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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그렇게 왔다 - 나는 중증장애아의 엄마입니다
고경애 지음, 박소영 그림 / 다반 / 2024년 4월
평점 :
나는 중증 장애아의 엄마입니다
《그날은 그렇게 왔다》를 읽으면서 같은 엄마로, 그리고 장애를 가진 엄마라는 공통점으로 가슴을 눌러왔다. 그런 슬픔 감정이 다가와 이 책을 읽지 말았어야 했다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책을 읽는 내내 내가 가졌던 감정들의 일부를 누군가가 들여다보는 기분이라 더욱 그랬는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제대로 이야기해 보지 못한 일상에 대해서, 그날은 그렇게 왔다의 고경애 작가님의 이야기를 보면서 공감되고 함께 슬퍼졌다. 그날은 그렇게 왔다는 제목처럼 오지 않았으면 하던 날이 다가왔고, 그 후 가슴속에 묻어둔 이야기를 읽으며 여전히 그렇게 슬픔 감정이 불쑥 불쑥 다가오곤 하는 내게 조금이나마 힘을 주었다.
《그날은 그렇게 왔다》는 생후 6개월에 원인 불명의 병으로 중증 장애아가 되고, 젖먹이가 사춘기 나이가 될 때까지 13년간 계속된 엄마의 간병 기록이 담겨 있다. 지금은 곁에 없게 된 준영이가 작가님의 기억과 가족들의 기억 속에서뿐만 아니라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가슴에도 살아 있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쩡한 아이에게 다가온 장애라는 진단, 그 사실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나도 그런 경험을 했기에 공감 가는 부분이었다. 평범하게 자라던 아이에게 내려진 장애라는 진단은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을 달라지게 만들었고, 나의 가슴에는 무거운 돌이 얹힌 채로 살아가게 만들었다. 같을 수 없다는 것이, 평범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고통은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하루하루가 고통의 순간이었고 절망적이었음을. 두 딸과 다르게 살아갈 아들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잡을 수 없었던 일상과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도 힘들어 오진인 것만 같다고 느끼던 절박함은 책을 보는 내내 힘겨웠다. 13년간이 투병기를 책 한 권에 담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수없이 많은 눈물을 흘리고 아이의 재활을 바라보는 마음이 편할 수 없었기에 더욱 그랬으리라. 나 역시 같은 일을 겪어보지 못하였기에 짐작만 할 뿐이다. 그 고통과 슬픔은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이해할 수도 없는 크나큰 감정이다.
아이의 진단을 받고 그 진단이 오진이기를 바랐고, 선뜻 그것을 인정하기 못하고 피하고 싶었다. 내가 인정하게 되면 정말인 게 될까 봐 더욱 피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나의 회피는 혼자 고립하게 되고 나만의 성을 쌓게 되었다. 그리고 혼자 끙끙 앓으면서 곪아가는 것을 알면서도 그 성을 무너뜨리지 못하고 더 견고하게 쌓아나갔던 내가 다시 떠올랐다. 지금은 이렇게 글에서나마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정하고 싶지도 않았었다.
🏷️ 인생이란 지독하게 무작위적이고, 우리가 어쩌지 못하는 일이 많이 일어난다. 내가 그의 죽음을 막기 위해 할 수 있었던 일이 있었나 생각해 본다. 내가 의학적 결정을 내린 그 수많은 순간에 다른 선택을 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찾을 수 없다. 그저 무기력하고 공허할 뿐이다. p.140 ~ p.141
준영이의 죽음, 그리고 장례식을 치르는 부분이 나올 때는 나도 모르게 코 끝이 찡해지면서 눈물이 났다.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을 다 해주었을까 하는 자책과 자신의 선택에 대한 후회가 그대로 담겨 있는 거 같아 더욱 안타까웠다. 곁에서 지켜보지는 못했지만. 아이를 살리기 위해 보내는 시간으로 아버지의 마지막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 교통사고를 당했음에도 준영이를 돌봐야 했기에 입원조차 할 수 없는 시간들, 그리고 준영이 곁을 지키면서 숫자와의 사투를 보낸 시간들이 언제까지나 작가님의 기억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준영이를 보내고 멍하게 보내던 시간 뒤에 《그날은 그렇게 왔다》를 쓰시기까지 쉽지만은 않으셨을 거라는 짐작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책을 읽은 독자로 작가님을 응원하게 된다. 슬픔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에, 그 슬픔을 지우기보다는 가슴 한편에 담아두고 한걸음 한걸음 내디디시기를 바란다. 아이의 곁을 지켜온 굳건한 마음이 살아가는 힘으로 바뀌어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