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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엄마로 산다는 것 - 일도 잘하고 싶고, 아이도 잘 키우고 싶은 당신을 위한 따끔하지만 가장 현실적인 조언 33
신의진 지음, 김경림 엮음 / 걷는나무 / 2014년 2월
평점 :
"결코 아이에게 미안해하지 마라!"
일하는 엄마가
가져야할 첫번째 마음가짐이 바로 이것이라 했다.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대하지 말라.
하지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아이가 아프거나 다치기라도 하면 당장 "그러니까 회사 때려쳐!"라는
말이 어디서고 튀어나온다.
게다가 아이가 화장실을 볼일을 잘 못가리거나 말이 느려도, 한글을 못떼도, 친구들과의 사회성이 안좋거나 심지어 조금이라도 버릇
나쁘게 행동한다면 모두 내 책임인것만 같아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또 그뿐인가 아이 핑계로 조금씩 늦어진 출근이나 조퇴에 회사에게 미안하고 야근한다 피곤하다하며 남편의 아침밥을 챙겨주지 못한날도
너무 미안하고, 나 대신 다 늙은 부모님 보모노릇 시키는것도 매순간 죄송하고 미안한 일 투성이다.
가끔은 그런 생각도 든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뭐하는 거지? 그리고 아이가 부쩍 자랐다고 느낄땐 더 비참한
마음이다. 나를 가장 필요로한 그때, 아이가 가장 예쁜 그때 엄마인 나는 어디있었나..! 하고 말이다.
그런데 "일을 한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미안해하지 마라, 아이에게 나쁜 엄마는 일하는 엄마가 아니라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여기는 사람이다"라며 그간 내가 생각해오던 것과는 다른 이야기를 해주는 책을 만나게되었다.
어쩌면 나도 나 스스로 '슈퍼원더우먼'이 되어 모든것을 완벽하게 해내고 싶은 욕망이 있었던것도 같다.
하지만 책속에서는 주부는 엄마는 '이래야한다'는 것은 그저 사회가 만들어놓은 그들만의 평가 잣대이자 환상일 뿐, 일단 나는 나
존재만으로도 특별한 엄마다 라며 다독여준다.
실제로 결혼하기전의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것이며 어떤 목표와 어떤 즐거움을 즐기며 살것이라는 계획이
있었다.
헌데 지금은 그저 아이가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지 않게 해주는것, 회사가 나를 애엄마로 취급하지 않는것에 눈치보고 중점을 두며
살고있는듯하다. 그 속에 '나'는 없었다.
이런 생활이 지속되면 직장에서 집에서 할 일이 많으니 내 몸과 마음이 힘든 것은 '원래 그러한것'을 치부되어 몸이 지쳐 피곤하고
우울한 상태가 정상이겠거니 하며 살게된다. 그런데 그런 엄마에게서 아이가 어떻게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자랄수 있을까.
내가 집에서 엄마의 자리를 지키고 있지 않으면 안될것이라는 최악의 순간에도 해결 방법은 있다.
내 경우에는 부모님의 손을 빌려 육아의 어려움을 조금 덜어낸 편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시설의 도움을 받지 않았던것은 아니였다.
아이가 아침마다 가기 싫다고 떼쓰거나 엄마를 외치며 울어댈때는 정말 가슴이 미어지고 아팠다.
하지만 상황을 계속 이해시키고 나 역시 그것에 대한 미안함을 다른부분에서 채워주는 것으로 넘어왔다.
아직 아이가 학교에 입학도 하지 않은 상태지만 나는 계속 일하는 엄마로 남고 싶다. 그렇다면 앞으로 수없이 많은 날이 미안한
날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일을 그만둬야하나 vs 계속 다녀야하나'로 고민하지는 않을것같다.
그런 고민을 하는 시간에 문제를 현명하게 풀어가는 방법을 찾는데 더 신경쓰게될것같다.
내가 지금 보내고 있는 이 시간이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라고, 조금씩 나아질거라고 나를 응원하는 메시지.
일하는 엄마들이 아니면 결코 내 맘을 이해해주지 못하리라 생각했는데 책을 통해서 위로받으니 책을 읽는 동안은 마음이 조금
나아지는것같다. 일종의 내 편이 생긴것같다고나 할까.
나는 내가 가는 길이 가장 옳은 길이다. 라고 믿기로 했다.