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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평과 삐쩍멸치 -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ㅣ 책고래아이들 19
신양진 지음, 박연옥 그림 / 책고래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학창 시절 아이들에게 있을 법한 이야기들을 책으로 묶어 놓아서 그런지 우리 아이가 무척 열심히 보네요. 저도 책을 읽어보니까 생각할만한 것들이 많아서 아이들에게 꼭 읽히고 싶은 좋은 동화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은 다섯 편의 단편들을 묶어 놓은 책인데 책 제목인 '오만평과 삐쩍멸치'는 학창 시절에 서로 별명을 부르면서 놀려대는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글입니다. 오만평은 뚱뚱하다고 부르는 별명이고 삐쩍멸치는 너무 말랐다고 부르는 별명이죠. 서로 원수 같은 사이이지만 인영이와 승진이는 직업체험 수업에서 짝이 되면서 어쩔 수 없이 같이 장사를 하게 되죠. 인영이가 준비한 뻥과자와 승진이가 준비한 별사탕을 모두 팔려니까 어쩔 수 없이 친구들에게 약간의 과장을 하게 됩니다. 뻥과자를 먹으면 인영이처럼 살이 찔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별사탕을 먹으면 승진이처럼 날씬해질 수 있다고 홍보하죠.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레 서로의 단점과 놀렸던 부분들에 대해 갈등이 모르는 사이 조금씩 작아지는 듯 하네요.

'단짠 크림빵'은 어른인 저에게 더 많이 생각하도록 하는 내용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졌다고 하니 더욱 더 씁쓸한 생각과 여러가지 마음들이 교차하네요. 반장 선거에서 자신이 쓴 한 표밖에 받지 못한 김수민은 자신이 마음이 아픈 친구를 잘 돌봐주면 친구들이 자신을 뽑을 것이라고 생각했나봐요. 수민이에게만 마음이 아픈 서진이를 다 떠 넘기는 것 같아서 씁쓸한 생각도 들었고, 실제로 반장 선거에서 뽑힌 영서의 공약에 깜짝 놀랐습니다. 자신이 반장이 되면 수업에 방해가 되는 서진이를 특수학교에 보내겠다니요. 아이들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닌 듯한데 책 속에 주인공인 수민이도 영서의 공약에 놀란 눈치네요. 이런 아이가 반장이 된 현실이 뭔가 씁쓸하기만 합니다.
'앵두와 참기름'에서는 '소나기'를 보는 것 같은 풋풋한 소년 소녀의 사랑 이야기도 떠올랐고, 꾸밀 줄 모르고 사는 줄 알았던 할머니가 다른 할아버지를 만나러 갈 때는 다른 모습으로 가는 것을 알고 지레짐작하던 주인공은 결국 자신의 사랑도 혼자만의 헛된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할머니 역시 정으로 할아버지에게 잘해줬던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사랑 이야기를 안타까우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것 같아요.
'소희네 젓갈' 이야기도 그렇지만 저는 마지막에 다룬 '딸기향 립글로즈'가 아이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지 않았나 싶네요. 부자집에 잘 사는 줄 알았던 소연이가 립글로즈를 떨어트리자 은수는 이것을 돌려주지 않고 본인이 갖게 됩니다. 립글로즈가 없어진 줄 알고 친구들 가방을 뒤지며 찾아해메는 소연이를 보면서 은수는 마음이 편치 않죠. 하지만 소연이 역시 화장품 가게에서 훔친 립글로즈라는 것을 알게 되죠. 서로의 비밀을 알게 된 이들. 우리 아이는 이 이야기를 제일 관심을 갖고 읽었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