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그림 그리는 치과 의사
강영진 지음 / 봄날의느낌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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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그림 그리는 치과 의사》의 저자이신 강영진 작가은 정말 욕심쟁이이신 분같다. 치과 의사, 교수, 화가, 미술평론가인 것도 모자라 책까지 출간하시며 작가로서의 도전장을 내미셨으니 말이다. 1958년에 태어나신 작가님을 보니 한 평생 농사만 지으시며 사시는 친정 아빠가 떠올랐다. 본업은 치과 의사이시면서 그림까지 그리시는 강영진 작가님. 뉴욕의 그림 그리는 치과 의사를 보는 내내 마치 그림에 얽힌 이야기를 큐레이터로부터 듣고 있는 전시관에 온 기분이었다. 취미로만 그리시는 것이 아니라 2022년 12월 올해 전시회를 앞두고 작업하고 계시다고 하시니 전시전에 미리 만나본 것이 영광스럽게 느껴졌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가족들과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생활하신 대학생활이 쉽지많은 않았을것이다. 다행히 혼자 간 것이 아니라 향수병이나 가족에 대한 그림움은 적었겠지만 언어라는 장벽은 아무래도 크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실수를 두려워 말라. 그들은 네가 원어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고, 네가 말을 할 때 실수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네 말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자신의 한계를 두려워하지 말고 실수 할 때 웃을 수 있을정도로 마음의 여유만 있으면 된다." p.41

언어의 장벽을 느끼며 발표하기를 부끄러워했던 작가에게 용기를 준 교수님의 말씀이라고 한다. 우리는 외국인을 만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굳어져버린다. 내가 무언가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쭈뼛대기 일쑤이다. 그것은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 앞에서의 주눅들어버린 것이다. 그런 작가의 마음을 알고 실수 앞에서도 여유로워지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이야기 해 준 충고가 많은 도움이 되었으리라.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물김치를 담가 두고 익기를 기다리면서 룸메이트에게는 미생물 실험을 위한 것이니 만지지 말라고 하고, 익기를 기다린 3일 동안 행복했을 그를 맞이한 것은 냉장고로 옮길 수 있는 물김치가 아니라 교내 911대원이었다. 익히기 위해 둔 통을 떨어뜨려 깨지게 되어 신고했다는 룸메이트와 폭탄물이라도 되는 듯 구경원 주변 사람들. 사람들이 돌아가고 나서 룸메이트의 사과와 함께 닦아도 닦아도 빠지지 않는 물김치 특유의 냄새만 남았다고 한다. 그 일을 겪었을때는 황당했겠지만 물김치를 볼때마다 그때의 일이 떠오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웃음이 났다.

'황금 달걀 프라이'가 시사하는 그 시대의 향수는 어린 시절의 거의 모든 기억을 고스란히 떠올리게 한다. 달걀은 작아도 그것은 내가 어디서 온 누구인지를 알게 하고 작은 것에 감사하며 겸손한 마음을 일깨워준다. p.96

달걀프라이와 관련된 이야기에서는 남편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어릴적 어머니가 일을 하러 가시고 혼자 밥을 챙겨 먹어야했기에 날계란에 간장 참기름을 넣은 간장 계란밥을 먹었다는 이야기였다. 남편의 어릴적 외로움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이야기였지만 그시절을 떠올리는 추억 속의 이야기가 되었던 것이다. 아이는 그 이야기를 듣고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나에게는 내가 모르는 남편의 어릴적 시간이었다. 우리는 음식에서도 추억을 떠올리곤 한다.

인생이란 둥지를 떠나는 연습이며, 그 반복 속에서 늘 지난 시절을 그리워하며 사는 삶의 연속이다. 그런 가운데 우리는 추억이라는 감성이 머무는 곳에 정을 붙이며 또 새로운 둥지를 틀며 살아간다. 자연의 섭리 앞에 매일 소망을 품고 믿음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p.226 ~ p.227

인생이란 무엇일까? 몇 개월 후면 마흔이라는 나이가 되지만, 아직도 인생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내가 살아가는 삶이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은 하지만 꿈꾸는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것은 없다. 다만 추억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에 대한 소망과 희망은 품고 있다. 뉴욕의 그림 그리는 치과 의사를 읽으면서 많은 꿈을 꾸고 살아가는 작가님을 보면서 나도 무언가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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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보, 백성을 깨우다 오늘의 청소년 문학 36
안오일 지음 / 다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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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보'란 무엇일까요? 조선시대 조정에서 배포한 일종의 신문이라고 해요. 청소년 문학 소설이지만 실제 있었던 민간 인쇄 조보의 발행과 폐간, 그리고 그러한 '조보'가 발간되었던 시대적인 상황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승정원에서 그날 그날의 주요 소식을 묶어 한양과 지방관청에 베포하는 신문을 '조보'라고 하는데, 이 조보를 만드는 곳이 기별청이다. p.14 ~ p.15

