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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링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98
조규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9월
평점 :
아무도 없는 곳에서 누군가의 소리를 들어본 적있나요? 《페어링》은 조규미 작가님이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라고 해요. 아무도 없이 막막한 순간 들려오는 목소리는 절실한 자신의 마음에 보답이라도 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될텐데요. 누군가의 절실함에 대답하는 목소리에 대한 이야기인 페어링을 읽어볼까요?
수민이는 교실에서 존재감이 없는 아이였어요. 새학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때 없어진 이어폰을 찾으려다 반 아이들의 하교가 1시간 늦어진 그 순간 수민이는 '극혐 1호'로 등극하면서 더 외톨이가 되어버렸어요. 그런 수민이와는 반대로 공부잘하고 사교성 좋은 세진이는 반장까지 하지요. 방송부에 들어가고 싶었던 수민이는 면접을 보지만 탈락통보를 받게 되지요.
마치 끝이 안 보이는 계단을 눈 앞에 둔 기분이었다. 상상 속에서 나는 한발, 한발 내려간다. 점점 어두워지면서 딛고 선 바닥과 발이 보이지 않았따. 발 아래의 감각이 이상하다고 느껴질 때 고개를 확 들어버렸다. 방 천장의 환한 조명이 얼굴로 쏟아졌다. 나는 눈을 감은 채 잠시 그렇게 있었다. 마지막으로 품고 있던 희망이 사라진 기분이었다. 나는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을까? p.24 ~ p.25
'극혐 1호'로 어느 누구의 관심 밖인 수민에게 먼저 말을 걸면서 다가온 세진이. 함께 봉사 시간을 위해서 봉사활동을 가자며 방과후에 방송실에서 이야기를 꺼내는 세진이. 결국 함께 하기로 하고 들어오고 싶었던 방송실을 구경하게 된 수민이는 분실물 이어폰을 보게 된다. 주인 없는 이어폰을 보고 세진은 수민이 이어폰을 잃어버렸으니 사용하라고 주게 되고 그렇게 수민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의 소리를 듣게 된다. 함께 하기로 한 봉사활동에 위현수는 아예 오지도 않고, 한결이는 얼굴만 비추고 사라지고, 세진이는 사진만 잔뜩 찍고 과외를 한다며 가버리고 결국 수민이만 끝까지 남아서 정리까지 하게 된다. 봉사활동이 아니라 봉사시간 채우기식으로만 하고 있던 세사람과 더이상 어울리고 싶지 않은 수민이지만 거절하는 말을 할 용기가 없었다.
넷이서 함께 심화보고서를 위해 방송실에서 모였던 날 세사람은 먼저가고 남아서 정리하던 수민은 방송실 문이 잠긴줄 알고 당황하며 구해달라고 하고, 그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흥분상태인 수민이를 다독이며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낯선 목소리가 알려주게 된다. 그 목소리를 듣고 방송실에서 나올 수 있었던 수민이. 다시 대화를 나누고 싶지만 대화를 나누는 것은 쉽지 않다. 게다가 수민이가 쓰게 된 이어폰은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고장난거아니냐고 한 아이와는 달리 사용할 수 있었던 수민이. 수민이만 사용가능했던 이유가 있지 않을까?
자신에게만 들리는 이어폰 속의 목소리 정체가 궁금한 수민이는 방송실에 몰래 들어가 방송부원에 관한 책자를 가지고 나오게 된다. 하지만 방송부 책자 속에서 그 호기심에 대한 답은 찾지 못하고, 학기초와는 다른 세진이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수민이, 세진이는 무엇이 그토록 불안하고 힘든것이었을까? 그런 나의 궁금증이 해결되자 수민이에게는 위기가 찾아왔다. 과연 수민이는 자신앞에 닥친 위기를 스스로 풀어나갈 수 있을까?
'그래, 우리 살아내자. 함께 이 지난한 시간을 통과하자. 우리 지금 죽으면 너무 억울한거 잖아... 그러니까 살아남자.' p.179 ~ p.180
《페어링》을 읽으면서 내가 지나왔던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하며 힘든것도 참고 공부하던 시절, 시험을 잘 보지 목해서 좌절하던 시절, 시험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까지 떠오르면서 《페어링》은 자신이 지키지 못한 것을 다른 이는 지켜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들렸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남들이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들어보았던 경험은 없지만, 낯선 소리가 들린다면 수민이처럼 그 사람과 대화를 해보려고 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들려오던 낯선 목소리의 정체를 알지 못한 채 끝이 났지만 그 목소리가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었다는 사실만은 알 수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