 같아요. 연하 남편의 평범한 일상들을 담은 에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깜찍한 일러스트는 아내가 그린 것이라고 하네요. 이 책을 통해 재능을 발견했다네요.

아무튼 닭백숙을 끓여 놓고 아내를 기다리는 마음, 아내가 퇴근 후 맛있게 먹어주기를 바라는 마음 등은 정말 주부같아요. 열심히 음식을 차려놓았는데 야근을 하게 되거나 피곤하다고 안 먹는 날은 주부들이 뭔가 섭섭한 마음 같은게 있잖아요. 저자인 연하 남편도 닭백숙으로 그런 마음을 느꼈나봐요. 안 먹는다고 하더니 어느 순간 같이 먹자라든지 먹어보라는 말도 건네지 않고 닭백숙을 먹고 있는 아내의 모습. 서운하면서도 잘 먹는 아내를 보면서 주부의 마음을 느끼 연하 남편.

주말 부부로 지낼 때는 서로 잘 안 싸운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함께 지내다보니 연일 싸움이 끊이지 않는 부부. 아마도 대부분의 부부들의 모습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하네요. 홱 돌아누운 남편과 거실로 나가버린 아내의 이야기. 물론 아내는 거실이 너무 더워서 자존심을 버리고 다시 들어오긴 했지만요. 부부만의 에피소드들이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부분들도 있을 것 같고 옛 생각이 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클래식이 흐르는 카페에서 쫓겨날 뻔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네요. 처음엔 수줍게 만나 연상녀에게 무슨 말을 해야할까 고민하던 남자. 그리고 어느 순간 뜨겁게 연애하다 카페에서 쫓겨날 뻔한 커플. 이 이야기가 모두 이 부부의 이야기라고 하니 이 부부의 만남부터 이 만남이 어떻게 이어져왔는지가 궁금하면서도 머릿속에 그려지더라고요.

차를 비롯한 경제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한 살림 이야기 등 결혼 후 우리가 겪게되는 많은 부분의 이야기들을 에피소드처럼 들을 수 있어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인 것 같습니다. 많은 부부들이 그러하듯 절대 운전 연수는 남편이 하지 않는 것이 좋겠고 남편이 화를 내는 것은 아내를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걸 이제야 새삼스레 이 책을 통해 떠올리게 되네요. 아무튼 주부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연하 남편의 에피소드들을 통해 결혼 생활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게 되고 추억도 새록새록 났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