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소년, 동백꽃 -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책고래아이들 21
정복현 지음, 국은오 그림 / 책고래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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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마당에 동백꽃을 심었지만 아직 꽃을 보진 못했답니다. 이 책을 읽어보니 동백꽃은 겨울 이전에 꽃을 피우고 추운 겨울을 이겨내는 꽃이라네요. 겨울에 피어있는 동백꽃의 모습을 볼 때면 이 책에 등장하는 동백이처럼 시련을 잘 극복해내는 모습이 떠오를 것 같습니다.

 

동백이는 어릴 때 자신의 아버지가 죄도 없는데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당연히 소년의 마음 속에는 자신의 아버지를 억울하게 죽음으로 몰아간 조방장에 대한 미움이 자리하고 있을 수 밖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분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동백의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과거의 신분 제도나 정치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이 있는데 백성들을 진정으로 살피지 않고 아래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말만 듣고 일처리를 하는 사또를 비롯한 고위 간부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책 속에 등장하는 추사 김정희 선생님 역시도 유배지에 와서 생활하기 전까지는 백성들의 모습을 속속들이 알지 못했고요. 그것만 봐도 많은 관리들이 백성들과 동떨어진 삶을 살았겠구나 싶네요. 더군다나 그들 중 일부는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 데에만 급급해서 백성들의 삶을 외면하는 것도 모자라 동백이 아버지처럼 억울하게 죽음으로 내모는 경우도 많았을 것이고요.

 

동백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나라면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동백이는 직접 아버지를 죽인 조방장을 찾아가 얼굴을 자세히 보고 기억했다가 방을 써붙입니다. 조방장이 백성들을 죄없이 괴롭히고 했으니 신고하라는 내용의 방을 말이죠. 아버지를 생각하면 조방장에 대한 분노로 두려움 없이 용기를 내어 이런 일을 한 것 같아요.

 

당연히 동네는 이 방을 붙인 사람을 잡겠다고 발칵 뒤집히죠. 이전에 우연히 만난 적 있는 한양대감으로 불리는 추사 김정희 선생이 동백이가 바닥에 그리는 그림을 본 적이 있었죠. 동백이는 한양대감에게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하고 도움을 요청합니다. 한양대감은 필적을 대조할 것을 염두에 두고 동백이에게 왼손으로 글을 쓰게 하고 그림을 알려줍니다. 훗날 이 때 배웠던 글씨로 인해 동백이는 위험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되고요. 신분을 뛰어넘는 한양대감과 동백이의 우정도 엿볼 수 있었고, 비록 높은 신분이었지만 유배와 있는 한양대감의 신세와 동백이의 신세를 보면서 서로 비슷하다는 것을 느낄 수도 있었답니다.

 

또한 부당함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던 백성들이 힘을 모아 함께 했다는 점이 눈여겨 볼만한 것 같습니다. 위기 상황을 힘을 모아 함께 하면 혼자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들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도 잘 알려주는 책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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