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 시간이 멈춘 곳 작은거인 48
이귤희 지음, 송진욱 그림 / 국민서관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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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무섭다는 생각이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글을 읽으면서도 그 무서움이 전해지지만 그림 역시도 너무 생생하게 다가와 더욱 더 큰 공포로 다가오더라구요.

 

인색하고 돈만 많은 할아버지를 둔 선우에게 할아버지는 공포의 대상입니다. 사람들은 할아버지에 대해 돈이면 뭐든지 다 하는 무서운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지요. 할아버지의 집 아래 터널이 있다면 그 터널은 과연 예전에 어떤 곳이었을까요? 할아버지는 친구의 시계를 훔치게된 선우에게 정직을 가르치기 보다는 잘못을 했으면 끝까지 들키지 않는게 중요하다고 가르치는 그런 사람입니다.

 



우연히 터널 안에서 1945년 8월 15일 12시에 머무르게 된 선우는 이 장소가 어떤 곳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터널 안에서 만난 동갑내기 남규는 선우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바로 일본군에게 위협을 받으며 시키는대로 노동을 하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 있습니다. 일본군의 잔인함은 말로 다 형언할 수 없겠지만 이 책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은 바로 친일파로 돌아선 길태라는 인물입니다. 같은 조선인이지만 우리나라를 배신하고 일본 편에 서서 조선인들에게 횡포를 부리고 그들은 일본 편에 붙어 호의호식하는 것이죠.

 

책을 읽으면서 일본군이나 길태의 잔혹한 모습에도 여러 번 놀랐지만 남규의 형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던 선우의 할아버지가 알고보니 길태였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충격적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잘 살고 있을 친일파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잊고 있는 사이 이들은 지금도 아무런 죄책감 없이 이 땅에서 잘먹고 잘살고 있겠지 싶어 화가 나더라구요. 가만히 있으면 잊혀질 수도 있는 우리 역사의 아픈 부분이지만 아이의 책에서 이런 소재를 이렇게 풀어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우리 아이도 이 책을 읽고 비로소 친일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 것 같습니다. 이들이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된 것이죠.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자기 아버지의 잘못을 바로잡고자 했던 선우 아버지 같은 사람이 우리나라 어딘가에도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랍니다. 터널이란 그런 곳 같습니다. 끝이 안보여서 어떤 길이 펼쳐져 있을지 모르는 암흑 같은 곳이면서도 어쩌면 그 곳을 빠져 나가면 희망의 빛이 보일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갖게 하는 곳. 과거에 우리가 겪었던 길도 마치 터널과도 같았을 거란 생각을 하니 마음이 많이 아파오더라구요. 아이 책이지만 어른들도 함께 보면 마음이 먹먹해지고 생각할 거리가 있는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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