결은 정직하고 '조보'를 만드시는 아버지를 존경한다. 거짓되지 않은 진실함을 가지신 아버지처럼 되고자 하지만 여자로 태어났기에, 글을 가르쳐주신 할아버지조차도 결이 집안일을 배우고 혼담에 대비하기를 바라신다. 결은 친구인 덕배와 어울리면서 덕배로부터 식물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결의 아버지 이필선은 이토록 강직하다보니 외숙부의 방문은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강직하기만한 아버지와 달리, 이득을 취하면서 윗선에 줄을 타는 외숙부는 '조보'를 만드는 아버지에게 자신의 윗선에 불리한 이야기는 삭제시키거나 글자를 몇자 바꾸기를 압박하기 때문이다.

"글은 백성의 눈이 되어야 하오." p.30

결의 어머니는 오라버니가 일하는 관아 사또에 관한 기사 일부의 글자를 바꾸어 달라는 부탁에 결이 아버지(이필선)는 그럴수 없다고 하며, 글자 몇개에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강직하게 외숙부의 압박에도 끄덕하지 않던 아버지.

아버지의 부탁에 '조보'일을 잠시 했던 결은 그 곳에서 '조보'에 대한 규칙을 듣게 된다. 정자로 써서 많은 사람들이 읽어야하는 것이 아니냐고 하는 결의 말에 선배인 안승우는 많은 사람들이 읽게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선배에게도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 나가는 결의 모습이 너무나도 대견했다.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배운 결을 보면서 부모의 행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느끼게 된 부분이었다.

강직하게 외숙부의 압박에도 꿋꿋하던 아버지도 할아버지의 일과 연관이 되자 '조보'를 수정하기에 이른다. 정확한 내막을 몰랐던 결은 아버지에 대한 실망감을 안고 어머니께 여쭈어보았고, 이득을 취하는 김판서의 기사 내용이 수정되지 않으면 그 모든 일을 할아버지에게 누명을 씌울꺼라는 것을 듣고 어쩔수 없이 그런 선택을 했다는 아버지의 이야기에 마음이 좋지 않은 결이었다. 결국 기별청 일을 그만두게 된 아버지와 결의 아버지가 기별청을 나가고 나니 자신의 사람으로 자리를 채우며 '조보'를 날조하는 김판서.

"꽃은 피어날 시기가 왔다고 판단하면 미루지 않고 이렇게 피는 것 같아. 피어야하면 피는 거지. 나중에 된 서리를 맞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야." p.146

덕배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여론 조작이 되는 것을 더 이상 볼 수 없는 결과 결의 생각에 동의하고 움직이려는 안승우와 이필선. 그들은 과연 여론 조작을 막아내고 진실을 전할 수 있을까? 진실한 세상을 위해서는 언론의 힘이 중요함을 알게 해준 《조보, 백성을 깨우다》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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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치 인형 - 제11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샘터어린이문고 70
소연 지음, 강나율 그림 / 샘터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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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치 인형》은 우연히 만나게 된 소리와 루이치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는 소리가 여행 중에 나비호족 루이치를 만나면서 친구의 소중함을 느끼는 <루이치 인형>과 루이치의 과거이야기로, 루이치와 같은 나바호족 친구 디야니와의 우정을 담은 이야기인 <바람이 부르는 노래>로 구성되어져 있답니다. 그 이야기들은 짧지만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랍니다.

아빠가 외국에서 일을하시게 되자 소리는 미국으로 오게 된답니다. 미국에 오기전 일년정도의 준비기간을 가졌지만 현실은 너무나 달랐어요. 영어학원을 다닌 것은 학교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 듯 보였지요. 처음 전학 갔을때 아이들은 먼저 다가 왔어요. 하지만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던 소리는 웃음으로 대신했고 그것이 반복이 되자 다가오던 아이들마저도 없이 외톨이 신세가 되어버린 소리는 마음의 문들 닫았다.

엄마와의 여행길에 주유등에 빨간 불이 켜지고 근처에 머물곳이라고는 한군데도 없던 차에 발견하게 된 나바호족이 사는 흙집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곳에는 소리 또래의 여자아이도 있었다. 어색해하던 둘은 별을 보러 나가자는 아이의 말에 밖으로 나가서 별을 보게 된다. 아빠가 일을 하러 간 동안 돌아오기를 엄마와 기다리고 있다는 아이, 루이치.

