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보다 네가 먼저 왔으면 좋겠다
손승휘 지음, 이재현 그림 / 책이있는마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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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제목을 봤을 때는 그리운 연인을 기다리는 것만 같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책을 펼치니 연인 관계에 대한 그리움은 고양이들 사이에서만 묻어날 뿐 영식이와 영채는 남매 사이임을 알 수 있었다. 영식이가 기르던 고양이들 즉, 장미와 스미레를 출장 때문에 동생 영채에게 맡기게 된 것이다.

 

고양이를 기르고 있는 사람들이 봐도 고양이의 입장에서 바라본 이 글이 흥미롭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처음엔 영식이도 뭔가 서투르고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어느 순간 식구가 되었고, 나쁜 애라고 불렸던 마녀 집사 영채도 어느 순간 이 고양이들의 식구가 되어버렸다.

 

고양이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들이 사는 세상에서도 처음엔 어찌 알게 되었듯 미움이 또는 안타까움이 그리고 사랑이 어느 순간 마음에 자리잡으면서 따듯한 친분이 생기게 된다. 장미와 스미레 역시도 인간들과 따듯함을 나누는 사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사실 이 책에서는 이런 따스함이 느껴지기 보다는 고양이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을 해칠지도 모르는 무서운 영채의 모습이 그저 유쾌하게 그려지기만 한다.

 

어느 순간은 고양이가 인간을 위로한다. 영채가 연인과 헤어지고 술을 잔뜩 먹고 들어온 날 고양이들은 영채를 밤새 걱정하느라 잠을 못잔다. 영채 역시 나중에 장미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숲으로 떠나버렸다는 사실도 모른채 매일 걱정하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장미를 찾아 나서는 애틋함을 보여준다.

 

처음엔 영식이와 영채가 연인 사이인 줄 알고 영채가 고양이를 돌보면서 연인인 영식이가 첫눈보다 먼저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내용인가 생각했었다. 그러나 장미와 스미레도 남매 사이이고 호기심 많은 누나 고양이 장미는 남자 친구를 만나 자유와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숲을 그리워하면서 떠나버렸고 영채와 스미레만 남게 된다. 영채와 스미레가 첫눈보다 장미가 먼저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이 담겨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영식이도 첫눈보다 먼저 와주기를 바라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고양이의 시각에서 써내려간 글이라는 점이 굉장히 소소한 재미를 주면서도 고양이의 매력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같고, 무섭고 무뚝뚝한 것 같으면서도 고양이들을 위해 집안에서 놀 수 있도록 장난감을 비롯해서 집안을 꾸며놓는 영채의 마음에서도 식구라면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그리워하고 이해하며 누구보다 마음 속으로 사랑하고 있음을 다시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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