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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영휴
사토 쇼고 지음, 서혜영 옮김 / 해냄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한때 전생과 환생에 관한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그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때가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못다한 인연이 환생을 통해 다시 연이 닿는다는 내용이였는데 어린 나이였던 나 역시 전생에 대한 궁금증으로 고민할 정도로 참 신선한 충격이였다. 후후.
전생, 환생과 관련있는 내용임을 알고 '달의 영휴'를 시작하니, 첫 페이지에서 오사나이와 만나는 이 한 소녀가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다. 그녀의 이름은 루리.
'오사나이 씨-' 라고 버릇없이 말하는거 하며, 커피는 블랙이라고 자신의 젊은시절 취향을 아는 것 하며 이미 사정을 이야기 듣고 나온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진땀이 날 지경이다.
실은 오사나이 쓰요시에게는 15년 전 잊지못할 인생 사건이 있었다. 남들 처럼, 아니 남들 이상인 그 사건은, 과거 와이프와 어린 딸을 사고로 잃었던 일이다.
그런데 지금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이 소녀는 고등학교 졸업식때 죽었던 딸의 기억을 갖고 있다. 셋이서 함께 도라야키를 먹었던 적도 있었노라고 이야기한다.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뭐라고 분명히 말은 못하겠는데, 하지만 루리의 눈빛이."
"눈빛이 어떤데?"
"지금까지하고는 좀 달라."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무시해 버릴수도 있었지만, 죽은 와이프는 과거 그나이 또래와는 다른 딸의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바로 캡쳐했었고, 남편인 오사나이는 그것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기억이 있던터라 이 소녀를 마냥 부정 할 수도 그렇다고 환생한 내 딸이구나 하며 바로 인정 할 수도 없는 입장이였다.
게다가 루리는 전생에 아빠였던 오사나이가 그리워 찾아 온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 이전의 생에서 사랑했던 남자, 미스미를 찾으러 왔던 거였다. 거참, 오사나이 입장에서는 무척 황당하지 않을 수 없다.
루리는 과거 그때 심지어 유부녀였다. 그리고 순수한 총각 미스미에게 끌려 서로 사랑했다. 그것까지는 이해한다 쳐도 몇번이고 죽음을 겪으면서도 과거의 사랑을 잊지못해 계속 환생한다는게 어쩐지 소름돋게 느껴지는건 그냥 내 기분탓이였을까.
책의 초반을 읽을때만 하더라도 만약 환생이 있다면 나는 그때도 지금 나의 사람과 인연이였을까, 혹은 정말 내 인연이 따로 있었던게 아닐까 혼자만의 재미난 상상력에 빠졌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천년의 사랑 혹은 영원한 사랑의 맹세가 사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하다. 오히려 현재의 삶에 충실하고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며 사는게 순리라고 느껴진다.
잊으면 안 돼요. 도라야키 먹은 거!
마치 천기누설을 알아버린듯 혼란스러운 오사나이와는 달리 루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결국 닿고 만다.
그뒤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그저 독자의 상상에 맡긴채.
환상적인 주제에 달을 엮어 더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 책은 밤에 읽으면 더 좋다. 다만 작가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내용을 내가 더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것 같아서 이 책은 다시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