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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아이가 아니라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 무례한 세상 속 페미니스트 엄마의 고군분투 육아 일기
박한아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9월
평점 :
개인적으로 요즘에는 페미니스트라는 의미가 변질되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페미니스트라는 말을 들으면 신중해진다. 그런데 저자는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밝히면서 육아에 있어 그러한 면모들을 과감히 드러내고 있다. 문득 페미니스트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어떠해야 하는지 그 기준이라도 있는지 궁금해졌다.
아무튼 저자는 아이를 기르면서 성별이라는 프레임에 우리가 아이들을 가둬두는 것이 문제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나 역시도 아이를 기르면서 성별과 색상에 대해 고민해보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유독 파란색을 좋아하는 딸 아이를 보면서 가끔은 핑크가 더 예쁜데 사지 않는 딸 아이를 설득해 본 적도 있다. 그것은 단지 여자 아이이기 때문에 핑크를 골라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게 더 우리 아이에게 잘 어울려 보였기 때문이다.
색상은 사실 중요하지 않다. 과거에는 여자가 파란색을 남성이 분홍색을 상징했던 시대도 있었다고 다른 책에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중요한 것은 색상이 아니라 우리가 아이들을 넌 딸이니까 또는 넌 아들이니까 이래야해라는 고정 관념으로 구분한다는 점이다.
저자의 아들도 치마에 관심을 보이던 시기가 있었는데 만약 이러한 모습이 우리 아이에게도 나타난다면 나는 과연 어떻게 대처했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성 정체성이 아직 제대로 확립되지 못했을 때 어떻게 부모로서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냥 아이 그대로를 인격체로 존중하면서 원하는대로 두어야하나 하는 생각도 물론 들었다.
아무튼 아이를 양육함에 있어서 그동안 우리 사회가 얼마나 남성 중심의 사회 였는지를 보여주는 것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저자가 언급했듯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도 있었고, 반면에 요즘에는 그림책 속에 당당한 여성이 주인공인 책이 많이 있기에 그러한 부분들에서는 인식의 변화가 점점 생겨나고 있다는 생각에 그래도 조금은 이러한 사회 분위기에서 벗어나 위안을 삼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울러 맘충이냐 개념충이냐 하는 부분에서는 주변을 배려하는 법도 중요하다는 것을 아이에게 함께 일러줄 수 있는 부모가 되었으면 한다. 마트에서 아이가 소란을 피울 때 그냥 두는 것이 육아법상 도움이 된다고 할지라도 그보다는 마트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니까 하면 안 된다는 것도 일러주는 부모가 되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들었다. 내가 당당하게 나의 권리를 주장하려면 내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은 기본이 되어야 하기에 말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 내 권리만 주장한다면 진정한 페미니즘이라고 할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