"할머니가 말했어. 외로울 땐 별을 보라고. 아빠가 보고 싶을때, 떠난 친구 디야나가 그리울 때,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각날 때 나는 별을 봐.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으니까." p.29

그렇게 둘은 어느새 서로의 이야기를 하고 게임을 하며 친구가 되었다. 아이들의 순수함은 어느 무엇보다 찬란하다. 그 찬란함이 아이들의 얼굴이 아닐까? 소리는 루이치가 선물로 준 인형을 보면서 그때의 일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루이치는 자신과 친했던 디야니를 떠올렸다. 아무래도 소리와의 하루가 디야니를 더 떠올리게 한것인지도 모르겠다. 디야니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그때를 그리워하는 루이치.

"모두 떠났지만, 언젠가는 다시 만날거라고 믿어. 별이 빛으로 말해 주고, 나무가 향기로 알려주고, 흩날리는 모래가 나에게 속삭여." p.50

떠난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자연 속에서 찾아가는 루이치의 모습은 가슴 따뜻하게 해주었다. 나에게도 루이치 같은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를 그리워해주고 함께 해줄 그런 친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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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파 박, 나만의 게임 블랙홀 청소년 문고 24
에린 윤 지음, 이은숙 옮김 / 블랙홀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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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파 박은 언니와 정화 형부와 미국에서 살고 있다. 피파박은 미국에서 태어난 시민권자였지만 엄마는 한국인이었기때문에 만기를 앞둔 취업비자로 한국으로 돌아간 상태다. 빅토리아 중학교의 농구선수이기도 한 피파박은 떨어진 수학 성적으로 인하여 언니로부터 압박을 받는 중이다. 수학점수를 올리지 않는다면 농구를 계속하지 못하게 될 위기에 처한 피파 박이지만 언니의 말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을뿐이다. 언니는 수학 과외자리까지 알아봐 둔 상태이니 피파 박에게는 어쩔도리가 없다. 그렇게 시작된 과외는 엘리엇에 대한 호기심만을 자극했다.

빅토리아 중학교에 다니는 피파는 레이크뷰의 장학금제안서를 받게 된다. GPA3.0이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부의 제안이었다. 그럼에도 가족들은 기쁨을 숨길 수 없었다. 레이크뷰 학교 투어를 하고 돌아온 피파는 전학을 가기로 정하게 되고, 새로운 학교에서의 적응에 대한 걱정이 가득했다. 빅토리아 중학교에 함께 다니던 친구들, 농구부원들에 대한 생각보다 걱정이 더 앞선것이다. 피파가 레이크뷰에 다니게 되고 레이크뷰의 농구선수로 활동하게 된다면 빅토리아 중학교 농구부와의 시합은 당연한 것이었을텐데 피파는 어떻게 전학을 할 생각을 했을까? 내가 피파였다면 그런 결정을 할 수 없었을것이다. 그런 결정으로 입게 될 상처가 더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레이크뷰에서 만나게 된 친구들은 다양한 아이들이었다. 그리고 공립학교가 아닌 사립학교인 만큼 피파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언니가 일하는 세탁방에서 일을 도우면서 용돈을 모으고 있던 피파에게는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생겼다. 친구들과 아이스크림을 사먹을 때도 고민이었다. 특히나 농구부에 있는 일명 '로열'로 불리는 그룹과 어울리게 되면서 그 생각은 더 커졌다. 농구부활동 중임에도 손톱손질을 하러 가서 48시간의 행복이라고 하는 아이들 속에서 돈을 마련할 생각으로 즐거움보다 걱정이 앞서는 피파였다. 거기다 자신이 빅토리아 중학교에서 전학왔으며 부잣집이 아니라 세탁방에서 일을 한다는 사실조차 이야기 할 수 없었다.

나는 다른 삶을 살고 싶었지만, 나 자신을 인시있는 사립학교 학생 피파로 바꾸는 일은 나를 그 어느 때보다 외롭게 만들었다. p.209

그런 외로움을 겪던 피파에게 의문의 메시지가 온다. 피파의 정체를 아는 누군가로부터 온 메시지는 위태로워보이는 피파를 더 흔들어놓았다. 과연 누가 피파의 정체를 알고 있을까? 그리고 왜 피파에게 이렇게까지 하는 것일까? 피파는 어떤 식으로 자신이 처한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을까? 누구나 한번쯤은 해보았을 거짓말로 인해 겪게 되는 이야기와 그로 인한 성장이야기를 담고 있는 《피파 박, 나만의 게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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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링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98
조규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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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곳에서 누군가의 소리를 들어본 적있나요? 《페어링》은 조규미 작가님이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라고 해요. 아무도 없이 막막한 순간 들려오는 목소리는 절실한 자신의 마음에 보답이라도 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될텐데요. 누군가의 절실함에 대답하는 목소리에 대한 이야기인 페어링을 읽어볼까요?

수민이는 교실에서 존재감이 없는 아이였어요. 새학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때 없어진 이어폰을 찾으려다 반 아이들의 하교가 1시간 늦어진 그 순간 수민이는 '극혐 1호'로 등극하면서 더 외톨이가 되어버렸어요. 그런 수민이와는 반대로 공부잘하고 사교성 좋은 세진이는 반장까지 하지요. 방송부에 들어가고 싶었던 수민이는 면접을 보지만 탈락통보를 받게 되지요.

마치 끝이 안 보이는 계단을 눈 앞에 둔 기분이었다. 상상 속에서 나는 한발, 한발 내려간다. 점점 어두워지면서 딛고 선 바닥과 발이 보이지 않았따. 발 아래의 감각이 이상하다고 느껴질 때 고개를 확 들어버렸다. 방 천장의 환한 조명이 얼굴로 쏟아졌다. 나는 눈을 감은 채 잠시 그렇게 있었다. 마지막으로 품고 있던 희망이 사라진 기분이었다. 나는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을까? p.24 ~ p.25

'극혐 1호'로 어느 누구의 관심 밖인 수민에게 먼저 말을 걸면서 다가온 세진이. 함께 봉사 시간을 위해서 봉사활동을 가자며 방과후에 방송실에서 이야기를 꺼내는 세진이. 결국 함께 하기로 하고 들어오고 싶었던 방송실을 구경하게 된 수민이는 분실물 이어폰을 보게 된다. 주인 없는 이어폰을 보고 세진은 수민이 이어폰을 잃어버렸으니 사용하라고 주게 되고 그렇게 수민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의 소리를 듣게 된다. 함께 하기로 한 봉사활동에 위현수는 아예 오지도 않고, 한결이는 얼굴만 비추고 사라지고, 세진이는 사진만 잔뜩 찍고 과외를 한다며 가버리고 결국 수민이만 끝까지 남아서 정리까지 하게 된다. 봉사활동이 아니라 봉사시간 채우기식으로만 하고 있던 세사람과 더이상 어울리고 싶지 않은 수민이지만 거절하는 말을 할 용기가 없었다.

넷이서 함께 심화보고서를 위해 방송실에서 모였던 날 세사람은 먼저가고 남아서 정리하던 수민은 방송실 문이 잠긴줄 알고 당황하며 구해달라고 하고, 그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흥분상태인 수민이를 다독이며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낯선 목소리가 알려주게 된다. 그 목소리를 듣고 방송실에서 나올 수 있었던 수민이. 다시 대화를 나누고 싶지만 대화를 나누는 것은 쉽지 않다. 게다가 수민이가 쓰게 된 이어폰은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고장난거아니냐고 한 아이와는 달리 사용할 수 있었던 수민이. 수민이만 사용가능했던 이유가 있지 않을까?

자신에게만 들리는 이어폰 속의 목소리 정체가 궁금한 수민이는 방송실에 몰래 들어가 방송부원에 관한 책자를 가지고 나오게 된다. 하지만 방송부 책자 속에서 그 호기심에 대한 답은 찾지 못하고, 학기초와는 다른 세진이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수민이, 세진이는 무엇이 그토록 불안하고 힘든것이었을까? 그런 나의 궁금증이 해결되자 수민이에게는 위기가 찾아왔다. 과연 수민이는 자신앞에 닥친 위기를 스스로 풀어나갈 수 있을까?

'그래, 우리 살아내자. 함께 이 지난한 시간을 통과하자. 우리 지금 죽으면 너무 억울한거 잖아... 그러니까 살아남자.' p.179 ~ p.180

《페어링》을 읽으면서 내가 지나왔던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하며 힘든것도 참고 공부하던 시절, 시험을 잘 보지 목해서 좌절하던 시절, 시험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까지 떠오르면서 《페어링》은 자신이 지키지 못한 것을 다른 이는 지켜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들렸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남들이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들어보았던 경험은 없지만, 낯선 소리가 들린다면 수민이처럼 그 사람과 대화를 해보려고 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들려오던 낯선 목소리의 정체를 알지 못한 채 끝이 났지만 그 목소리가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었다는 사실만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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